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 <3>대(對) 중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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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윤석열 정부의 대외환경: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정세의 대변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중관계 역시 경제와 기술 차원의 기본적 국가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와 체제 대결로 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즉 중국(러시아)과 미국(서방국가)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진영 對 권위주의 진영이라는 이념적-진영적 대립 흐름으로 전개되면서 신냉전 분위기가 점차 도래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미국과 러시아간 새로운 냉전적 대결구도가 형성되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월7일 열린 양회(兩會)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라며 “국제적인 분위기가 아무리 험악해도 양국간 포괄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월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중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강화를 통한 국제질서 다변화 추진과 새로운 천연가스-원유 공급 계약 체결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나토(NATO) 동진과 인도-태평양 전략(쿼드, 오커스 등)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며 중러 안보협력 필요성을 다시금 밝혔다. 특히 중러 정상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하고 아프칸 철수와 국내정치 분열이라는 대내외적 위상 하락을 주목하면서 미국 주도의 패권적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다자주의 국제질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대내외적 위상 하락에 맞춰 푸틴 대통령과 군사-안보-외교-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방면에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을 한층 더 공고화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금년 11월 20차 당 대회에서 장기집권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지도부 입장에서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서방국가들이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거나 왜곡하는 일련의 정치-외교적 행동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 관계에 대한 각종 분석과 평가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으나 적어도 중러간 전략적 안보협력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대응과 공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지도부는 전 세계 지정학적 충돌지점으로 1.우크라이나 2. 아프가니스탄 3. 남중국해 4. 대만해협 5. 한반도 등 5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놓고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간 제2차 그레이트 게임(second great game)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변화하는 국제환경 하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은 단행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대만해협을 포괄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역량을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예상과 달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여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고 종용하고 있으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중국해에서도 미중간의 군사적 충돌이 발발할 수는 있으나, 전면전으로 확전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아세안 (ASEAN)에 소속되어 있는 국가들은 미중패권경쟁 구도에 연루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역내의 중심성(Centrality)를 지키려 하기 때문에 대만해협 보다는 군사적 충돌의 개연성이 낮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제 중국이 가장 중요시 하는 대만해협에 대한 문제를 두고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며, 미국과 중국의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문제는 한국의 대응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시각이다. 중요한 점은 미중 양국모두 동아시아 역내에서 군사적 충돌을 바라지 않고 있어 한국의 지혜로운 대응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NATO)의 동진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쿼드(QUAD) 확대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 역시 유라시아와 역내 지역 대응 차원에서 매우 공고한 전략적 안보협력이 예상되며 한국의 차기 정부 대중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제정세의 대변화이자 대외환경의 가장 큰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중관계의 도전
2022년 3월 9일 열린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8% (약 24만여표)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되었다. 이번 윤석열 당선인은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로 한미동맹의 재건과 상호존중의 한중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을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중심으로 설정하여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미중간 균형 외교 기조와는 다른 외교안보 정책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윤석열 당선인은 3월10일 대국민 인사에서 △북한의 불법행동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한미동맹 재건 및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등 차기정부의 대외정책 노선을 밝혔다. 특히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2월 내외신 기자 간담회를 통해 외교안보 정책 기본 기조를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국제사회에 축적된 국제규범과 국제법규에 기반하는 예측 가능한 국제법치"에 따라 대외정책을 펼쳐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차기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보수정부로서 색깔과 가치관을 명확하게 내세우며 한미동맹의 단순한 복원이 아닌 새로운 재건(再建)에 모든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3월 11일 윤석열 당선인은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 대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가는 미국이며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속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혈맹관계로서 다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 강조하였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인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에 이어 한미일 3국이 한반도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중 정책은 상호존중의 새로운 한중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며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하여 새로운 역내 경제질서 변화에 맞추어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향후 윤석열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 동맹을 근간으로 미국 주도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 차원에서 쿼드(4자안보대화)와 파이브 아이즈(정보동맹) 참여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도 한미일 3국 공조에 기반한 남북미 3자 중요성을 강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한중관계는 매우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경제교역 확대를 보여주었으나 경제·사회 분야에 비해 정치·외교 분야 신뢰관계는 미흡한 상황으로 이는 한중간 중단기적 경제외교 치중과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따른 국력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결과로 표출되었다. 특히 한중관계가 주로 무역교역과 경제협력의 양적 발전에 중점을 주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실질적인 관계 내실화를 이루지 못하였고 미중전략경쟁 격화에 따른 북핵문제와 사드배치 등을 거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한계를 절실히 드러냈다. 아울러 최근 한국 내에서 미중전략경쟁 격화, 북핵과 사드문제,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동북공정과 역사인식문제, 한복과 김치논란, 한국전쟁과 항미원조 등으로 반중정서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한중관계에도 상당한 악영향과 함께 주요 도전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중이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작금의 한중관계가 직면한 다양하고 복잡한 대내외적 도전 요인들을 자의적 판단이 아닌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차기 윤석열 정부는 상호주의의 원칙하에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경제적 교류를 지속 유지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미국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Cliff Kupchan)회장이 이미 간파하였듯이,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정 기술분야의 탈동조화(Decoupling)현상이 추진되고 미국주도와 중국주도의 산업 공급망 생태계가 형성되어 갈수는 있으나, 냉전시대와 같은 완전한 양극체제는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미국도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중시하면서 양국간의 협력은 공간은 열어 두고 교류를 이어 나아겠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으며, 5억명 이상의 중산층을 가진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상호주의 원칙하에 중국과 협력, 경쟁, 대립의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고 미국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고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대중정책은 외교안보와 같은 주권사안이 아닌 무역, 통상, 의료, 환경 등 분야에서는 기본협력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으로 사실상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 수출시장, 투자대상국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25.8%를 차지하여 미국의 14.5%와 일본 4.9%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점차 시간이 갈수록 풀기 어려운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6자회담 개최국이자 북한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가로 역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양국의 전략적 이익을 적극 모색해야 나가야 될 것이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언급한 한중간 3불(不)합의 폐기와 사드 추가배치, 쿼드 가입, 한미일 3자안보협력 모색 등이 어떠한 절차 등을 통해 추진될 수 있을지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실질적인 정책으로 추진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미중경쟁 격화와 중러관계 강화라는 새로운 국제정세의 대변화 하에서 한중관계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한중관계를 더 이상 미중전략경쟁과 한미관계의 종속변수에서 벗어나 독립변수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이며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대중정책을 수립하는 고민이 요망된다.
차기 정부의 대중 정책 과제
윤석열 차기정부는 대중정책 추진에 있어 국제규범에 부합되도록 상호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한중 협력시대를 구현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강대국 중심의 위계적 국가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과 평등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한중관계를 모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대선 직후인 지난 3월11일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드 추가배치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안보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우려를 존중하지만 진정한 안보는 공통적이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한중간 공동안보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어 “한국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드를 한국의 내정과 주권의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아 지역에 대중 봉쇄에 쐐기를 박는 것”이라며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외교/국방, 외교/경제, 외교/과학기술 등 주요 분야를 놓고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의 정례화와 제도화를 통해 한중간 각종 현안과 갈등 요인을 관리해 나가고 내실 있는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해 나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1인 지배체제 확립과 2049년까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을 선포한 중국에서 보면 미중전략 경쟁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정세의 대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한미동맹 강화와 재건 차원에서 사드 추가배치, 쿼드가입, 한미일 3자안보협력 등을 구체화할 경우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뿐만 아니라 역내 정세는 신냉전(한미일 對 북중러) 안보환경의 대립 구도가 출현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대변화 속에서 새로운 대중정책을 세우는데 있어 무엇보다 전략적인 사고와 함께 정확한 대외환경 분석과 유연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변화 하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외교안보 사안들에 있어서도 한중간 보다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며 중량감 있는 전문가와 인사들로 구성된 대중 특사단을 조속히 파견하여 사전 정지작업이 요구된다.
금년은 한중수교 30년 주년을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해로 지난 30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양국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실질적이고 질적인 발전단계를 모색해 나가야 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양국간 악화된 상호 감정과 인식을 관리하고 경제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 나가며 북핵문제에 있어 한중협력을 새롭게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30년간 한중관계 발전의 주요 동력인 경제협력 분야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새롭게 발굴하고 조속한 한중-한중일 FTA 체결과 RCEP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중협력이 중요한 만큼 더 이상 특정 목적에 따른 자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에 기초하여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점진적인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목표에 부합되도록 공통 분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정세 대변화에 따른 미중간 전략적 경쟁 격화가 한반도 지역까지 확대 전이되지 않도록 전략적 고민과 조속한 정책적 대응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 전문가들을 중용하고 수시로 각종 외교안보 현안들을 자문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들을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원이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4월호 제19호] 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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