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바이든 승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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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2020-31](2020.12.10.)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지난 3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15만 명이 희생되었고 12월 3일 현재 총 희생자 수는 27만을 넘었으며,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82명이다 (NYT). 총 사망자 수는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사망자 수의 30배이다. 미국 전국 3,025 카운티 328,69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희생자 수가 낮은 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갈 경우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2.5%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코로나 19 희생자 수가 지난 두 달간 4배 증가하면서 바이든 지지와 트럼프 지지에는 0.6% 격차가 생겼다.
팬데믹은 자연재해의 일종이다. 자연재해의 발생과 통제는 집권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난다. 자연재해는 집권층에게 재앙이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정치와 상호 교차하여 선거에 영향을 준다. 투표자는 자신의 신뢰하는 정치 지도자의 선호에 의존하여 선거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투표자의 결정은 다시 엘리트층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쌍방향 소통에 참여한다. 이처럼 미국 시민의 투표는 바이든 정부가 팬데믹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누가 바이든을 지지했나?
미국의 2020 대선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이 최대 동원전을 펼쳐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이 후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 팬데믹은 2020 미국 대선에서 투표자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전통적 이론은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를 예측한다. 역사는 집권 세력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는 자연재해 급 변화가 발생할 경우 현직은 재집권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대공황의 위기에서 실시된 1932년 선거에서 후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반적 상황에서는 즉 팬데믹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정책적 성과와 정당일체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투표 결정은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첫째, 회고적 투표이론은 투표자는 소비자처럼 경제적 효용의 유·불리에 따라 투표 결정을 내린다고 제시한다. 투표자가 현직 대통령이 경제 등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면 다시 찍어줄 것이고 아니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투표자는 편익 계산으로 후보를 판단하지 않고 어려서부터 습성화된 사회심리적 정서에서 후보를 선택한다. 투표자는 사회적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당일체감을 통해 누구를 찍을 것인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공화당 정체성과 민주당 정체성의 대립이 결정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운명은 앞의 두 가지 메카니즘에 코로나 팬데믹 변수와 합하여 세 가지 요인으로 결정되었을 것이다. 투표자 연구 집단(Voters Study Group)의 여론조사는 위 세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민주주의 기금과 UCLA Nationscape 프로젝트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3월 13일부터 6월 25일까지 실시된 15회의 인터넷 조사에서 코로나 관련 설문을 다수 포함시켜 팬데믹이 후보 선택에 미치는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먼저, <그림 1>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바이든이나 트럼프 선택에 끼친 효과를 보여준다. <그림 1>은 코로나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가의 설문에 대한 네 가지 응답, 즉 아주 걱정, 다소 걱정, 별로 걱정 않음, 그리고 매우 걱정 등과 투표가 실시된다면 바이든과 트럼프 등 후보 중 누구를 선호하는가의 설문을 교차한 것이다. 코로나에 대해 아주 우려한다고 응답하는 사람은 68%가 바이든을, 44%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심각성에 대한 태도는 양 후보 지지 격차를 24%로 만든다. 다소 걱정한다는 응답자는 35%가 트럼프를, 26%가 바이든을 지지한다. 걱정하지 않는 응답자는 그 비중이 낮으며 대체로 트럼프를 지지한다.
그러나 <그림 1>은 단순 상관관계이며 후보 선택에는 코로나 외에 많은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 후보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복합적 관계는 <그림 2>에 있다. <그림 2>는 인구학적 요인을 통제한 후 자연재해, 정책, 그리고 정체성 세 요인이 바이든 승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제시한다. 나이, 세대, 성별, 교육 등 인구학적 요인이 통제되었다. 지지정당(공화당, 민주당, 중도)은 정당일체감을, 경제평가, 트럼프 대통령 국정평가, 이념, 대중 관세부과, 및 이민자 전통 등은 정책평가를 대표한다. 코로나 우려와 코로나 직장동료 감염 등이 자연재해 영향을 대신한다.
<그림 2>는 통계적으로 5% 수준에서 유의미한 변수만을 제시한다. 수평축의 1을 가로지르는 수직 점선의 오른쪽에 위치한 요인은 바이든 지지를, 왼쪽에 있는 요인은 트럼프 지지를 뜻한다. 교육, 나이, 세대, 소득 등은 후보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림 2>에서 보듯, <그림 1>에서 후보 지지와 상관관계에 있는 코로나 우려는 다른 여러 요인이 통제되면 그 영향력은 사라진다.
민주당 일체감과 팬데믹 효과
첫째, 민주당 일체감이 가장 강력히 바이든을 지지했다. 민주당 일체감 응답자는 공화당 일체감의 응답자에 비해 약 38배 지지했다.
둘째, 중도성향 미국인은 공화당 일체감의 응답자에 비해 약 16배 바이든을 지지했다.
셋째, 코로나 팬데믹 효과는 강력하다. 직장 동료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6.6배 더 바이든을 지지했다. 주위에서 코로나 감염을 현실적으로 직시한 경험은 트럼프의 방역 대책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가족 중 감염된 것을 경험한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에 비해 9% 지지한다. 이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단 본래 공화당이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일 수 있다.
넷째, 미국 문화에 동화되지 않더라도 이민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이에 비해 바이든을 1.9배 더 지지한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을 경험한 미국인은 이민정책에 적극적인 민주당과 바이든을 지지했을 것이다.
다섯째, 그 외 모든 변수는 바이든에게 비우호적이다. 공화당 일체감의 응답자는 중도층에 비해 바이든을 9% 지지한다. 트럼프가 국정 수행을 잘한다고 평가한 이는 잘못한다고 평가한 이의 바이든 지지의 4% 불과하다.
결국,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고 승리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요인은 정치적 정체성이다. 민주당 지지자와 중도층은 공화당 지지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다. 두 번째 기여 요인은 트럼프의 방역 대책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이며 이는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 이 점은 코로나 감염을 직장에서 목도한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동료의 감염을 본 사람은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을 지지한 것이다. 이제 바이든 정부는 승리의 지지에 보답하여 팬데믹을 시급히 극복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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