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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를 고발한다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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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04일 10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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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이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공익신고자에 대하여 공무상 기밀유출죄에 해당해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더군다나 법무부는 공익신고 신고 내용 중 휴대폰 포렌식 자료, 진술 조서 내용, 출입국 기록 조회 내용 등은 2019년 3월 안양지청 수사 자료였다는 점을 들어 공익신고자를 '검찰 관계자'일 것이라고 특정하여 공익신고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언급까지 하고 있다. 이에 신고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신청하였다고 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공익신고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고 제보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이다. 

 

내부 고발자 (內部告發者)의 사전적 의미는 진실을 밝힐 목적으로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이 저지른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을 말한다. 영미권의 'whistle-blower', 'deep throat' 라고도 한다. 내부고발자와 관련하여,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이다. 

 

관련 법률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위 기사를 접하며 30년 전 사건이 ​떠오른​다. 대표적인 내부공익신고 사례로, 1990년대 “이문옥 감사관 사건”이 그것이다. 감사원의 현직 감사관이 자신이 조사한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비율 감사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적용범위와 언론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 간의 관계를 둘러싸고 수년간 많은 논란이 제기됐었다.

 

당시 검찰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이 서기관을 구속기소하였고, 당시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감사관 구속에 대하여 법집행권의 남용이며 국민의 알 권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에서도 공직자의 비밀유지 의무와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했을 때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항소심판결을 확정하여 6년간의 기나긴 논쟁을 마무리 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3.9.6. 선고 90고단3615 판결, 서울지방법원 1995.2.21. 선고 93노6329 판결. 대법원 1996.5.10. 선고 95도78 판결)

 

1990년대 이후 다양한 내부 고발자 사건들이 있으나, 위 사건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과 유사한 내용이라 30년 전의 판결들을 살펴보았다. 당시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없었고,  사법부는 언론의 자유에 기초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였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2011년 3월 29일 법률 제10472호로 제정되어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제1조에서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동법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한과 의무이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장에서 ‘부패행위 등의 신고 및 신고자 등 보호’에 대하여 절차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 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비밀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 위 비밀규정에 비추어 보면, 법무부가 지난 2019년 3월 안양지청 수사 자료였기에 공익신고자는 '검찰 관계자'일 것이라고 특정한 점은 공익신고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언급이라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를 이유로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는 신변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법 제13조 신변보호조치), 공익신고등과 관련하여 공익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4조 책임의 감면).  또 공익신고를 이유로 하여 불이익조치를 받은 데 대한 보호조치 신청도 가능하다.​(동법 제17조)

 

민사상 3배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규정도 있다.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 공익신고자 등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공익신고자 등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3배 이하의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동법 29조의2 손해배상책임)

 

앞서 지적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의 공익신고자 관련 언급 중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그는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 기록들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은 공무상 기밀 유출죄에 해당한다.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특정 정당에 신고하는 것은 공익신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동법 제6조(공익신고)에 의하면,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 그 대상은 "1.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2.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3. 수사기관, 4. 위원회, 5. 그 밖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대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이다 

 

위 법 제6조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는 누구일까. 동법 시행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란 “1. 국회의원, 2. 공익침해행위와 관련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공사·​공단 등의 공공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시행령 제5조 공익신고 기관 등) 즉, ‘국회의원’은 동법 시행령에 의하여 공익신고 기관으로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다시 법무부의 발언으로 돌아가면,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 (정확하게는 여당이 아닌 야당 의원에게 수사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법상 규정된 정당하게 공익신고 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신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법무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라고 하기에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종합하면, 법무부 본부장의 발언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정면으로 반(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익신고 행위를 기밀유출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발언은 너무나 위험한 발언이다. 공익신고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누구든지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며, 신고 내용에 가령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책임 감면 조항도 있음은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더군다나 공익신고자가 검찰관계자 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추측성 발언을 하여 잠재적인 추가 공익 신고자들의 입을 막은 것이다. 

 

법무무는 이번 사건에서 불법 출국금지를 행한 의혹부터 확인하여야 한다. 공익 신고자에 대하여 형사 고발을 하겠다는 것은 역사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출국금지하는 과정에 법이 규정한 절차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 보아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법무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조차 없었던 30년 전 “이문옥 감사관 사건”을 다시금 살펴 보아야 한다.  ‘공직자의 비밀유지의무와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했을 때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이 무엇인지 법을 떠나 고민해 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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