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천의 디지털경제 이야기 <20> 오픈에이아이의 정체성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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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에이아이(OpenAI)는 정체성이 조금 혼란스럽다. 누구나 사용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기관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챗지피티 개발을 위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OpenAI LP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이윤을 제한적으로 추구한다(capped profit)는 단서가 붙어 있다. 챗지피티의 엄청난 개발을 이루고도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인공일반지능(AGI)의 위험성에 대비해 개발을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클 때도 있다. 개발내용을 모두 공개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다가도 최근에는 비공개로 돌아섰다.
지난주 오픈에이아이의 주요 설립자 중 하나이면서 이사회 멤버인 일리야 슈츠케버가 오픈에이아이를 떠났다. 슈츠케버는 작년 말 샘 알트만을 이사회에서 축출할 때 주역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알트만이 축출됐던 이유는 경영방식이 오픈에이가 표방하는 안전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의 개발이라는 미션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 단초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들은 효과적 이타주의라는 사조의 신봉자들이 알트만의 기업가적 경영 방식과 충돌했다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슈츠케버가 물러남으로 오픈에이아이의 경영권은 알트만의 품 안에 들어갔다. 또 슈츠케버가 이끌던 정렬(alignment)연구팀도 해산하게 된다고 한다. 이 부서의 임무는 인공지능의 역작용을 제거하고 부적절하게 이용되는 것을 막기위한 제어를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작년, 알트만을 해고할 때 "전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인공일반지능(AGI)을 구축하려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변명했던 슈츠케버였다. 그가 떠남에 따라 오픈에이아이의 성격과 방향은 이제 보다 명확해 질 것 같다.
오픈에이아이의 모호한 정체성은 내부갈등을 양성하고 있었다. 매스컴에서 분석했듯이 효과적인 이타주의를 표방하는 그룹들과 비영리기관으로서의 개방적 개발을 표방하는 방침, 그리고 알트만의 기업가적 경영을 추구하는 그룹이 혼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영노선의 갈등이 이제는 정리될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쫓겨났던 샘 알트만이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거액을 투자한 투자가들과 벤처캐피탈들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었다. 특히 가장 큰 자금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알트만의 복귀를 강력히 요구했고, 알트만이 복귀하지 않으면 투자자금을 동결 할 것이라는 협박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90%의 임직원들이 알트만의 복귀를 원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로 집단 이직할 것이라는 연대서명 위협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뒷 이야기로는 임직원들은 알트만의 리더십이 상실된다면 1등가업에 종사한다는 직업적인 비젼과 스톡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산 형성의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오픈에이아이는 비영리기관을 표방하고 사회에 대한 공헌을주장했지만 많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욕망과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픈 에이아이는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커밍아웃할 시기가 되었다. 인공지능의 개발을 개방 협력함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오픈에이아이의 철학이었다. 역작용을 제거하고 안전한 이용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창업사명이었다. 그러나 샘 알트만의 기업가적 소신에 따른 경영은 이같은 사회를 향한 명분과는 괴리가 있다. 알트만의 오픈에이아이가 인공일반지능 경쟁에서 1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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