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의 사람을 위한 기술 이야기 <2> Sovereign AI: AI 주권을 위한 국가 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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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한 분야를 넘어 미래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의 서비스, 그리고 국가 안보에서도 핵심 엔진으로 작용하는 기술적 특성을 지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를 기반으로 응답하는 구조이기에, 한 국가의 AI 기술이 특정 사업자에 종속될 경우 산업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문화, 가치관, 사고체계 등 무형의 가치까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AI 기술을 단순히 산업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시각을 확장시켜, 국가가 디지털 주권 보호를 위해 AI 가치 사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Sovereign AI"라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1> 신AI제국주의: 생성AI가 불러온 지정학 환경 대변화(출처: 네이버 퓨처AI센터)
국가별 AI역량을 비교할때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여기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국가별 AI의 수준과 여기서 한국의 위치일 것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이 국가별 AI 역량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약간의 격차를 두고 중국이 2위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으며 다른 국가들과 어떤 격차를 보이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각국의 AI 역량을 비교한 Tortoise Media의 'Global AI Index 2024'를 살펴보자. 'Global AI Index'는 83개 국가의 AI 역량을 이해하고자 122개의 지표를 구현, 혁신, 투자의 세 가지로 그룹화하여 AI 역량을 평가한다.1)
<그림 2> 미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나머지 82개 국가의 상대적 역량 차이(출처: Tortoise Media)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압도적인 역량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그 뒤를 중국이 따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8개 국가가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한국,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가 포함된다. 그 뒤를 4위 그룹이 따르고 있으며, 일본이 11위로 4위 그룹의 선두에 있다. 이 외에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네덜란드 등의 국가가 4위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우선 우리의 관심사는 동일 3위 그룹에 속한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이 될 것이다.
우리의 참고 국가로 프랑스,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에 주목
<그림 3> 2021-2023-2024 기간의 10위권 국가 역량의 변화(출처: Tortoise Media)
<그림 3>을 통해 3위 그룹까지 국가들의 현재 역량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면, 역량의 변화와 정책 간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국가는 프랑스다. 2021년 8위에서 작년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5위로 급상승했다. 프랑스와 견줄 만한 국가로 수학 강국이자 높은 연구 역량을 지닌 캐나다가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프랑스와 달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공지능 업계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음에도 3위 그룹의 선두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국가는 일본이다. 11위로 3위 그룹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적극적인 인프라와 모델 정책으로 AI 역량의 도약을 꾀하고 있어 내년의 위치가 궁금해지는 국가이다.
국가의 AI 역량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 역량, 인프라 역량, 정책 역량으로 나뉘어서 생각할 수 있다. AI 모델 개발은 높은 수준의 수학 및 공학적 역량을 필요로 하며 빠르게 따라잡기 어려운 전문적 역량이기에 AI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고급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또한 AI 모델이 빠르게 막대한 계산을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성능 GPU 및 메모리 반도체, 전력 수급 등을 담당하는 AI Datacenter 또한 필수적인 인프라 요소이다. 고성능 GPU와 이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는 일부 사업자만 생산할 수 있는 첨단 기술로 그 공급이 제한적이기에 개발 제약 조건이 될 수 있다. 또한 데이터의 활용, R&D 투자, 해외 사업자의 진입 등을 원활하게 하는 정부 정책 역시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기본 요소들을 기반으로 한국이 참조할만한 해외 국가들의 정책 현황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프랑스의 급부상은 인적 투자와 정부 적극성의 성과
프랑스는 인적 역량과 정책 역량이 두드러지며 급격한 국가 AI 역량의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초 역량 측면에서 높은 수학적 역량을 보유한 국가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즈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하였으며 구글, 메타 등 빅테크는 프랑스의 수학 인재를 흡수하기 위해 파리에 AI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4대 석학으로 불리우는 인물 중 한명으로 메타의 AI를 이끌고 있는 얀 르쿤도 프랑스 출신이다. 이렇게 우수한 인적 역량에 비해서 인프라 측면에서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데이터 접근성 측면에서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의 데이터양을 따라잡기 어려우며 유럽 내에서 인프라 요소 수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반도체 업체중 네덜란드에 ASML, ASMI 등 설비 공급업체는 눈에 띄나, GPU 공급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이미 2017년부터 AI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1차 시기(2018~2022)에는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하여 학제간 연구소 지원, 박사과정 프로그램 자금 지원, 공공 연구를 위한 컴퓨팅 투자 등을 시행하고 AI 스타트업 일자리 9000여명 증가, 관련 간접 일자리 70000개 창출이라는 성과를 내었다. 2차 시기(2021~2025)에는 1차 성공을 기반으로 1/3은 민간 투자를 끌어냈으며 AI를 산업적으로 전파하는 방향으로 피보팅을 하여 ‘25년까지 약 500여개 중소기업의 AI 솔루션 도입 및 이용을 지원하고 학생 총 3700명(학부 2000, 석사 1500)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프랑스는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해외 투자를 적극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전면에 마크롱 대통령이 나서고 있다. 정부가 주최하는 국제 투자 유치 행사인 ‘Choose France’ Invest Summit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투자 유치 성사를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아마존과 MS는 각각 12억 유로, 40억 유로를 AI 데이터센터와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결과적으로 프랑스는 해외 사업자를 통해 고성능 GPU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프랑스의 AI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으며 Mistral AI와 Hugging Face라는 유니콘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프랑스 출신으로 OpenAI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Mistral AI는 2024년 6월 기준 2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성장한 프랑스 스타트업으로 창업자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 출신이다. Mistral AI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한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 전 프랑스 디지털장관인 세드릭 오로 마크롱 대통령과 직통 전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EU의 AI법 초안으로 데이터 수집 내역(’Data Recipe’)을 공개해야 할 상황에 놓였을 때 세드릭 오 전 장관이 마크롱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초안의 해당 조항을 폐기토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유니콘 기업이자 현재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Hugging Face, 에릭 슈미트가 기부하여 설립한 비영리 연구소 Kyutai, 아마존과 삼성 등이 투자하고 있는 H AI, 미국에서 탄생했으나 프랑스의 적극 투자를 받고 프랑스로 본사를 옮긴 Poolside AI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프랑스 스타트업이다.
캐나다는 장기적 인적 투자에 성공했으나 인프라 정책이 늦어짐
캐나다는 우수한 인적 역량과 장기 투자를 바탕으로 AI 역량 부분에서 높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인프라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전체 역량 평가가 하향하고 있는 나라이다. 인공 지능 분야의 4대 석학 중 2명이 캐나다 학자인 제프리 힌튼과 요슈아 벤지오로 제프리 힌튼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리차드 서튼, 아론쿠처, 도라나 프리보스 등의 유명한 학자들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장기적 안목에서 AI 정책을 수립하고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을 진행하기 위해 1982년 설립한 고등연구재단(CIFAR·시파)가 있다. 시파는 AI 연구에 단기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1990년대 초반부터 AI 투자를 지속했으며, 인공신경망 연구가 낮은 전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던 2004년에는 AI 대부 요슈아 벤지오, 제프리 힌튼, 얀 르쿤의 연구그룹에 50달러를 지원하면서 AI 업계는 2010년 이후의 딥러닝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장기 투자로 일궈낸 우수한 석학과 대학 수준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역량이 매우 낮게 평가되어 토론토 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비 1/90, 프랑스 대비 1/4 수준으로 평가된다.2) 이에 대해서 캐나다 혁신과학부 장관은 ‘We have the brain, Now we need the mainframe.’이라고 촌평하기도 하였다.3)
<그림 4> Canada’s Compute capacity vs peer jurisdictions(자료: Toronto Metropolitan University)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AI 역량과 인프라의 gap을 해결하기 위해서 올해 AI Sovereign Compute Strategy을 수립하였으며 인프라 확장에 24억 캐나다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예산의 대부분(20억원)은 AI 자원을 확보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며, 해외 GPU/TPU 확보는 물론, 국내 컴퓨팅 자원을 확충하여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데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캐나다는 재생 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확장하여 RE100달성을 목표로 하는 빅테크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수력 발전을 주력으로 하여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Vangtage Data Center 프로젝트를 실행중이며, MS와 캐나다 ATCO Group이 협력하여 태양광으로 운영되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 중이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인프라 허브로서의 역할
싱가포르는 인프라 역량과 정책 역량이 두드러지는 국가로, 이미 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빅테크가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약 60% 이상이 싱가포르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시아, 유럽, 미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국제 해저 케이블이 모여있어 이를 활용하여 빅테크 유입을 더욱 촉진시켰다. 그러나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밀집으로 인해 전력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한동안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을 중단했으나, AI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증하는 이 시점의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전력 공급 및 운영의 지속 가능한 방식을 조건으로 신규 설립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또한, 사업 친화적 정책을 통해 해외 사업자를 유치해온 싱가포르는 다양한 세금 혜택, 투자 및 금융 지원, 간소화된 규제, 무역 및 국제화 지원 정책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왔다.
일본은 해외 역량을 적극 유치하여 빠르게 성장 중
일본은 뒤처진 AI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우선 인프라 역량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일본의 강점인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은 주요 자원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분야의 뒤쳐진 격차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유사하게 데이터 센터 80%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있는 환경으로 이를 분산하기 위해 100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수도권 이외 지역 투자 시 데이터 센터 건설 시 재산세를 25% 이상 감면해주는 등의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투자 유치 성과로는 오라클로부터 10년간 1조 2000억엔, MS로부터 2년간 4400엔(연구 거점 설립 포함), 아마존으로부터 5년간 2조 2600억엔을 확정하여 싱가포르를 대체할 아시아 지역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여 인적 역량 부족을 보완하는 정책을 추진 중으로 매년 100여명의 해외 AI 전문가를 초빙하고, 외국인 창업 확대를 위해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특별인재 비자를 신설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
국가가 글로벌 시장에 나선 사업가처럼 협상을 준비할 필요
이처럼 각국의 사례를 보면 Sovereign AI 정책은 각 국가의 자원과 역량 수준에 따라 정책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3, 4위 그룹의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이다. AI 기술 발전은 논문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용화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자국의 강점을 활용해 해외 역량을 흡수할 기회를 만들고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핵심 협상 대상인 AI 빅테크는 아시아의 AI 데이터센터 허브가 필요한 시점으로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에 비해 아직 뚜렷한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 인프라 유치를 위해서는 AI 데이터 센터의 입지와 에너지 공급의 이점을 정책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협상 자세 역시 필수적이다.
모델 개발 역시 해외 역량 있는 개발자를 적극 유치하여 국내 역량을 견인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 창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구글 출신의 개발자와 일본인이 공동 창업한 ‘사나카 AI’라는 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으로 성장한 ‘사나카 AI’는 해당 모델은 일본어에 특화되어 있는 언어 모델과 비전/이미지 모델을 개발하여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일본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생태계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는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그림5> 각 국의 세부 지표 평가 결과(출처: Tortoise Media)
다만 상기 <그림 5>를 참고하면, 한국의 인적 역량은 일본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논문 실적을 반영한 Research 역량은 한국이 13위, 일본은 20위이며, 기업 특허 실적을 반영한 Development 역량은 한국이 3위, 일본이 14위로 나타났다. Development 순위가 높은 것은 기업 중심의 R&D 구조에서 특허 출원에 특화된 결과이며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량 있는 민간 기업의 오픈소스 공개는 각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면 AI 모델 자체 뿐 아니라 전후방 가치사슬의 성장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의 메타, 프랑스의 Mistral AI, 일본의 사나카 AI처럼, 한국에서도 민간 시장에서 AI 생태계를 자극할만한 모델을 오픈소스로 푸는 기업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프랑스의 Mistral AI와 일본의 사나카 AI의 성공 배경에는 정부의 교육, 투자, 외교 등 다양한 정책 패키지가 동원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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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rtoise Media. “The Global AI Index 2024.” Sep. 2024,https://www.tortoisemedia.com/intelligence/global-ai/.
2) SciNet. “About SciNet.” Advanced Research Computing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Accessed 21 February 2024,https://www.scinethpc.ca/about-scinet/.
3) The Dais. “Can Canada Compute? Policy Options to Close Canada’s AI Compute Gap.” Mar. 2024,https://dais.ca/reports/can-canada-compute/.
4) KOTRA. “‘아날로그 일본'의 퀀텀점프, 빨라지는 日 AI 기술·서비스 도입 속도.” 5 April 2024.
5) Japan data centres: algorithm, resilience and carbon neutral. Jll. 202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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