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쯤, 어떻게 끝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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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으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불과 며칠이면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한다던 당초 공언과는 달리 오히려 고전하며 전쟁이 길어지자 글로벌 경제 각 부문에도 타격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각국이 지난 2년 여 동안 코로나 대유행 사태 대응으로 담대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일관해온 끝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면서, 미국 등이 적극적으로 긴축 방향으로 전환하자 글로벌 금융시장마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에 이어 전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점하는 세계 3위의 산유국이다. 유럽 각국은 천연가스 공급량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경제적 연계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접하다. 이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도 유수의 생산국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국들과 러시아 간에는 이런 석유, 식량 등 각 방면에 걸친 교역 관계가 큰 혼란에 빠져 있고, 그만큼, 글로벌 사회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향한 갈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간의 역사적 배경 및 전쟁과 관련된 전세계 양대 진영의 복잡한 대립 구도를 감안하면, 비록 양측이 모두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다고 해도 쉽게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誌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여러 상황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아래에 이 내용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신 상황을 살펴보고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 및 예측 가능한 시기 등에 대한 해외 보도 내용들을 정리한다.
■ “러시아, 동부 ‘돈바스’ 지역 장악에 주력, 실효 지배 기정사실화”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를 포함한 북부 지역 공격을 포기한 대신 동부 루간스크(Luhansk)州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의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Severodonetsk)를 점령해서 이미 제압한 남동부 마리우폴(Mariupol)에 이어 전과(戰果)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책임자는 수일 내에 불가피하게 철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TACC) 통신을 포함한 해외 미디어들은 루간스크주 친러시아 무장 세력인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간부가 “우크라이나 측 퇴로를 이미 완전히 차단하고 전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주장했다고 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제압한 다음 루간스크주 전역을 장악했음을 국내외에 과시할 것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근 도네츠크(Donetsk)州 지역에도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루간스크, 도네츠크 두 주를 포함하는 돈바스(Donvas) 지역을 점령할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은 최근 며칠 간에 주택 90% 이상이 파괴됐고, 주민 1만3천명이 지하 혹은 피난소에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며칠 동안 이 지역에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고도 전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친러시아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러시아가 여권을 발급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미 지난 4월에 완전 지배를 선언했던 남부 헤르손(Kherson)주 및 자포로지에(Zaporozhye)주 주민들에 대해 러시아 국적 취득을 위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통령令에 서명했다. 이와 함께, 5월 이후 동 지역에 공식 통화를 루블화로 이행한다고 발표, 주민들의 루블화 통용을 확산시킬 방침으로 있다고 알려진다. 일부 관측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의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 국적 취득을 간소화하는 것은 러시아 여권을 가진 징병 적격자들을 강제로 병역에 복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Nikkei)
■ 푸틴, 獨 佛 정상들에 “경제 제재 해제하면 곡물 수출 의향” 시사
한편, 해외 미디어들은 러시아 대통령실이 27일 푸틴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네하머(Karl Nehammer)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 러시아 책임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굴지의 곡물 수출국이나, 러시아 침공 이후 곡물 출하가 정체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밀 등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푸틴 대통령은 28일 프랑스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및 독일 숄츠(Olaf Scholz) 총리와 전화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등을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 유럽 등에 의한 대 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곡물 가격 급등 등 세계적 식량 위기는 “서방 국가들의 잘못된 경제 정책 및 對 러시아 제재의 결과” 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밀 수출의 30%를 차지하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흑해에 면한 오데사(Odessa)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정체되고 있어,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오데사 항구는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흑해에 면한 우크라이나 물류 요충지이나 러시아 함대가 봉쇄하고 있어 우크라이나産 곡물 수출이 정체되어 있다.
프랑스 측 발표에 따르면, 마크롱(Macron) 대통령과 독일 숄츠(Scholz)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적의 요충지인 남부 오데사(Odessa) 항구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두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 측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검토를 진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영국 존슨(Boris Johnson)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항만 봉쇄 해제 방안을 협의했다고 확인했다.
■ 英 FT “동부 ‘돈바스’ 지역 공격에서 러시아군의 한계가 드러나”
이런 가운데, 영국 The Financial Times도 러시아군은 최근 1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Donvas) 지역에 대한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어,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완전 포위하기 위해 최후의 25Km 정도 진격을 남겨놓고 공격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 보도는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 주변에 대한 러시아군의 맹렬한 포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개시 이후 최대 규모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은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에서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포위에 성공하게 되면 3개월에 걸친 공격으로 남부 마리우폴(Mariupol)시 지역을 완전 장악한데 이어 두 번째 포위 작전에서 커다란 전과를 올리는 셈이 된다. 이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장악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목표를 이 지역 완전 장악으로 바꿔서 삼고 있는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 지역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친 러시아 독립 무장세력이 지배해 오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이번 공격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 지역 포위 작전 성공을 계기로 이 지역을 아예 지상에서 소멸시키려는 ‘초토화’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he Financial Times는 서방측 정부 관계자 및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의 이번 공세를 감안하면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혹한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향후 전쟁 과정에서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의 병력 및 장비 격차가 주요 승패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왕립안보연구소(RUSI) 전문가는 “러시아군은 완전 소모되지 않았고, 무력하지도 않아 전투를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손해를 안겨줄 수도 있다” 고 평가했다.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50~1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통상, 전사자의 약 3배의 병사가 부상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측은 3일에 1,000명씩 병력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병기(兵器) 수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20배에 달하는 우세에 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2개월간 23,000명이 사망했으나, 3개월째에는 6,000명이 전사했다. 최근 들어 직접 교전을 피하고 포격 위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병력 및 군 장비 보충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비록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을 제압해도 필요한 병력 보충 및 장비 보급이 어려워지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특별작전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 고 밝혀, 3개월에 걸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실토했다, 한편, 영국 국방성은 러시아군은 지금 50년 전에 만들어진 T-62 전차를 투입하고 있다며 현대 장비 부족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만큼 러시아는 지금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만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시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 “미국의 모호한 입장으로 우크라이나, 유럽과 단합이 흔들릴 수도”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을 당시, 전세계에서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밀리(mark Milley) 합참의장은 침공 직후 의회에서 행한 비공개 보고에서 수도 키이우(Kyiv)가 72 시간 내에 함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랬던 미국이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들여가며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 사회에는 힘에 의한 국경 현상 변경은 허용치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나서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자신감 넘치는 수사(修辭)와 달리, 장차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날 상황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속내가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strategic defeat)’를 안겨줄 것이라고 하나, 구체적으로 이것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를 어떤 형태로 해결할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영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밝혀진 미 국가안보위원회(NSC) 내부 논의 자료 초안에서, 미국은 민주적이고, 주권을 가진, 독립된 우크라이나를 추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는 러시아는 확실한 ‘전략적 실패(strategic failure)’로 끝나게 할 것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초안에는 “우리(미국)는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갖게 하기 위해 전장(戰場)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실패(failure)’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관측한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우크라이나에 효율적인 군사 지원을 하고 있으면서도 혹시 궁극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낳을 수 있는 국경 타협을 하도록 압박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정교한 균형을 취하면서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동맹국들은 이런 미국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주일 동안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모종의 휴전 및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스테파니니(Stefano Stefanini) 전 이탈리아 NATO 대사는 “지금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패배(losing)’, ‘不승리(not winning)’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미국의 막판 플랜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고 말한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미국을 위시한 동맹국들 간의 연대가 얼마나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도 국제 사회의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 “미국의 막판 플랜, 우크라이나의 결단, 유럽의 인내심이 관건”
사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 원조를 보내며 장기 지원 결의를 보이고 있으나, 실은 아주 조심스럽게 자제하고 있다. 그 증거로 미국은 막대한 군사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공급은 주저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미국의 군사 물자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것만은 극력 피하고 싶은 것이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에 안겨주려는 ‘전략적 패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도 러시아는 글로벌 사회의 계속되는 경제 제재 및 수출 통제 등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쿤스(Chris Coons) 민주당 상원의원은 “푸틴은 이미 대의(大意)에서는 패전한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스웨덴 및 핀란드가 NATO 가입을 신청한 것도 러시아에는 패배의 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
미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 채럽(Charap)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는 전쟁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불구하고 약화될 것” 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더욱 약화된 상황에서 더 많은 NATO 국가들에 둘러싸여 고립되어 ‘국제적 부랑아(浮浪兒)’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대해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흑해 봉쇄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아 경제적으로 궁지로 몰아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전세계 식량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최근 TV 인터뷰에서 ‘침공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만족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불필요한 손실을 막고 2월 24일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승리로 간주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렇게 즉시 휴전을 원하는 유럽 동맹국들과 2월 24일 이전 회복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간 입장’ 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을 압박하지도 않으면서 전쟁 상황이 확대될 것에도 유의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 “EU, 러시아産 석유 수입 금지 결의,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 타격”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단합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유럽 동맹국들 중 다수가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 국가정보국(NI) 헤인스(Avril Hanes) 국장은 의회 보고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간 단결이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결국 약화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고 증언했다. 사실, 최근 들어 유럽 동맹국들은 화평(和平)을 압박하며 미국 입장을 앞질러가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Macron) 대통령은 최근 휴전 필요성을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 조건을 책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드라기(Mario Draghi)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에서 즉시 휴전 및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와의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감안해 보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사회에는 우크라이나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국경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남겨둬야 한다는 미국 입장은 일부 동맹국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스테파니니(Stefanini) 전 이탈리아 NATO 대사는 현 시점에서 전쟁의 궁극적 목표가 하나도 명확한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무엇보다 전쟁 확대를 우려하고 러시아의 항만 봉쇄로 식량 수출이 막혀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을 우려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전쟁 상대국인 러시아와 대항하는 한편, 유럽 동맹국들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채럽(Charap)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이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이익이 일치하고 있으나 앞으로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EU 정상들이 31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금년 말까지 9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추가 제재 방안에 합의한 것은 러시아에게는 최후의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대통령은 합의 직후 “러시아에 전쟁 종식을 위한 최대의 압력” 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4월 러시아 석유 수출의 40%가 EU 상대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EU의 결정으로 러시아는 석유 수출을 중국 및 인도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추가 제재에는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를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서 배제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러시아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 “戰場에서 승리해도 전쟁은 협상을 통해 종식”
영국 The Economist는 최근 우크라이나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은 전장(戰場)에서 승리해도 오직 협상을 통해서만 종식될 수 있을 것” (The War in Ukraine will be won on the battlefield but can end only through the negotiations) 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서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입장에서 보면, 화평(和平)을 추구하는 그룹(peace party)과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세력(justice party)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전했다.
독일 및 이탈리아는 휴전을 주장하며 정치적 해결을 위한 협상 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이의 대척점에 영국, 폴란드, 발틱(Baltic) 국가들이 있다. 미국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공격용 무기 공급을 엄격히 자제해 오고 있다. 미 오스틴(Lloyd Austin) 국방장관은 지난 달 키이우(Kyiv) 방문 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러시아를 약화시키도록(win and weaken)’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 화평론을 수용했다. 키신저(Henry Kissinger) 前 국무장관도 최근 Davos 포럼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에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이 영구 동맹 강화로 발전하도록 몰아가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ICS의 올리커(Olga Oliker) 연구원은 “지금이야 우크라이나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주문(呪文)에 휩싸여 서방국들 간의 균열 조짐이 봉합되어 있으나, 앞으로 미국, 유럽 및 우크라이나는 각자 상대방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입장을 조정해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보다도 서방측의 지원국들과 더 많이 협상해야 할 지도 모른다” 고 강조한다. 화평론자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당사국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인적, 경제적 희생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반면, 정의론자들은 대 러시아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국제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거의 전적으로 러시아의 의중에 달려 있으나, 정작 러시아는 당장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역설(逆說)은 양측 모두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정치 분석가 페센코(Volodymyr Fesenko)씨는 “일단 상황이 교착 상태에 봉착하고 양측이 인식을 공유할 경우에만, 잠정적이나마 화평을 위한 대화가 가능할 것” 이라고 말한다. 결국, 비록 당장 전쟁을 끝낸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되찾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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