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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 원인과 대책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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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0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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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고랜드발 충격으로 자금시장 경색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강원도는 테마공원인 레고랜드 개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디폴트 선언은 급속한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가뜩이나 불안하던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어음 및 회사채 시장의 혼란을 촉발했다. 

 

기업어음시장에서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연 3~4% 금리에 발행이 가능했던 게 연 7% 이상으로 금리가 오르고, 우량회사채(AA-, 3년물) 금리도 5% 중반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그나마도 발행 물량이 채 소화되지 않는 등 자금시장 경색이 본격화되었다. 우량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차인 신용스프레드는 2009년 9월 서브프라인 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정부는 강원도의 디폴트 선언 이후 3주나 지난 10월 20일에야 은행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와 1.6조원의 채권안정펀드 가동 조치를 내놓았다.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일이다. 다행인 건 곧이어 일요일인 10월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여 2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 조성 등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10월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적격담보증권 확대 및 RP매입한도 증액 등의 대책을 발표하는 등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디폴트 선언이 자금시장의 ‘발작’을 촉발한 건 사실이지만, 올해 들어 자금시장은 급속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미 쏠림과 구축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한전채와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였다. 최고 우량채권이라 할 수 있는 한전채는 올해 10월 20일까지 23조원 넘게 발행되었으며, 은행채도 급증하여 채권시장 내 비중이 40%가 넘는 수준이다. 적자규모가 40조원이 넘는 한전으로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고, 유동성 규제비율을 맞추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파생상품 거래 담보금액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채 발행 역시 개별 기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자금시장의 조달경쟁이 심해지고,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한편, 시장유동성 경색이 신용시장으로 전이되면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어 기업 부실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라는 견지에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금리 상승 또는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 과정이 시장 충격의 확산이나 흑자 도산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금융긴축(orderly financial tightening)’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유동성 혹은 자금시장의 혼란이 신용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기민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다소 늦었지만, 우리 정부의 다양한 유동성 지원 패키지는 자금시장의 혼란을 점차 줄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정작 걱정은 기업들의 자금 이동 수요가 몰리는 올 해 연말과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바 우리 또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와 외국인 투자 유출 우려 등 대외 건전성에도 촉각을 세워야 하니 말이다.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나 꾸준히 증가해 온 순외화자산 규모 등 대외건전성은 나름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이든, 시장이든 대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되면 우리로서는 통제 불가능한 불확실성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각별히 유의해야 할 일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신용시장의 위험, 특히 기업의 펀더멘탈 약화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신용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모니터링 그리고 적기 구조조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금시장의 유동성 충격이나 발작에 대해서는 기민한 유동성 완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IMF도 제언하고 있듯이, 이는 물가와 대외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와 얼마든지 병행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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