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1> 국립국악원 경주,제주분원 설립의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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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사성어 중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단어가 있다. 그것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아간다는 말이다. 전통예술 역시 고정화된 역사의 산물이라기보다는 함께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이루어낸 결과물로 국가적 계승과 창조적 문화 창달을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문화가 정신적 수양과 도락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그러한 기능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한한 역량을 지닌 재화로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 문화의 중심을 전통음악에 두고 예악 사상과 연결하여 인격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으며,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그대로 투영하여 존재가치를 잇는 중요한 정책의 주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중심에는 국가예술기관인 국립국악원이 있다. 일찍이 전통음악의 진흥과 국가 의례를 맡아온 공적 조직인 국립국악원은 6.25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부산 용두산 공원에 처음 설립됐다. 아마도 우리 국민 중 우리 음악을 관장하는 국립국악원이 전쟁 통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극히 소수일 것이다. 물론 전쟁 전 법률제정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였지만 혼란한 난국의 시기에 심리적 위안과 안정, 미래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심어주는 정서적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국립국악원은 선대의 역사적 사명을 이어받아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으며 막중한 전통예술 전승과 향유란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예술의 연구, 보급, 진흥 그리고 공연이라는 큰 역할과 기능을 두고, 문화 국가발전 전략에 매진한다. 국립국악원은 그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분원을 설치하여 지역의 전통예술 진흥에 힘쓰고 있으며, 설립된 각 분원은 지역 특화된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창의적 문화융합을 통해 경제적 창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1992년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을 시작으로 국립민속국악원이 개원되었으며, 전라남도 진도에 국립남도국악원, 부산광역시에 국립부산국악원이 순차 개원되기에 이른다. 지난 2024년 10월 28일 강릉시는 국립국악원과 ‘국립국악원 강원분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2025년 기본 설계, 2026년 실시설계용역 완료 후 2027년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2008년 국립부산국악원 설립 이후 16년 만의 분원 설립 성사다.
현대의 전통공연예술은 각각의 특색을 지닌 지역성과 정체성이 존재하는 전통 콘텐츠에 의해 재창조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는 국가 문화예술 운영기관의 거점 지역으로, 또한 전통공연예술의 허브로 그 전통과 맥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중요한 시작점에 서 있다. 지역의 특수성은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이 되며, 고유한 우리 문화유산의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지역문화 균형발전의 초석이 되는 국립국악원 강릉지원 설립은 매우 기쁜 희소식이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강원특별자치도민의 숙원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숙원을 기점으로 국립국악원 분원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은 향후 건립될 강릉, 그리고 부산과 호남지역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운영 중인 분원은 우리나라 특별시 1곳, 광역시 6곳, 도 6곳, 특별자치도 3곳, 특별자치시 1곳 중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부산광역시에 있는 분원 3곳뿐이다. 현재 한민족 고유한 무형유산의 예술적 기층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상권, 충청권, 제주권은 각 지역의 전통예술을 더욱 심도 있게 발굴, 전승, 연구, 향유로 진흥시킬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고 있음에도 국가 정책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각 분원의 운영 지향점 즉 경상의 신라 문화권 확대 및 향유, 충청의 백제 문화권 발굴과 도입, 섬 문화권 전통예술을 통한 제주의 외국인 관광 수요확대 등 창의적 정책을 중심에 두고 분원 건립을 계획한다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먼저 경상권인 국립국악원 경주분원 설립 가치에 대하여 논하여 보자.
첫째. 경상북도 경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박물관 중 국립중앙박물관 다음으로 크고 유물이 많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있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지만 오랜 세월 건축물 등은 거의 소실됐기 때문에 진정 관광객이 머물며 이목을 집중하는 시간은 적은 편이다. 이에 박물관 시설인 신라 유적을 모아 놓은 신라역사관. 불교 유물이 모인 신라미술관, 신라 궁월의 유물을 모아 놓은 월지관 등 화려한 세공, 석물 유물, 불교 유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통예술 콘텐츠를 교류 도입하여 유, 무형유산의 종합적인 동시대적 감성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1964년부터 개교하여 70년간 운영 중인데 학습 과정 중 신라의 유형 유산과 더불어 무형유산의 교육을 함께 도입하여 신라 역사의 가치를 확대하고 높인다면 신라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의 이해가 더욱 커지리라 판단된다. 예를 들어 신라박물관 안에 전시된 ‘악기를 연주하는 토우’의 설명을 실제 연주와 함께 공부하고 체험한다면 더욱 가치는 무궁할 것이다. 신라미술관의 많은 불교 유물들 그것 또한, 전해오는 영산회상, 범패 등 많은 불교 무형유산이 풍부함으로 이를 함께 콘텐츠화하여 유·무형유산의 결합을 창출해야 한다. 이렇듯 국립국악원 경주분원은 신라의 전통문화를 찬란하게 도래시킬 중요한 가치가 있다.
<국보 195호 토우장식 장경호長頸壺> 출처/국립경주박물관
둘째. 경주 엑스포대공원과의 상호 교류 및 활용이다. 이 대공원은 1998년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문화박람회로 출범한 곳으로 지난 2019년까지 10회의 글로벌 행사를 개최한 곳이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인류문화 발전에 이바지하였지만, 현재는 과거 박람회 명성에 대비하여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든 상태이며 국내외 관광객 또한 다녀야 할 경주 필수 관광요건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경주 엑스포대공원 내 볼거리와 이벤트, 편의 시설들과 함께 대한민국 전통 무형유산의 상설 공연을 유치하여 문화관광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현존하는 국립정동극장 경주사업소는 기존 전통예술 바탕의 창작물을 중심으로 그 범주를 이어가며 국립국악원 경주분원은 무형유산의 원형 향유, 교육을 맡아 소임을 이어간다. 예로 국립부산국악원이 2008년 개원하며 첫해 계획했던 <크루즈관광객을 위한 상설 공연>이 있었다.
국립국악원은 꾸준한 대한민국 무형유산의 홍보와 지속적인 공연으로 많은 해외관광객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환태평양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선박으로 찾아온 해외관광객에게 우리 전통예술의 원형을 알리고 그에 따른 국가의 존엄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인 사례이다. 그러므로 경주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찾아오는 내, 외국인에게 대공원의 시설자원, 보문단지와 1Km 거리의 접근 장점을 알리고 함께 전통예술 향유 노력을 기한다면 신라 문화유산의 전승 발전, 적극적 관광객 유치에 국립국악원 경주분원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경주 엑스포공원 내 경주타워> 출처/경주 엑스포대공원
셋째. 국립국악원 경주분원은 국립부산국악원 “국제 해양관광도시 및 아시아 태평양 공연예술의 거점 확보 및 한국의 춤” 예술정책 지향점과 차별된 “경상권 신라 고도(古都)에서 전승된 다양한 신라 악무의 복원과 전승, 복식의 연구, 불교음악, 경상권 풍류, 노동요, 무속의 연구”로 지역 전통예술 진흥의 바탕이 될 수 있으며 폭넓은 관광 수요의 경제적 가치 창출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어 제주권인 국립국악원 제주분원 설립 가치에 대하여 논하여 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는 마라도를 비롯하여 우도, 추자군도 등 유인도 8개, 무인도 55개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대 관광특구이다. 한라산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제주 무형유산인 칠머리당영등굿은 2009년 세계 무형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주관광공사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현재 제주도를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은 709,350명으로 2022년 86,444명 대비 720%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 외국인 총관광객 수(2023년 통계자료) 11,031,665명 중 6.4%를 차지하는 큰 수요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외국인의 관광이 유입되는 제주특별자치도에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문화관광정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와 도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문화관광 육성으로 바로 전통문화 콘텐츠 부각을 통한 글로벌 융합 마케팅이 가능한 국립국악원 제주분원의 건립이다.
첫째. 제주특별자치도에 현존하는 도립예술단을 살펴보면 도립제주교향악단, 도립서귀포합창단, 도립제주합창단, 도립서귀포관악단, 도립무용단으로 모두 5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립예술단원은 도립무용단 48명, 제주예술단 122명, 서귀포예술단 109명 등 총 279명으로 제주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제4조에 의거 지역문화예술의 육성을 위한 작품개발, 지역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한 공연, 각 예술단 문화예술의 진흥사업을 하고 있지만 타 특별자치도에 대비하여 총체적인 전통예술 국공립 전문단체가 한 곳도 없어(전통춤과 창작 춤 기반 공연을 추구하는 도립무용단이 있지만, 무용이 중심인 단체) 천혜의 제주 무형유산들이 안타깝게 광범위한 포용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도 내 국립민속국악원,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정읍과 남원의 시립국악단 등 4곳의 전통예술 국공립단체를 보유하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와 큰 차이점이 있다. 이에 보유한 유형 유산과 대비하여 상응하는 무형유산의 보고(寶庫)를 전승, 향유 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국립 예술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SNS 홈페이지> 출처/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둘째. 중국은 발전된 문화 마케팅과 예술경영을 기반으로 관광업과 결합된 지역 경제, 지역 브랜드, 지역 이미지까지 연계된 실경산수공연(實景山水公演)을 만들었다. 실경산수공연은 전통적인 공연예술을 바탕으로 영상예술과 음악,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까지 가미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로 자연을 무대 배경으로 삼고, 전통적인 문화원형을 내용으로 구성하였고 2004년 중국에서 처음 시도되어 세계적으로 큰 이슈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역을 바탕으로 전설, 역사, 생활풍습 등을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복합 콘텐츠로 창의성을 발휘했다.
이렇듯 현존하는 고유의 명승지와 함께 전통예술은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미지를 세계로 알릴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창출을 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그러한 다양한 명승지와 연계하여 전통예술을 상설로 이끌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중국은 이러한 명승지 항저우의 인상서호(印象西湖) 공연과 계림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공연으로 천혜 자연경관과 중국 전통예술을 알리고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것은 민간 자본과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만약 국립 상주단체의 여건으로 조성된다면 제주 실경산수극은 충분히 가능하며 상설로 제작할 경우 그 활용도는 관광, 교육, 전승 등 폭넓고 다양하다. 물론 중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달리 폭넓은 한국적 실경(자연·문화·복합유산)과 다양한 창의적 AI, 미디어파사드 등 제작 기술이 융합된다면 중국식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며 제주의 다양한 생생함과 예술적 화려함이 깃든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경험과 전문적이며 유기적인 기획, 섭외, 운영이 가능한 국립국악원만이 가능하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출처/제주특별자치도
셋째. 자연스러운 전통문화 환경 조성을 통한 제주특별자치도민 문화향유와 전통의 전승이다. 제주도에는 그들만의 생활풍습, 방언, 토속민요, 무속 등 독자적인 전통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섬”의 국립 예술기관으로서 그 가치는 독보적이므로 전통예술의 복원 및 보존, 향유는 꼭 필요한 제주도민의 문화 충족 요건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성장하기 위한 아픔은 크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 속에는 아직 옳고 바름의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위안 삼으며 대한민국의 웅비(雄飛)와 영원한 발전을 준비하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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