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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총선은 전쟁(戰爭)이 아닌 경쟁(競爭)이 되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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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07일 18시22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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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쟁하는 날이 아니라, 국민과 국민에 반하는 세력 간의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듣고 매우 슬프고 실망스러웠다.

이 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이루어진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와의 토론(2024년 4월 1일)에서 내뱉었다.

 

이 말은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 총선에서 이겨야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총선 전략으로 삼은 것은 망국(亡國)을 초래한 조선 시대 사색당파의 수괴들과 다름이 없다. 사색당파의 수괴들은 모두 자기 당파의 권력 쟁취에 몰두하여 결과적으로 국가와 민생을 망가뜨렸다.

 

하나의 국가공동체는 유기체의 특성을 갖는다.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 기업, 각종 민간 조직들, 그리고 이들의 활동 질서와 규범을 정하고, 이를 관리 집행하는 국회, 사법부, 행정부와 그 산하 유관기관들이 이 유기체를 구성한다.

 

국가유기체의 구성 인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그 성과 수준(performance level)이 높아진다. 그 원활성은 구성인자들을 움직이는 법-제도와 사람의 마음 자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 법과 제도가 유기체의 효율적 운용에 적합하게 설정되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이 상호 협조-타협적일 때, 이 유기체의 성과 수준은 높다. 그 반대일 경우엔 당연히 성과 수준이 낮다.

 

현시점에서 본 한국이라는 유기체의 성과 수준은 어떤가?

 

경제 성장률이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도 2%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2%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3% 수준이고 앞으로도 그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80년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7.8%였다.

 

국가 총부채는 2023년 현재 6,000조 원 수준이다. 국가, 기업, 가계가 과다부채의 무거운 짐을 안고 있다. 2023년 현재 기업들의 4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고, 이런 상태를 3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 이들 중 절반이다. 그러나 어떤 유력 정치인도 구조조정과 고통 분담에 대한 호소를 못하고 있다. 국가 미래보다는 현재의 “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경쟁력은 2016년엔 세계 5위로 평가받았는데 2020년엔 6위로 밀렸고 2025년엔 더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인 5대 산업의 핵심 기술과 핵심 기술 인력 확보 상황과 전망도 밝지 않다. 이들 산업 모두 그 경쟁력과 적정 수익성을 유지 상향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인 AI 부문에서 뒤져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계층 간 양극화는 완화되고 있는가? 아니다.

2011년-22년 사이에 소득, 자산, 부동산 양극화 지수 모두가 더 나빠졌다. 소득 양극화 지수는 4.86에서 5.23으로, 자산 양극화 지수는 91.4에서 125.4로, 부동산 양극화 지수는 16.6에서 29.8로 각각 악화되었다.

이 기간에 한국은 좌파 정권과 우파 정권을 다 경험했다. 특이한 것은 좌파 정권에서 부동산 양극화, 자산 양극화가 더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출산율,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고 빠르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의 늪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다. 이로 인하여 한국 사회의 역동성, 유연성, 개방성은 약화되고 경직성, 폐쇄성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매우 나쁜 성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유기체 구성 인자들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망가뜨렸을까?

 

필자는 정치 사회분열이라고 판단한다.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적 기반이되는 투표권자들을 배타적 집단화하려고 시도하고 그 집단의 크기에 따라 유력 정치인이 되는 흐름이 2,000년대 들어와 강해졌다. “국민을 갈라치기 해서 자기 편이 더 큰 부분이 되면 권력을 손에 잡는다”라는 정치 전략이 횡행하게 된 것이다.

 

그 분열 정치의 결과 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법과 제도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하게 개정되지 못했고, 조직과 사람들이 정치적 분열의 홍수에 매몰되어 협업과 타협에 저항 또는 소극적이게 되었다.

 

지난 2월 7일 한국 축구팀은 일반적 예상을 깨고 요르단에게 2-0으로 패했다. 게임 내용도 한국이 열세(劣勢)였다. 며칠 뒤 축구 팬들은 그 원인을 알고 분노했다. 이강인 선수가 주장이자 대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그 후유증으로 축구 시합 현장에서 두 선수 간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팀 전체의 팀웤도 깨졌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축구팀도 선수와 주장, 감독과 전술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한 선수가 국가 간 축구 대항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기 성깔을 부린 결과 한국팀의 팀웤이 깨졌고, 그래서 약체인 상대팀에게 패했다.

 

한국이라는 국가유기체가 세계 국력 올림픽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려면 구성 인자들 간의 통합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의 국력 강화를 위해서 개인, 기업, 국회, 사법부, 행정부 등 한국팀의 구성인자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 타협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 대표라는 유력 정치인이 ‘전쟁’이라는 파괴적 용어로 국민 갈라치기를 총선 전략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그가 이겼다 하자. 그러면 경쟁 상대인 국힘당의 입장은 무엇이 될까? 마찬가지로 갈라치기로 대항하지 않을까?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여 상시 사회적 내전 상태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이라는 유기체는 어떤 성과를 내고 국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분열을 정치 전략 수단으로 택한 정치인은 그가 원하는 권력을 얻게 되겠지만 그 대가를 한국의 미래 세대들이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여러 나라들과 경제 올림픽을 치르고 있고, 그 올림픽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일거리도 일자리도 모자라게 되어 곧 경제적 궁핍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흥망은 그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50년대 초까지 세계 7대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 1970,80년대에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 국민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은 그들의 선배 세대들이 현재의 인기만 추구하고 미래를 무시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선택해서 국가 운영을 맡긴 결과이다.

 

우리 후배 세대들이 좌절보다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미래 한국을 위해서 분열이 아닌 통합을 외치는, 전쟁이 아닌 정책 아이디어 경쟁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당선되는 4월 10일 총선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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