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와 부처 간 엇박자, 문제 많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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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과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를 염려하여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함과 동시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까지 일부 중단한 상태다. 이로 인해 9월은 물론 10월 들어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고 매물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당연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된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민감한 이유는 그동안 정체되었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면서 향후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 증가를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IMF(국제통화기금)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269.52조원으로 GDP 대비 101.5%나 된다. 기업부채는 3월 기준 2,772.62조로 GDP 대비 124.3%이다. 그런데 정부부채는 1,127조원으로 GDP 대비 54%로 낮은 편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는 이보다 낮지만 IMF 자료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9월부터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는 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이미 집이 있는 유주택자에 대해서는 대출 취급을 중단한 곳도 많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서민들이 피해자
문제는 가계부채 때문에 조건부 전세대출이 중단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 청약된 사람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입주 때부터 임차인을 구해 임대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 때 내어주는 전세대출도 조건부 전세대출에 해당하여 대출이 바로 되지 않는다. 다만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은 은행들도 잔금을 집주인이 자기 돈으로 납부했다면 전세대출을 내어줄 수 있다고 한다.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조건부 전세대출 외에 은행들이 도입한 대표적 가계대출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와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 축소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KB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4곳에서 모두 40~50년이던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제한됐다.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소득 대비 1년 상환 금액의 비율을 제한하기 때문에 만기가 줄면 그만큼 대출한도도 감소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은 사실상 거의 모든 은행에서 막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은 모두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을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집주인이 집을 임대했다가 나중에 임대 보증금을 반환할 때 이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을 많이 이용한다. 이 때문에 갭투자를 한 사람은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이 막히면 세입자 임대 보증금을 내어주기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전세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하나‧NH농협‧기업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서만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막는다. 이렇게 신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나 재건축 등으로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경우 내 집에 들어가려면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시중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 그리고 서민들의 전세금대출 등을 제한하고 있어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가계부채 얼마나 되나?
우리나라만 있는 전세제도는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이 모두 부채에 해당된다. 그런데 전세보증금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아 우리는 이를 그림자 부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전세보증금은 정확한 통계도 없다. 대략 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채도 40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10월 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박성훈의원, 국민의힘)에 제출한 연령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 대출액은 올해 2분기 496조3,000억원으로 나타나 최근 5년 사이 98조9,000억원 급증한 수치라고 한다. 상환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60대 이상에 이어 전 연령층 가운데 증가율이 둘째로 높았다. 한은·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세 자영업자(소규모 개인사업자) 부채는 고금리 국면에도 1분기 말 기준 365조4,000억원으로 5년간 158조원이 늘어났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유형별 평균 전세가와 국토교통부·통계청의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추산한 결과 지난해 전세보증금은 1,006조7,000억원으로 5년 새 37.7% 뛰었다고 발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문진석(충남 천안갑)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임대주택 보증금 미반환액은 176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지난해 가계빚은 2,891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의하면 주요 국가별 GDP 대비 가계빚 비중은 일본의 경우 65.7%, 미국 72.9%, 호주 109.7%, 스위스 127.8% 반면, 우리나라는 142.7%(전세보증금까지 합친 부채 비율)로 OECD 1위다. 다만 전세보증금과 가계부채 통계에 겹치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대인이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면 이는 가계부채 통계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임대인의 사정에 따라 얼마만큼의 금융권 대출을 받아 이 중 어느 정도 전세보증금으로 돌려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관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위험성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는 주로 부동산 가격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가계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많이 받았다. 특히,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가계의 차입 부담이 감소해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생활비 증가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고물가와 실질 소득 감소로 인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용대출이나 카드 대출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업계도 소비성 신용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을 것이다. 여기에 고금리임에도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대폭 낮춰 취급하기도 했으며 정부 역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 특별대출을 늘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일조를 했다. 물론 정부 부처 간 일률적 정책을 내놓지 못한 점도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가계는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게 된다. 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내수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이는 다시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많은 가구일수록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자산이 적은 가구는 경제적 충격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채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래서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즉,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의 대부분은 바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인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마련한 저소득층은 높은 부채를 짊어지게 되지만 기존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은 부채 부담 없이 자산 가치를 높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세대 간 자산 불평등으로 양극화가 더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정책대출?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에 금융당국이 뒤늦게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은행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고 있지만 정작 대출 폭증을 불러온 주범은 정부의 정책대출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정책대출 때문에 전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 위험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정부는 가계빚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이유로 정책대출 등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 이유는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여 정부는 주택시장의 정상적인 거래와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공급 증가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저금리 대출을 통하여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이 정책대출을 이용하여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고자 추진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는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주요 지역에서는 가격이 상승하는 등 과열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전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준의 금리와 역전 현상을 보이면서까지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처럼 저금리 기조는 대출을 저렴한 이자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가계가 대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따라서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정책대출 때문에 가계부채가 증가해 위험하다는 말을 옳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대출 포함) 잔액은 1,130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 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890조6,000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2,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이 238조4,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1천억원 각각 늘었다. 이 가운데 은행 재원으로 나간 디딤돌(매입), 버팀목(전세),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이 7월 기준 22조3,000억 원 규모였으니 8월도 상당한 금액일 것이다.
이렇듯 정책대출이 분명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했지만 문제는 가계부채 상황에 따른 속도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금 대출까지 규제하기 시작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주택가격이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며 정책대출을 지속 공급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하는데 국토교통부는 정책대출을 지속 공급하겠다고 하니 아직도 부처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특히, 정책대출 중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며 보금자리론 등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 있어 부처간 소통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안 잡히면 정책대출 등에도 DSR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역시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분명한 것은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대출 규제로 이미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상승 폭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부동산시장 상황에 맞게 지역별, 물건별로 규모를 조정할 필요는 있다.
대책과 해결 방안
정부는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되면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으로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규제가 입주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세입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별, 물건별 대출 규제를 선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최근 부동산 가격상승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해당되며 그것도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오히려 비아파트 부분은 매매도, 전세도 어려운 상태로서 비아파트 부분의 대출까지 강도 높게 막을 필요는 없다.
둘째, 정부 내 부처 간 엇박자를 줄여야 한다. 한쪽에서는 대출을 규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책대출을 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
셋째, 무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등 서민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상환능력만큼 대출을 실행하여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지역에서는 지역규제 도입처럼 대출도 규제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넷째, 무주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오히려 장기 상환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전세금 대출은 서민 중심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고액 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빼앗아 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세금 대출은 무주택 서민에게만 실행되어야 하며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에스크로제도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
여섯째, 정부는 평상시 가계부채 대응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대출 규제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상환능력만큼 대출이 이루어지는 선별적 대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일곱째, 가계부채 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권 금융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부채의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체계적 예산 관리와 부채상환계획, 그리고 저축과 투자 전략 등 국민들이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위험성을 이해하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금융당국도 이런저런 시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와 있다고 판단하여 주택담보대출을 전국적으로 전면 중단시키거나 전세대출까지도 중단시키는 것은 시장을 너무 강하게 옥죄는 것 아닌가 한다. 물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출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 큰 부동산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사전적 대응이라고 하지만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실행되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매매든 전세든 대출을 옥죄면 그 피해는 부자들보다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양극화는 더 벌어진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부처간 협의를 거쳐서 함께 추진되어야 그 효과도 크고 시장도 안정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조율하지 못한 정책대출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부처 간 엇박자를 조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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