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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여론조사 일상화와 여론조작 논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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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2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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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여론조사 논쟁이 일어난다. 대체로 여론조사 논쟁은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한 선거시기에 일어난다. 대표적인 선거는 대선이고, 다음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등을 뽑는 지방선거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다. 대체로 권력의 크기순으로 논쟁이 발생한다. 

 

현재 벌어지는 여론조사 논쟁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가장 큰 논쟁은 지금까지 잘 없었던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논쟁이다. 다음은 국민의힘 당대표 조사대상 논쟁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벌써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하느냐? 그리고 국민의 선택이 끝난 지난 대선을 다시 되묻느냐? 등과 같은 여론조사 관행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의 성향논란까지 더해지는 모습이다. 


민감한 대통령 지지율 논쟁

 

과거에 대통령 지지율 논쟁이 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과 함께 급락한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임기 중·하반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국정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지지율에 대해 대체로 수긍 했다. 

반면 이번 윤대통령 지지율은 취임전부터 논란이 되었다. 즉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성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심리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윤대통령 지지층 입장에서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도 하기 전부터 발표되는 낮은 지지율 조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 대한 의도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조사에서 최저 24%까지 떨어진 후 30% 전후로 발표 되고 있다. 24% 지지율은 대선에서 지지한 48.6% 중 절반이 돌아선 선 것 인데, 이러한 하락은 역대 대통령에서 본적이 없지만 그 자체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그렇다. 그러나 현재 30% 내외 지지율이 조사기관별로 약 5%p 차이를 보이니 뭔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조사기관별 차이는 대체로 자료수집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조사기관은 주로 2가지  방법으로 조사를 하는데 조사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쌍방향 면접방식의 전화조사 방식과 녹음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일방향의 ARS방식이다. 전자를 대면방식이라 하고 후자를 비대면 방식이라고도 한다. 

 

전화조사와 ARS 방법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전화조사 즉 대면방식은 응답자와의 상호대화를 통해 협조를 얻어 응답률을 높일 수 있고, 좀 더 많은 문항을 조사 할수 있으며, 응답자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설명을 해 줄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사원과 응답자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반면 ARS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조사원의 오차요인을 차단할수 있지만, 일방향 자료수집이어서 응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두 조사의 차이 중 응답율의 차이는 표본의 대표성과 관련되는데, 일반적으로 사회조사에서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이 ARS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정치영역에서는 달라진다. 정치는 일반사회문제와 달리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을 받는다. 즉 정치영역은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투표층은 국민 중 정치 무관심층과 냉소층이 빠진다. 문제는 지금까지 선거조사들을 보면 전화면접과 ARS조사 간에 어느 방법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사방법의 차이로 인해 전화조사는 국민전체, ARS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정치 고(高)관여층의 여론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일관되게 전화면접보다는 ARS조사에서 대통령지지율이 좀 더 높게 나오는데 이는 ‘체계적 오차'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러한 조사방법상 차이를 조사기관의 성향 때문이라 생각한다.  

   

조사 방법에 따른 또다른 문제는 조사내용이 응답하기 민감한 사적(私的)이거나 비밀을 원하는 경우이다. 대체로 대면방식은 쌍방대화로 진행하다 보니 솔직히 말하기를 꺼린다. 예를 들어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외도를 한적이 있는가?’, ‘어느 당을 지지하는가?’, ‘현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자살의향에 대한 질문의 경우 대변방식인 전화조사보다 비대면 방식인 ARS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이는 정치관련 조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매우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시점이다. 단 1%p에도 민감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면접과 ARS조사에 따라 약 5%p 정도 일정하게 차이가 나는 것(체계적 오차)에 대해 대통령지지층과 비지지층은 서로 유·불리에 따라 조사기관에 대해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국민의힘 대표선출을 왜 민주당 지지층에 물어? 

 

최근 또 다른 조사 논란은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무렵 국민의힘 차기 대표로 유승민이 1위로 나온 한길리서치 8월 정기조사와 그 이후 국민의힘 차기대표 관련조사들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왜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데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해서 조사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국민의힘의 국민경선조사는  지방선거나 총선, 그리고 대선 모두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이와 관련한 논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여론조사 방법을 놓고서 윤석열·홍준표 두 후보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이유는 바로 국민조사에서 민주당등 타당 지지층을 포함할지 여부였다. 즉 역(逆)선택 방지 문제였다. 윤석열 측은 역선택을 우려해 국민의힘과 무당층만 조사하는 방식으로 경선룰을 바꾸자고 주장했고, 홍준표 측은 당에서 해 오던 경선룰을 왜 갑자기 바꾸자 하느냐? 선거에는 국민의힘과 무당층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결국은 홍준표 후보 주장대로,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해오던 방식대로 국민여론조사 방법이 결정되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조사기관은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를 할 때 당연히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한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힘 경선룰을 고려하지 않고 조사기관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잘못된 지적이다. 

 

정치여론조사 일상화, 양날의 칼                        

 

최근 여론조사의 특징은 정치여론조사의 일상화다. 과거에는 대선이 끝나면 정치관련 조사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정치여론조사가 일상화가 되었고, 그에 따라 조사기관의 수와 조사회수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조사기관에서 조사가 많이 나오고, 자신이 기대했던 조사와 다르게 나오니 조사기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최근 여론조사의 특징은 과거 암묵적으로 지켜오던 여론조사의 금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먼저 차기 대선여론조사이다. 과거 대통령제 하에서 임기 초, 특히 허니문 기간 동안은 차기 대선조사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 정부들어서는 그런 관행이 무너지고 취임 한달이 지나자 바로 차기 대선 여론조사가 나왔다. 두 번째 금기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다시 되묻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즉 국민이 선택한 대선결과에 대해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 하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20대 대선 이후에 그런 조사가 발표되었다. 

 

과거 대통령제하에서 적어도 허니문 기간 동안이라도 차기대선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새 대통령에게 임기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회를 주는 것임과 동시에 새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그리고 선출된 대통령을 두고서 다시 선거를 하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이렇게 묻지 않는 것은 국민선택에 대한 존중이면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 이번에는 왜 이런 조사들이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즉 상업적으로 장사가 되는 조사이기 때문이다. 어째든 대통령 지지층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금기로 여겨졌던 조사관행이 깨진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분명 과거 조사기관들이 암묵적으로 지켜오던 이러한 금도를 깬 일부 조사기관들의 조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통합의 통치를 하고 지지율이 높았다면 과연 이러한 조사가 나올 수 있었을까? 과연 금기를 깬 조사기관만 탓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면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과거 대통령의 임기 초와 같이 60% 이상 나왔으면 벌써 차기 대선 여론조사가 나오고, 대선을 되무르는 조사가 나올 수 있을까? 당연히 언론사들이 이런 조사를 기획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사를 발표해도 주목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다수의 조사 기관들은 벌써 차기대선 조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대선을 되묻는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와서 혼란을 초래 하는 것은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논란이다. 그럼 대다수 조사기관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공격 받는 것이 조작 또는 음모론이다. 그러나 정치여론조사는 대부분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규정을 따른다. 조사 발표 후에도 조사기관은 조사진행의 전체 과정을 일정기간 보존하여 언제든지 검증을 받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조작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조사기관이 여론조작으로 얻을 실익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여론조사기관의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조사조작으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추세적으로는 조사기관이나 조사수의 급증에 비해서는 여론조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경쟁시스템도 작동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정치여론조사들은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조사의 경우 다수의 기관에서 동시에 발표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사기관간의 비교가 된다. 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자신의 조사가 다르게 나오면 일상적으로 조사방법을 검증을 하면서 보완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경쟁에서 탈락 하게 된다. 특히 정치권 출신 또는 정치권과 연계된 조사기관에서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여론조사기관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시스템과 시장원리로 부적격 조사기관이 퇴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으로 여론조사기관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의 능력을 확보 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은 여론 생산자이자 소비자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만든다. 조사기관은 단지 조사방법을 통해 측정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론의 생산자는 국민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의 소비자는 국민과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국민과 정치인들은 평소 전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이나 정당 내, 특히 정치 이념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런 내적 소통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확신하고 신념화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최근 상업적 유튜브 등을 통해 이러한 선택적 정보와 신념이 더 강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생산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주변여론과 소비단계에서 국민총화로 나타난 국민여론에 대한 아주 큰 괴리감을 느낀다. 국민 개개인은 ‘내 주변의 여론과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너무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고 조사기관에 항의도 한다. 어찌 보면 많은 국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을 조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내는 측면도 분명 있다. 그러다 보니 조사결과의 오차범위내 차이나 조사방법상 발생할 수 있는 체계적 오차도 조작으로 몰며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려는 심리가 나타난다. 

                    

여론조사 탓하고 성공한 대통령 없다                     

 

선거 때 지고 있는 후보들은 하나 같이 지지율의 부진을 여론조사 탓으로 돌린다. 반면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여론조사 탓으로 돌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드물었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뒤지면서 여론조사 탓한 후보가 이긴 것을 본 적이 잘 없다. 또한 역대 대통령 중에서 낮은 지지율에 대해 여론조사를 탓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 기조를 바꾸었다. 그렇게 한 대통령은 그나마 그럭저럭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임기 말이 힘들었거나, 때에 따라서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비극으로 끝났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민심을 얻으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그러기에 민심을 얻는 방법은 여론조사를 탓하기 보다는 여론을 읽어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한 원리다. 다른 방법은 없다. 굳이 다른 방법이라면 사술(詐術) 뿐이다. 즉 정치공작이나 여론조작이다. 그러나 사술은 국민을 국가의 주인, 주체로 보는 아니라 통치나 관리의 대상 즉 객체로 본다. 이러한 사술은 임시방편 일 뿐이고, 오히려 민심을 더 악화 시킨다. 우리 국민들은 국민을 주체로 보는 민주적 정권도 경험했고, 국민을 통치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권위주의적 정권도 경험했다. 그러다보니 그 어느 통치자 보다 국민들이 먼저 어떻게 통치하는 지 더 잘 안다. 

 

그러기에 최근 정치조사의 일상화와 조사기관 난립도 탓할 일이 못된다. 정치조사의 일상화는 오히려 민심을 더 잘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윤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초기 지지율 정도인 60% 정도 나왔다면, 조사기관들이 오히려 큰 힘이 되어 임기 초 국정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조사기관의 난립과 정치조사의 일상화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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