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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성공가능성 제고를 위한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9월2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28일 11시55분

작성자

  • 구정한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1

본문

 <요약>

▶ 기업구조조정은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기업을 4등급(A, B, C, D등급)으로 분류한 후 이중 C, D등급에 해당하는 부실징후기업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관리절차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됨. 

▶ 현재 채권은행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에 비해 세부평가대상 기업의 수가 상당히 많은데다, 채권금융회사와 채무자 모두 관대한 신용위험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유인이 있다는 점은 기업구조조정이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 현행 기업신용위험평가 4등급 체계에서 B등급을 2개로 세분화하여 5등급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통해 현재의 부실징후기업보다는 부실화가 덜한 기업들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편입되도록 할 필요가 있음. 

▶ 조기에 워크아웃이 추진된다면 채무자의 낙인효과 감소와 채권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를 위해 채권금융회사들은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담당자가 적절한 성과평가를 받는지 재점검하고 정책금융기관은 신규 자금 지원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조기 워크아웃 추진 기업에 집중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음. 

▶ 조기 워크아웃 추진이 활성화될 경우 회생절차와 상호 보완적 역할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에 경영상의 직접적인 피해를 불러왔다. 최근에는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내수 회복세가 제약되면서 기업 경영상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비우호적인 경제환경이 지속된다면 장기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성공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반면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은 조기에 퇴출되도록 하여 자금이 비효율적인 곳으로 투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경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신속하게 정상화시키는 것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실업 증가로 유발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절차는 크게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에 따른 채권단 주도의 관리절차(일명 워크아웃절차)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로 구분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기업구조조정절차 중 워크아웃절차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기업구조조정 절차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은 통상 매년 실시되는 채권은행의 정기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시작된다.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는 기본평가와 세부평가로 나뉘어진다. 우선 기본평가에서는 평가대상기업이 부실징후기업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기본평가에서는 평가대상기업이 정해진 기준1)에 해당하는 경우 부실징후기업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세부평가대상으로 분류한다. 세부평가는 기본평가 후 세부평가대상에 해당되는 기업에 대해 산업위험, 영업위험, 경영위험, 재무위험, 현금흐름을 감안하여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작업이다. 채권은행은 이러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후 기업들을 4가지 평가등급(A, B, C, D등급)2)으로 세분화하는데, 그 중 C,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하여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분류한다.

 

주채권은행은 신용위험평가 결과 거래기업이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실과 이유를 해당 기업에 통보해야 한다. 통보를 받은 부실징후기업은 주채권은행에게 기업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서와 금융채권자 목록을 첨부하여 통상 워크아웃절차라 부르는 기촉법 상 관리절차3)의 개시를 신청하거나 채무자회생법 상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부실징후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3개월 내에 기촉법에 따른 관리절차개시나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신규여신(대환 포함) 중지, 만기도래 여신 회수, 담보 보강, 여신한도 및 금리 변경 등의 사후관리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기촉법 상 관리절차개시나 채무자회생법 상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하지 않고서는 해당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게 된다. 

 

기업구조조정에서의 한계점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조기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듯이 기업의 경우에도 부실이 발생하였을 때 조기에 이를 발견하여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정상화를 위해 유리하다.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원인을 조기에 발견하여 제거하지 못한 채 영업을 지속한다면 부실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부실규모도 더욱 커져 뒤늦게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어려워지게 된다. 문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절차 자체에 기업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되도록 하는 요인들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경기부진, 원가상승,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부실징후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4)이다. 세부평가대상 기업수5)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부실징후기업 수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 기본평가 결과 세부평가대상이 되는 기업에는 일반적으로 한계기업의 정의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0 미만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즉, 현재의 분류 기준을 감안하면 세부평가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부실이 상당히 진전된 기업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평가대상으로 분류된 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하는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에 기반하여 추진되는 기업구조조정 절차는 부실화가 많이 진전된 후에서야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방식에 해당된다. 따라서 현행 신용위험평가 체계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구조조정 성공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기업들로 구성되었을 공산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채권금융회사와 채무자 모두 기업신용위험평가가 엄격하게 시행되기를 바랄 유인이 부족하다. 채권금융회사의 경우 채무자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되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면 연체율 상승, 대손비용 발생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는 업무의 특성상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는데 만약 이에 부합하는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채권금융회사 임직원이 기업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유인은 더더욱 줄어들게 된다. 채무자 입장에서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되어 워크아웃을 추진하면 채권금융회사로부터 경영상의 간섭을 받을 수 있는데다 혹시 외부로 알려질 경우 원청업체, 협력업체 등 거래처와의 관계가 악화될 소지도 있다.  만약 이러한 유인구조로 인해 신용위험평가가 관대하게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악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기업구조조정의 성공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관대한 신용위험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이미 부실이 심화된 기업이라는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은 정상영업에 애로가 발생하는 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으로 간주되어 채권금융회사들이 신규 자금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을 꺼리게 되므로 구조조정 성공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낮아진 구조조정 성공가능성은 해당 기업에 대한 낙인효과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채권금융회사에게는 대손비용 증가, 구조조정 관련 비용 증가 등을 가져와 수익성,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채권금융회사로 하여금 구조조정 추진을 더욱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관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유인이 추가로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신용위험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경영정상화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기업구조조정 성공가능성 제고를 위한 과제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화가 시작되었지만 구조조정 이후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업신용위험평가 이후 선정되는 부실징후기업(C, D등급)은 이미 부실화가 상당히 많이 진전된 기업들에 해당된다. 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한계기업을 포함하는 세부평가대상 기업들은 대부분 B등급(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A, B, C, D등급으로 분류하는 4등급 체계에서 B등급을 2개로 세분화하여 5등급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신용위험평가 기본평가 기준을 변경하여 현재 B등급에 속하는 기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실 상태가 심한 기업들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포섭6)하고, 이들 기업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조기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업의 부실이 장기화될수록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성공가능성도 낮아지므로 부실이 심화되기 이전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며 경영정상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조기에 워크아웃이 추진된다면 채권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채권회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단순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형태의 신규 자금도 현재보다 활발하게 지원할 유인이 생긴다. 또한 과거 은행 영업점 성과평가기준 개선 등7)을 통해 채권금융회사들의 조기 워크아웃 추진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재점검하고, 미진할 경우 워크아웃과 관련한 담당자가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면서 부담하는 리스크에 부합하는 보상을 받도록 성과지표를 개선하여 구조조정을 꺼리는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 채권금융회사가 조기에 워크아웃을 추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조기에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하면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그러면 워크아웃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도 줄어들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워크아웃개시를 신청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신용위험평가 체계 개편 이후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기에 워크아웃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채권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 신용위험 등의 이유로 신규 자금 지원에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제공하고 있는 구조조정기업 대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조기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기업에 신규 자금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경영정상화 성공가능성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지원된 자금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낮아지므로 정책자금의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채권금융회사들이 워크아웃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경우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채권금융회사들은 조기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보다 구조적인 원인으로 부실화가 된 기업들은 회생절차, 구조조정펀드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제도간 역할 분담을 통한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8)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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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부(-)인 기업,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1.0 미만인 기업, 회계연도 기준 최근 자본총계가 부(-)인 기업 등 기본평가 13개의 기준 중 하나에 해당되면 세부평가를 실시해야 함.

 2)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에 따라 실시하는데 동 협약에서는 A등급은 정상 영업이 가능한 기업, B등급은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 C등급은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 D등급은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으로 분류함.

3)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절차를 관장하는 기촉법 상 관리절차에는 금융채권자협의회(해당 기업의 금융채권자로 구성)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와 주채권은행에 의한 관리절차가 있다.

4) ('19년) 210개 → ('20년) 157개 → ('21년) 160개 → ('22년) 185개 → ('23년) 231개

5) ('19년) 3,307개 → ('20년) 3,508개 → ('21년) 3,373개 → ('22년) 3,588개 → ('23년) 3,578개

6) 이 경우 명칭도 부정적 이미지의 부실징후기업에서 긍정적 의미로 변경(예: 경영정상화대상기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7) 금융감독원 보도자료(2016.4.18.),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보도자료(2017.4.13.) 참고

8) 현재는 부실징후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호 대체적인 성격이 존재함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 브리프 33권 19호](2024.9.27.)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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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9월28일 11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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