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81> 한강 노벨문학상, 개성 문체의 승리 -2000년대 문예진흥 위한 촉매돼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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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우리말 문체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최경란 씨와 함께 불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가 말하는 특질은 이렇다. “그의 글은 영혼의 심연을 헤집는다. 고통과 감정의 바닥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한한 섬세함’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고요함과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악몽조차도 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가히 ‘시적 산문’문체의 힘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는 말이다.
한강 소설의 불어 번역에 참여한 피에르 바지우가 언급하고 있지만, 한강 작가가 한국의 많은 작가들 가운데서 특출한 점은 그의 문체가 ‘영혼의 심연을 헤집는’ ‘ 무한한 섬세함’을 지닌 언어라는 점이다. 이 점이 한강의 소설이 기존 한국의 유명작가들의 소설과 변별되는 개성이다.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취약성을 폭로하는 그녀의 강력한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이 대한민국의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하면서 밝힌 수상자 선정 이유이다.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취약성을 폭로”하고 있으며 “강력한 시적 산문”을 선정 이유로 들고 있는데 나는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인간의 취약성’ 보다는 ‘강력한 시적 산문’에 더 큰 무게 중심이 놓이는 것이라 읽는다.
많은 소설작품들이 역사의 트라우마를 작품의 제재로 하고 있으며, 거대 권력에 맞서는 작품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취약성 역시 소설문학이 다뤄오는 흔한 주제이다. 그런데, 스웨덴 한림원은 소설문학이 다뤄온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취약성을 폭로’하는 일반적 주제를 다룬 한강의 소설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그런 작품들이 지니는 ‘강력한 시적 산문’을 노벨상 수상작을 선정한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적 아름다음을 지닌 문체로 이뤄낸 업적을 평가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강이 다뤄온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은 우리 최근세사에 가로놓인 역사의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이런 역사에 가로놓인 트라우마에 맞서면서, 극기해 나아가는 그의 글의 문체들이 매우 특이하다. 역사의 트라우마를 극기하기 위해 한강이 선택한 소설의 문체가 ‘함성의 언어’나 ‘일상 서사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이며 ‘비유의 언어’이다. ‘일상 서사의 언어’가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라면 ‘감성의 언어’ ‘비유의 언어’는 인간 영혼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인식의 언어이다. 시적 산문은 일상 서사의 언어가 이룰 수 없는 ‘꿈의 언어’가 지니는 큰 힘을 환기해낼 수 있는 언어이다.
한강 작가는 1970년 생, 한국사회가 궁핍의 현실을 떠나 현대화 사회로 전이되기 시작하는 시기의 한국사회에서 나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개성적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국력도 신장되어 세계 10위의 자리에 이르고 있다. K-컬쳐의 힘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문학표기의 문자인 한글의 활용력이 세계에 극대화 되고 있음도 목도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 「작별하지않는다」의 번역을 맡은 프랑스의 번역가 겸 편집자인 피에르 비지우씨는 그동안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최경란 팀장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했고,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의 프랑스어판 발간에 참여하면서 한강의 작품을 유럽 문학계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공로자다. 비지우씨는 1992년 문학 전문 출판사 ‘르세르펑 아플륌’을 공동 창립한 이래 30년 넘게 편집자 겸 출판인으로 활동해 왔다. 1990년대에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9년부터 햇수로 5년간 한국 작가의 작품을 주로 출판하는 마탕칼름(Matin Calme·고요한 아침)을 운영했다. 세계 문학 작품 출판계의 권위를 지닌 출판팀과 인연이 닿아 있고, 한국문학의 풍토에 깊은 이해와 능력을 지닌 번역가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쓰여져도 세계문학 시장에 소개되어 널리 읽혀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 한 작가의 작품을 감각, 정서 표현 깊이까지 번역해낼 수 있는 전문 번역가를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세계적 명망의 출판사와 번역자의 발굴이 필요 할 것이다.
1940년을 전후한 시기에 출생한 시인, 작가들이 1960년대 한국문학을 발전시키는 주역이었고, 1970년대 출생한 시인 작가들이 2000년대 한국문학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이제 2000년대 신세대가 한국의 문예진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1960년대 한국문학은 일제침탈의 역사 속에서 문학의 표현기제인 모국어까지 수탈당하는 불운을 떨치고, 한국어로 교육받고 한국어로 사유할 수 있는 신세대가 한국문학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0년대 말, 순수 한글세대의 시인 작가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문학어로서의 한국어의 활용 폭을 넓히고 연마시켰다.
1970년대는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기 시작한 시대이다. 1960년대 한국문학 자양분의 축적 위에서 사유하면서 외국문학과의 연계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무렵이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열매를 바라보면서 1970년대 출생 문학인의 튼실한 성장을 보게 되었다.
2000년대는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성장국가로 우뚝 서고있는 때이다. 신세대들이 욱일승천 성장하고 있다.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한국의 문화코드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2000년대 한국문학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신세대는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지 않은, 신감각의 젊은 문화 인재들이다. 지금은 대대로 한반도에 터잡아 살아온 민족 주체들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문화중흥의 때를 맞고 있다. 이번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문학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반가운 신호일 수 있다.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문화국력을 위한 촉매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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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불어판 소설집 '채식주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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