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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백악관을 비워주지 않으려하면, 바이든 당선자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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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1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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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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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국 혼돈에 휩싸이나? … 대법원이 트럼프 편들 가능성은 ‘제로’

 

트럼프가 소송을 걸고, 그러면 보수 대법관이 우세한 대법원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미국이 혼미에 빠질 것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는데, 그것은 미국 헌법과 선거절차를 모르는 이야기이다. 2000년 대선 후 대법원은 플로리다 주의 재검표를 중단하는 권한은 주 정부에 있다고 판결했다. 헌법은 선거인단의 선출을 주(州)의 권한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투표권은 기본권이지만 일부 지역만 재검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서 앨 고어 측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지금은 몇몇 주에서 재검표를 해도 결과가 뒤집어 질 수도 없고, 시한 내에 재검표를 못 끝내면 원래 개표 결과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라고 해도 그들이 트럼프처럼 미친 사람은 아니니까 대법원이 트럼프 편을 들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바이든이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다는 데 있다. 미친 사람에게 두 달은 너무나 긴 세월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 시작은 1월 20일 정오이며, 이때에 맞추어 취임식을 한다. 대통령 선거일부터 72일에서 78일 동안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준비를 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은 권한 행사를 최소화하는 게 정상이다.  

 

바이든 취임일 1월 20일까지 무슨 벌일지 모르는 트럼프…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

 

그런데 트럼프는 1월 20일까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 사면권을 남용할 가능성은 100%다. 영미법계에선 재판이나 기소에 관련 없이 장래에 향해서도 사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자기 패거리를 사면할 가능성은 확실 하다. 워낙 이상한 사람이니까 군 통수권을 행사해서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라고 명령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경우 합참의장이 명령을 거부하겠지만….

 

이런 미친 상황이 벌어진다면 헌법 수정 25조 4항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 결의로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이를 서면으로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 통보하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대통령이 자기가 직무수행을 할 수 있다고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통보하면 대통령은 권한을 회복하게 되나, 이 경우도 4일내에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가 결의해서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다시 통보하고, 의회가 21일 내에 상하원 각각 2/3로 이에 동의하면 대통령은 직무가 중단되고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수정헌법 25조 4항…부통령과 각료 과반수 결의로 ‘대통령 임무정지 결정’ 가능

 

따라서 극단적 상황이라면 펜스 부통령, 펠로시 하원의장,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합의를 이루어 이런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트럼프를 1월 20일 전에 끌어내릴 수 있다.  

 

선거 후 대통령 취임까지 공백 기간이 길다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에는 그 기간이 4개월이나 됐었다. 미국 정부가 구성된 날짜는 1789년 3월 4일이다. 의회도 그 때부터 기능을 시작했는데, 초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4월 30일에야 대통령에 취임했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부터 3월 4일에 취임식을 하게 됐다. 의회와 대통령의 임기를 3월 4일에야 시작하게 했던 것은, 선거 제도가 복잡해서 시간이 걸리고, 당시는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대통령과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1800년 대선 후에는 물러나는 존 애덤스 대통령의 연방파(Federalists)와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대통령 당선자의 공화파(Republicans)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있었다. 

 

“미국에서 퇴임·신임 대통령 간의 갈등 사례도 많이 있었다”

 

1800년 대선은 연방파와 공화파가 격돌한,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파당적인 선거였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 공화파인 토머스 제퍼슨과 역시 공화파인 아론 버(Aaron Burr)가 똑 같은 최다득표를 해서 하원이 결선투표를 하게 됐다. 

 1801년 2월 1일부터 17일까지 하원은 36차에 걸친 투표 끝에 제퍼슨을 대통령으로, 버를 부통령으로 선출했다. 36차 투표 때 연방파의 지배하에 있던 메릴랜드 주와 버몬트 주가 제퍼슨을 지지해서 16개 주 중 과반수를 넘는 10표를 얻어 당선이 된 것이다.

 

 (제퍼슨에게 패배해서 부통령이 된 에런 버는 마지막 순간에 제퍼슨을 지지해서 교착상태를 타파한 연방파의 수장이며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튼에 결투를 신청했고, 해밀튼은 그 결투에서 사망했다. 제퍼슨이 아론 버를 살인죄로 기소하자 버는 도망을 가서 제퍼슨은 그를 반역죄로 기소하려했으나 실패했다. 이 경험으로 제퍼슨은 헌법을 고쳐서 1804년 선거부터는 부통령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선출토록 했다. 버는 미국 최초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기록을 갖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상하원 선거에서도 패배한 연방파는 애덤스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까지 사법부를 장악하고자 했다. 애덤스 대통령은 그 기간 동안에 자신의 국무장관이던 존 마셜을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마셜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후에도 국무장관을 겸하면서 연방파 정치인들을 치안판사 등에 임명했다. (mid-night appointment라 부른다.) 마셜 대법원장은 자신의 정적(政敵)인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 취임선서를 주관하고, 그 후 34년 동안 대법원장으로 재직했다.

 (존 마셜은 버지니아 출신이며 제퍼슨과 먼 친척이고, 윌리엄 앤드 매리 대학 동문이지만 정치철학이 달랐다.)  

 

원래 대통령 임기시작은 3월4일, 대선 후 4개월 공백…1937년부터 1월20일로 변경

 

 3월 4일에 대통령과 의회 임기가 시작하게 됨에 따라 11월 선거 후 4개월 동안 정부가 공백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1860년 대선은 노예 제도를 두고 북부와 남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치러졌는데, 민주당이 남과 북으로 분리되어 각기 후보를 내는 덕분에 공화당 후보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당선됐다. 당시 대통령이던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은 내전 위기로 치닫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고, 당선자 신분인 링컨도 아무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기간 중인 1860년 12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연방이탈을 선언했고 , 다른 남부 주도 뒤 따랐다. 대통령 취임일까지의 긴 공백 기간으로 인해 남북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그냥 보내 버렸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민병대는 그 주에 있던 미군기지 포트 섬터를 공격해서 결국 내전이 시작됐다.  

 

정권이양기간 중 물러나는 대통령의 ‘사면권(赦免權) 남용’이 가장 큰 문제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헌법 수정20조는 1933년에야 발효되어서 1937년부터 시행되었다. 이로서 의원 임기는 1월 3일에 시작하고, 대통령 임기는 1월 20일에 시작하게 됐다. 오늘날은 이 기간 동안에 대통령이 행사하는 사면권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겠다.  

 

미국 대통령은 평소에도 법무부장관의 권고에 따라 연방법 위반 사범을 사면하거나 감형해 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에 들어서서는 법무부가 사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면신청을 촉진해서 사면 건수가 폭증했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공화당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보다 사면에 소극적이다. 

 

문제는 이런 통상적 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이 행하는 사면이 아니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적 또는 사적으로 같이 했던 사람들을 사면하는 경우이다. 

 

조지 W 부시(George Bush) 대통령은 임기 종료 직전에 레이건 행정부 2기에 있었던 이란-콘트라(Iran-Contra) 사건과 관련되어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던 레이건 백악관의 안보 라인을 대거 사면했다. 이란에 수출금지 품목인 토우 미사일 등을 비밀리에 판매하고 그 대신 레바논에 잡혀 있던 미국인 인질을 되돌려 받고, 무기 판매 대가로 받은 자금을 니카라과 반공(反共) 반군에게 전달한 사건인데, 이는 분명히 불법이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에 근무하던 올리버 노스 해병중령이 기획해서 시행했는데, 과연 윗선 어디까지 보고가 되었는가가 큰 쟁점이 되었다. 결국 특검이 수사를 했는데, 부시 정부가 거의 끝나 갈 시점까지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었다.

 

조지 부시, 92년 대선 패배 후 ‘이란·콘트라 사건 기소자’ 레이건백악관 안보라인 대거 사면

 

그러던 중 노스 중령은 항소심에서 증거절차 문제로 무죄판결을 받았고, 당시 안보보좌관이던 로버트 맥팔랜드는 유죄협상으로 풀려났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캐스퍼 와인버거에 대해선 1992년 6월에야 사법방해 등을 이유로 기소가 이루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임기 만료 전에 와인버거 전 장관 등 관계자 전원에 대해 사면을 단행해서 이 사건을 매듭지어 버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종료 전에 재임 중 있었던 발레리 플레임 사건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스쿠터 리비에 대해 형량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리비는 딕 체니 부통령의 수석보좌관이었는데,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 원광을 수입했는지를 조사한 조셉 윌슨이 부시 정부 입장과 다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자 그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중앙정보부 비밀요원임을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에게 알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당시 쥬디스 밀러 기자는 취재원인 스쿠터 리비를 보호하기 위해 법정모욕죄로 구속되어 수감되는 등 큰 파장이 있었다.

 

딕 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터에 전우를 남기고 떠날 수 없다면서 스쿠터 리비를 완전 사면할 것을 요구했으나 부시는 30개월 금고로 감형시키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부시가 체니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곤 했다. 스쿠터 리비는 뒤늦게 트럼프에 의해 사면되어서 변호사 자격을 회복했다.

 

클린턴, 임기만료 직전 무려 140건의 사면 단행…“사면 장사” 비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사면을 남발한 정도가 아니라 사면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은 대통령은 클린턴이다. 클린턴은 임기 만료 직전 무려 140건의 사면을 독단적으로 단행했는데, 경찰관 살해범 등 온갖 범죄인들이 형기를 안 채우고 풀려났다. 사면의 배경도 갖가지였다.  푸에르토리코 비밀조직에 속한 테러범을 사면한 이유는 상원의원에 출마한 힐러리가 뉴욕에 사는 푸에르토리코 유권자들의 선심을 얻기 위한 정략이었다고 한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를 지낼 때 발생했던 화이트워터 스캔들의 주역인 수전 맥두걸도 사면됐다. 화이트워터 사건은 특검이 수사를 했으나 수전 맥두건이 침묵을 지키고 혼자 감옥을 가서 클린턴 부부와의 연결점은 밝혀지지 못했다.  

 

마약밀매로 감옥에 갔다 온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은 형을 움직여서 감옥에 있던 친구들을 사면시켰다. 전형적인 건달인 힐러리의 동생 휴 로드햄은 돈을 받고 마약사범을 사면시키는데 성공했으니, 사면 중개업을 한 셈이다. 주식 사기범으로 외국에 도피 중이던 마크 리츠는 클린턴 기념도서관에 거액을 기증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도피중인 범인인 그를 사면시켰다. 이 같은 클린턴의 사면행각은 전에 없던 일이라서 퇴직 경찰관 모임 등이 강력한 규탄성명을 내기도 했다.

 

클린턴과 힐러리는 임기가 끝날 무렵에 정부 재산인 백악관의 가구와 집기를 힐러리가 상원의원 출마에 대비해 뉴욕에 구매한 집으로 무단 반출했다. 클린턴 부부는 아칸소 주지사 관사와 백악관에 살아서 자기 집과 자기 가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힐러리가 뉴욕에 출마하기 위해 집을 사자 거기에 채워 넣기 위해 백악관의 가구와 식기 세트 등을 이삿짐센터를 불러 실어 간 것이다. 이것이 ‘백악관 약탈 사건’이다. 새로 들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 팀은 백악관에 가구와 식기 세트부터 새로 사야 했으나 전직 대통령을 절도죄로 고발하지는 않았다. 클린턴 부부의 사면 장사와 백악관 약탈은 그 후 보수 논객들이 라디오와 TV에서 기회만 있으면 우려먹어서, 힐러리가 백악관 진입에 좌절하는데 기여했다.

 

트럼프는 임기종료 전 기상천외한 ‘자기 자신’ 赦免 가능성…가족과 측근들도 ‘예상’

 

트럼프는 임기 종료 전에 자기 자신과 아들 사위 딸 비서실장 대변인 등을 사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사면한다면 기상천외한 일이다. 지금 법무장관을 하는 윌리엄 바도 사면을 받지 않으면 사법방해로 장기징역형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는 마지막까지 자기에게 충성하는 스태프만 사면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인테리어에 일가견을 갖고 있어서 트럼프 호텔을 꾸미듯이 국비를 들여 백악관을 꾸몄다는데, 백악관을 나온다면 그것을 몽땅 털어 가지 않을까?

 그러면 바이든은 트럼프를 절도죄로 고소해야 할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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