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행정부 2기의 북핵정책과 북·미 핵군축협상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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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존 질서 무시, 기득권 타파, 파격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상징되는 트럼프의 당선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규범에 익숙한 국제사회에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북한 핵의 불가역적 고도화, 북·러 밀착으로 인한 정세 변화,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증액 요구 가능성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크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행정부 1기와 2기를 관통하는 대외정책 기조를 살펴보고, 트럼프 2기의 북핵정책을 전망하면서 북·미 핵군축협상의 가능성과 전략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 트럼프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잭소니언”(Jacksonian) 전통
트럼프 2기는 잭소니언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밴스(J.D. Vance) 부통령이 표방하는 “탈자유주의”(post-liberalism) 혹은 “민족적 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 색채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회에서 탈자유주의를 따르는 이들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많고 “반워크”(anti-woke)이며 1) 대기업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고 국경·무역 문제에서 민족주의 경향을 띠며 세계의 권위주의 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아울러 미국의 제조업 붕괴로 인해 취약해진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보호무역정책을 지지하며 트럼프 1기에서 부패한 기득권 집단을 상징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 개념에 동조하고 중견급 연방 공무원을 대량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트럼프행정부 2기의 북핵정책 전망
(1) “Anything But Biden”(ABB) 기조 견지
2001년 출범한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전임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대북정책을 밑바닥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며 “Anything But Clinton”(ABC) 기치를 내걸었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반하며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한 사실을 외면한 채, 이 합의를 정치적 업적으로 삼고 막판까지 북·미 수교에 매달린 클린턴행정부에 대한 반발이었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 상태를 감안하면 트럼프 2기에서도 부시행정부에 버금하는 적폐청산 작업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는 ‘ABB’의 기치 아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거나 뒤집는 행태를 보일 것이고 그 불똥이 북핵문제로 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10월 19일 펜실베니아주 유세에서 바이든 외교를 비판하며 “바이든이 한 것과 정반대로만 하면 당신은 역사상 최고의 외교정책을 편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비핵화 외교를 실패로 규정하고 바이든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창조적 파괴”(Constructive Destruction)
트럼프 2기는 트럼프 1기에서 습득한 경험과 더 강해진 리더십을 바탕으로 규범과 관습을 타파하고 혁신해서 더 나은 미국을 만들려 할 것이다. ’비핵화’, ‘자유민주적 가치’, ‘국제제도와 규범’ 등 구시대적 관념과 세계화 담론의 틀을 벗어던지고 냉철한 현실주의에 입각해서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챙기기 위한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중 지정학 경쟁의 심화, 북·러 밀착 등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당면한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가 창조적 파괴를 지향할 것이라는 점은 관련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트럼프 1기에서 NSC 비서실장을 지낸 그레이(Alexander Gray)는 트럼프는 전임자들을 수십 년 동안 괴롭혀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모진에게 창의적인 방법을 주문했으며 똑같은 정책을 반복하면서 결과만 달라지길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콜비(Elbridge Colby)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5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그리고 신선한 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통적인 접근이 완전히 실패했는데도 왜 그것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북한 문제에서는 비정통적인 접근이 새로운 정통이 돼야 한다,”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하고 북한 지도부와 더 많은 접촉이 선택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3)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Foreign Affairs 기고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2기 외교안보정책의 대강을 소개했는데 북핵 관련 부분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트럼프 1기의 ‘힘을 통한 평화 구현’의 업적을 강조하며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을 성과로 부각
- 트럼프 2기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 ①동맹에 부정적이지 않음, ②탈냉전시대 세계화의 단점을 극복, ③미국의 전통적인 원칙과 본능에 입각한 외교 추진, ④규칙 기반 국제질서는 추상적 개념이며 민주주의 지원이라는 가면을 쓴 세계화 엘리트주의라고 비판, ⑤권위주의 정권과 우호적 관계 유지, ⑥상대방 체제를 인정하는 현실주의 노선 견지
- 북한의 독재체제와 핵개발에 대한 언급 없이 트럼프 1기에서 김정은에게 국제사회에 합류할 기회를 주었다고 짤막하게 소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 시사
(4) 비핵화 폐기 및 새로운 대안 모색
미국 조야에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2017년 트럼프 1기 출범 당시에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실패했다는 자성과 함께 핵동결이나 핵능력 고도화 차단에 방점을 둔 봉쇄, 관리가 필요하다는 초당적인 요구가 분출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방부장관과 CIA 국장을 역임하고 공화, 민주 양당의 신망이 두터운 게이츠(Robert Gates)가 북한이 일정한 핵능력을 갖게 허용하자고 한 것이다. 그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생존의 핵심으로 여기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 20-30개 정도를 갖도록 허용하고 철저한 사찰을 통해 추가 핵개발을 막자고 제안했다. 자카리아(Fareed Zakaria) CNN 진행자도 세계는 이미 핵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냉전시기에 스탈린, 모택동을 상대로 평화를 지켰던 강력한 억지라고 주장했다. 카아네기 국제평화연구소 핵전문가 액턴(James Acton)은 북한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이 아니며 미국은 핵무장한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기본 규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도 비핵화는 실패했으며 이제 북한이 핵을 보유한 현실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에서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고 역대 정부가 고립, 제재, 회유, 당근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북한은 확실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다. 롤리스(Richard Lawless) 전 국방부 부차관은 북한 핵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어리섞은 말이라고 했고, 라카메라(Paul J. LaCamera) 주한미군사령관도 과거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이제 북한의 핵사용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셔먼(Brad Sherman) 하원 외교위원회 의원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미국의 접근이 현실적이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감시 없는 상태에서 무제한 핵을 갖는 것보다 감시하에 열 개의 핵을 갖는 게 훨씬 안전한 세상이라고 했다.
| 북·미 핵군축협상의 가능성과 전략적 의미
(1) 미국내 현실적 인식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문제에 관한 정책적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브레머(Ian Bremmer)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럼프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핵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북한의 핵보유국화가 한국의 핵개발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장관 대행을 지낸 밀러(Christopher Miller)는 북핵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므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군축협상은 효과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동결 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츠(Fred Fleitz) 전 NSC 비서실장은 트럼프 2기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외교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의 정강 정책이 ‘비핵화’ 용어를 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가 빠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 군축은 전통적인 안전보장 수단
미국은 전통적으로 군축협상을 무력증강과 함께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양대 축으로 인식하고, 양자를 병행해왔다. 무력증강이 상대의 위협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고 이에 대응하는 군사적인 대책이라면, 군축협상은 상대의 위협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비군사적 대응수단이다. 일반적으로 군축협상의 3대 목표는 전쟁 위험 감소, 전쟁 발발시 피해의 규모 축소, 전쟁을 준비하는 데 따르는 비용 절감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되면서 41대 부시 행정부를 시작으로 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행정부가 끊임없이 북한과 다양한 대화를 추진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되면서 협상에 임하는 해당 정부의 입장과 전략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각 행정부의 정책이 차이를 보였다.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잭소니언 전통에 입각한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는 북핵이 본토에 주는 위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북·미 핵군축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사회는 핵군축협상을 북한과의 전쟁위험과 전쟁 발발 시의 피해를 줄이며 전쟁준비의 부담을 더는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3) 비핵화 파괴, 핵군축 창조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주요 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는 창조적 파괴의 관점에 입각해서, 비핵화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핵군축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트럼프 2기에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핵군축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핵군축협상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정착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비핵화 정책을 탈냉전시기 미국을 움직였던 주류세력, 즉 자신이 불신하는 엘리트 집단과 기성 외교안보 관료그룹의 작품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진영은 자신들의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를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들에게 비핵화는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비판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미국이 극복해야 할 신자유국제주의와 세계화의 유산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제41대 부시 대통령부터 이어 온 비핵화를 버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관료그룹의 타성, 정책 실패의 책임, 30년 넘게 익숙해진 사회적 인식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트럼프 2기에서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된다.
(4) 첫 단계는 북핵동결
2023년 12월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경우 기존의 CVID 정책을 포기하고 북핵동결을 추진할 거라고 보도해서 파장을 일으켰다. 시간만 낭비하는 비핵화 협상 대신 더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서 북한이 핵능력을 동결하고 추가 핵개발을 중단하며 검증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은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정세 인식과 트럼프 진영에 참여한 주요 인물의 의견을 종합할 때, 이 보도는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역대 미국 정부는 공화, 민주를 막론하고 최종목표가 비핵화라는 전제하에 협상의 중간단계를 설정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랩-후퍼(Mira Rapp-Hooper) 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과 박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이런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2) 비핵화 실패에 대한 미국 내의 광범위한 공감대, 북핵능력의 불가역적 고도화, 미·중, 미·러 전략경쟁으로 인한 동북아 지정학 상황의 변화 등으로 트럼프 2기는 일차적으로 북핵동결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정착된 상황에서 트럼프 2기에서 핵동결을 추진하는 경우 북·미 협상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도 없다.
(5) 북·미 핵군축협상의 전략적 의미
북핵동결을 1차 목표로 하는 핵군축협상은 미국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2기에서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는 데 성과를 거두는 경우 여론은 트럼프가 북한 핵의 고도화를 막지 못한 비핵화를 버리고 실질적으로 미국의 안전을 지켰다고 평가할 것이다. 북·미 대화 자체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호전시킨 과거의 경험도 참고해야 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싱가포르 합의 전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다. 북한을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2018년 초에 51%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14%로 떨어진 것이다.
북한도 트럼프 2기의 핵군축협상 제안이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협상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 규모와 핵전력의 운용 측면에서 양보의 폭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군사·전략적 이익을 얻어내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것이다.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내가 핵무기 몇 개만 갖게 해달라. 그러면 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겠다.”
북한은 핵군축협상에서 차기 및 차차기 행정부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인 포석을 두려 할 것이다. 시간을 끌면서 조금씩 양보를 하려 할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원하는 것을 모두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군축 합의를 하는데 통상 십여 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북한은 협상 판을 벌여 놓고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정치·외교·전략적 국격 상승과 발언권 확대, 경제 발전 등 다양한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며, 국제사회는 이 과정에서 약소국의 핵이 갖는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배제된 북·미 핵군축협상은 한반도 핵시대에 안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독점과 남북한 핵불균형 상태가 고착됨으로써 안보의 취약성이 커질 것이다. 아울러 국내외적으로 한국 주도 통일의 현실성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북·미 핵군축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태우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가 견지해 온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핵정책과 대북통일정책을 백지상태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1991년 12월 남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 상실을 선언하는 것이다. 비핵화 공동선언이라는 장애물을 치워야만 한국이 북핵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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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크”(Woke)는 미국 사회에 인종, 성별 등에서 뿌리 깊은 불공정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1990년대 후반 흑인들이 사용했다. 2014년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계기로 보수층이 이러한 진보적 가치에 맞대응하기 위해 “반워크”(Anti-woke)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 김환용, “미 NSC 당국자 ‘한반도 비핵화 향한 중간조치 고려할 수 있어’,” VOA, 2024년 3월 5일; 강병철, “정박, ‘북한 비핵화 하룻밤에 안된다...중간단계 필요,” 『연합뉴스』2024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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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 (2024.11.7)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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