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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감축법’ 성립, 바이든 핵심 정책 ‘입법화’ 완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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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21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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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 16일, 백악관에서 자신이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핵심 공약으로 주창해 온 기후변화 대응, 건강보험 확충, 세제 개혁 등을 포함한 핵심 개혁 플랜의 대강을 완성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에 서명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야심 찬 기후변화 대응을 주축으로 하는 장기적 관점의 세입 · 세출 집행 계획이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일관하는 슬로건 ‘Build Back Better’ 플랜의 마지막이자 3 번째 입법화 성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실상 기후변화 대응이 주내용인 이 법안을, 현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첨예한 이슈로 부각돼 있는 ‘고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내세워 엉뚱한 명칭으로 부각시킨 바이든 정부의 기묘한 포장 노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IRA’ 법안은 지난 12일, 슈머(Chuck Schumer)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같은 당 소속인 맨친(Joe Manchin; West Virginia 출신) 상원의원 간의 오랜 협상 끝에 마련된 수정안을 표결한 결과, 찬반이 민주 · 공화 의석수 분포대로 정확히 50 대 50이었으나, 의장을 맡은 민주당 소속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찬성을 표명하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가결됐다. 이어서, 하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찬성으로 수정안이 가결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성립된 것이다. 이 법은 바이든 정권의 향후 국정 방향을 점칠 수 있는 획기적 입법 성과로 평가받고 있고, 미국 경제에도 광범한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백악관, ‘역사적인 재정 적자 감축 등으로 인플레이션 투쟁’ 공언”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이번에 성립된 ‘IRA’의 주요 내용을 1장짜리 요약표로 게시하고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은 역사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재정 적자를 감축하고 인플레이션과 대항하며, 에너지 생산 및 제조업에 투자하고,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Medicare) 측이 처방약 가격을 협상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이미 연장된 ‘Affordable Care Act’ 지원 프로그램을 3년 더 연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백악관이 게시한 요약표에 제시된 ‘IRA 2022’ 법의 주요 항목은 ① 무상 백신 공급 등 건강보험 혜택 확대, ② 에너지 비용 절감, ③ 기후변화 대응 투자 획기적인 확대, ④ 건강 돌봄 부담 경감, ⑤ 제조업 일자리 창출, ⑥ 환경 혜택 편중 해소, ⑦ 부유층의 세금 회피 방지, ⑧ 저소득 가구 지원 확충 등이다. (표 1 참조)9749fa7afcecba2f6aa10f5b07c975fc_1661042

 

백악관은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IRA가 국민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미국 가계들에 생활비를 절감할 것,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을 지원할 것, 재정 적자를 감축할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기업들로 하여금 공정한 비중의 세금을 납부하게 할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성립된 IRA는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 지도층이 노력해서 특권층의 이익을 타파하고 일반 가계에 이익을 가져오고, 경제가 ‘기층에서 중산층에 이르기까지(from the bottom up and middle out)’ 고루 성장하게 하는 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상원 민주당 홈페이지도 일찌감치 “IRA는 인플레이션을 감축할 것” 이라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IRA로 인해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사적인 규모의 투자를 실행하고, 대기업 및 소수의 부유층들이 합당한 비중의 세금을 내게 해서 재정 적자를 줄이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감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맥기니어스(May MacGuineas) ‘CRFB(책임이 있는 연방예산위원회)’ 위원장 등의 언급을 인용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IRA는 처방약 가격을 낮추고 IRS의 징세 시스템을 보강하고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등, 연준의 정책 수행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 인플레이션에 하방(下方) 압력을 가할 것” 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강조했다. 


■ “바이든 정권 핵심 정책 ‘Build Back Better’ 플랜의 마지막 결실” 


바이든 정권은 지난 2020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전임 트럼프 정권의 과격한 정치 노선으로 망가진 경제, 사회 시스템을 재건한다는 의미로 ‘Build Back Better’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 후 추진할 입법 노선을 제시해 왔다. 이날 성립된 IRA는, 이미 성립된 Covid-19 긴급 대응을 위한 ARP(American Rescue Plan), 낙후된 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재건하기 위한 AJP(American Jobs Plan) 등과 함께 ‘Build Back Better’ 플랜의 일환으로 입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규모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민주당 맨친 상원의원이 반대하자 장벽에 부딪혀 정체돼 왔다. 현재 상원은 양당이 50명씩이라 민주당 의원 1명이라도 반대하면 상원 통과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번 성립된 IRA는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AFP(American Family Plan)에서 제시했던 몇 가지 주요 항목(예를 들면, 질병 휴가 보상, 보편적 유치원 이전 단계 학습, 대학 학자금 절감 등)은 배제됐다. CNN 방송은 막후 협상이 막판까지 비관적이었으나, 슈머 원내총무가 수정안을 내면서 예상 외로 타결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초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만회하려고 고심 중인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은 회심의 정치적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끝까지 원안을 반대해 온 민주당 소속 맨친 상원의원은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 종료 후 성명을 내고, 성립된 IRA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동 법안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IRA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거의 효과가 없거나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맥코넬(Mitch McConnell)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무책임한 재정 집행’ 이라고 비난했고, 중진인 그램(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미친 짓’ 이라고 극렬히 비난했다. 

 

많은 독립적 기구들은 이번에 성립된 IRA로, 20년대 말까지 연방 재정적자가 줄어들 것이나, 재정 지출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ExxonMobil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반대로 석탄 관련 기업이나 단체들은 IRA가 석탄 분야에 대해 아무런 혁신적인 대안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자전거 사이클링 단체들은 ‘Build Back Better’ 원안에 있던 전기 자전거 보조금이 수정안에 빠진 것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보호, 야생동물 보호 단체 등, 주류인 환경 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 IRA의 핵심은 “기후변화 적극 대응 및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법률로 성립된 ‘IRA 2022’는 명칭을 보면 인플레이션 대응의 인상을 주고 있으나, 실제로 구성 항목들을 살펴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방 정부의 세입 · 세출 법안의 성격이 짙다. 바이든 정권은 초기부터, 전임 트럼프 정권이 ‘기후변화는 자연 현상’이라며 방임하는 자세로 일관한 것과 대조적으로, 기후변동 대책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정권 출범 이후 계속해서 당내 이견 조정이 지연되어 오던 차에 이번에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상원의 수정 전 원안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총 4,370억 달러 세출 예산 중 3,690억달러가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어 80% 이상이 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사상 최대 재정 지출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서, 2030년에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50% 삭감한다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 Energy Innovation 등은 종전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온난화 가스 배출량 삭감폭은 20~30%에 그칠 것이나, 이번 IRA 시행으로 삭감폭이 4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편, 에너지 및 기후변화관련 신규 비지니스 기회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태양광, 풍력 등 발전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연장 및 확충한다. 현재 이 분야의 에너지 생산 비중이 2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획기적으로 올리기 위해 재생 에너지 보급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탈(脫)탄소 비지니스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그간 에너지 업계가 요구해 오던 이산화탄소(CO2)의 저장, 회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CO2 1톤 회수에 주어지는 세액 공제를 종전 50달러에서 85달러로 늘렸다. 

 

수소(水素) 생산에 대해서는 CO2를 거의 발생하지 않고 생산하는 수소에 대해서는 1Kg 당 세액 공제로 3달러를 제공한다. 이로써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의 원가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업계에서는 이미 가스 등을 사용하는 발전소의 연료에 수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어, 전력 생산 부문의 탈(脫)탄소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석유업계에 대한 지원으로 멕시코만 해저 유전 개발 촉진 항목도 추가됐다. 

 

환경 단체들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IRA 성립을 대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 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나카노(Jane Nakano) 선임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침으로) 관련 업계에 대해 벌(罰)을 주는 방향보다는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진전하는 것” 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 Moody’s “IRA는 미 경제 및 인플레이션 대응에 올바른 방향” 


Moody’s Analytics도 ‘IRA 2022’의 거시경제 효과를 추산하는 보고서(Mark Zandi 선임 이코노미스트 주관)에서, IRA 2022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1년여 전부터 제시해 온 ‘Build Back Better’ 플랜을 규모를 대폭 축소해서 법제화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동 법안의 기본 골격으로는, 향후 10년 간 대기업 및 부유층으로부터 약 7,500억달러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해서, 건강보험 처방약 가격 인하, 기후변화 대응, Affordable Care Act(오바마 케어) 수혜자들의 추가 지원 등에 4,500억달러를 할당하고 나머지 3,000억달러는 재정적자 감축에 충당하는 구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미 경제 및 인플레이션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고, 기후변화 및 예산적자 감축에도 의미 있는 방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비록 당초 ‘Build Back Better’ 원안보다는 규모와 범위가 상당히 축소됐으나, 경제 전반에 획기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 백만명에 달하는 저소득, 노령인 층에 대해 건강보험료 및 처방약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한 경제에 대한 장기적 부식성(腐食性; corrosive) 효과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조만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정부 예산적자를 감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등, 많은 좋은 점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Inflation Reduction Act’ 개요> IRA는 당초 ‘BBB’ 플랜에서 인프라 시설 재건, 사회적 지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제시했던 4.5조달러 규모에서, 지난 해 이미 ‘인프라법’으로 입법화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입법화한 것이다. 이번 IRA 성립으로 바이든 정권이 당초 제시했던 규모의 1/4 정도를 입법화하는 셈이다.

 

<기후변화 대응> IRA의 총투자 규모 중 3,700억달러 정도가 향후 10년 간 에너지 안보 및 기후 회복 지원에 충당된다. 그 중 2/3가 청정 에너지, 재생 에너지 기술 지원을 위해 충당되고, 1/3 정도는 화석 연료 절감, 배출 가스 감축, 주택 에너지 절약 보급 등에 충당할 계획이다. 결국, IRA 시행으로 2050년까지 배출 가스를 30% 감축할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실질 GDP도 10년 뒤에 0.1% 증가, 2050년까지 0.6% 증가, 2100년까지 2.7%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보다 경제적 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교훈은 기후변화에 대한 초기 투자가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작년 Covid-19 긴급 대응을 위한 ARP(American Rescue Plan)에 의해 연방 빈곤 수준의 400% 해당자들까지 확대했던 ‘Affordable Care Act’ 수혜 기간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 Urban Institute에 따르면, 만일,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국민들이 3백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다. 

 

<대기업 및 부유층 증세> IRA 소요 재원 조달을 위해 대기업, 부유층, 고소득자들은 더욱 많은 세금을 내도록 했다. 특히, 향후 10년 간 15% 최소 세율 도입으로 세수를 3,130억달러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국세청(IRS) 징세 시스템 개선을 통해 향후 10년 간 누적 적자를 1,240억달러 감축한다. IRA에 계상된 증세 규모는 비록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것이라고 해도, 역사적으로 보면 아직 완만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고, GDP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을 것으로 추산된다. 

 

<처방약 가격 인하> IRA는 건강보험 공단이 다른 경쟁 공급자가 없이 단일 제조사가 공급하는 처방약 가격을 인하하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26년에서 2029년 기간 중 협상 대상이 되는 주요 약품 품목은 2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적 영향> IRA는 이름처럼 향후 10년 간 인플레이션을 완만하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수치적으로 2031년 Q4까지 소비자물가(CPI)는 0.33%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평균 3.3bp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10년 기간의 중반까지는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미미하나 후반에 들어가면 효과가 커질 것이다. 특히, IRA의 인플레이션 영향은 대기업 증세, 경기 둔화로 정부 재정적자가 축소되는 경로로 발휘될 것이다. 한편, IRA는 향후 10년 동안, 크지는 않으나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2031년 Q4까지 실질 GDP가 0.2% 증가하고, 이는 연 평균 2bp 증가하는 셈이다. 동 기간 중반까지는 영향이 한계적(marginal)이나, 후반에 들어가면 의미 있는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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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요약한 보고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IRA는 당초 제안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규모이나, ‘상당히 유익한 경제적(a material beneficial economic impact)’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해 예상되는 장기적인 타격에 대응하는 연방 정부 차원의 첫 대응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결국, IRA는 입법 과정에서 상당히 축소 수정됐으나, 많은 유리한 장점들이 기대된다. 

 

한편, 이런 Moody’s Analytics의 분석과는 대조적으로 경제 매거진 Forbes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PWBM(Penn Wharton Budget Model) 모델의 선행 연구 결과, IRA가 인플레이션 수속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구는 공공 정책의 재정적 영향에 대해 비(非)정파적으로 연구하는 Univ. of Pennsylvania의 조직이다. 이와 비슷하게, 의회에 예산 및 경제 관련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연방 기구인 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도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약간 상향(even nudge it upward)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스티글리츠 “IRA는 인플레이션 외에 많은 핵심 이슈 해결에 기여”    


이번에 의회에서 수정 합의로 ‘IRA 2022’가 결의된 것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는 우선, 지금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대응과 관련해서, 어느 쪽 입장에 서 있는지를 불문하고, IRA는 ‘한 단계 진전된 것’ 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단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입법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미국 사회의 오랜 숙원인 핵심 과제들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설(Project Syndicate)에서 IRA의 입법 필요성 및 향후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고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3,00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 감축을 든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 및 탈(脫)탄소 지원을 위한 3,69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성과를 기대한다. 이는 지금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릴 것은 물론, 미국 국민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단기적 이익과 함께, 장기적인 이득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산불, 허리케인, 토네이도, 홍수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손실을 절감해서 현재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통보다 훨씬 큰 고통을 감소시킬 것이다. 특히, 저소득 계층, 유색 인종 국민, 또는 차세대 국민들이 편중되게 겪게 되는 재해를 완화할 것이다. 이러한 비용들은 재정 적자로 인한 비용들보다 훨씬 크고, 치유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한편,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산유국 독재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들을 인질로 삼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화석 연료 지배자들은 더욱 믿기 어렵고 직접적인 위험이 되는 것이다.  

 

한편, 서머스(Larry Summers) 전 재무장관도 IRA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산 적자를 줄임으로써 경제 내 수요를 줄이고, 처방약 가격을 낮추어 직접 물가 수준을 끌어내리고, 에너지 생산 촉진 및 재생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등, 인플레이션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플레이션 대응과 함께 경제 효율화도 도모하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의 획기적 승리”  


바이든 대통령은 IRA 법안에 서명한 뒤 “국민들은 승리했고, 특권층은 패배했다” 고 선언했다. 슈머(Schumer) 상원 원내총무는 IRA는 최근 민주당이 성공한 총기 규제, 참전 용사들 원호 확대,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반도체법 제정 등의 입법에 이어 상원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성과라고 자랑하며, 수 십년 만에 가장 위대한 결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CNN 등은 기후변화 대응, 건강보험 지원 확충, 세제 개혁 등에서 민주당이 획기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평했다. 

 

바이든 정권은 2021년 1월 발족 이후 기후변화 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야심 찬 세입 세출 법안을 추진해 왔으나, 여당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견해가 대립돼 심의가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정부 정책 방향을 판단할 수 없어 투자 계획을 보류하는 등, 장기 경영 전략 수립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이를 배경으로, 이번에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시기에 이르자, 우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입법화에 나서기로 당내 합의가 이루어져서 결국 IRA가 성립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 성립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입법 실적 가운데 하나” 라고 칭송했다. 아울러, 공화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며 “공화당 의원들은 단 한 사람도 처방약 가격 인하를 원치 않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기점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2024년 재선 출마가 걸려있는 중간선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IRA 홍보를 위해 전국을 순회할 계획이다. 백악관도 동 법 시행을 논의할 각의를 소집하는 한편, 9월 6일 IRA 성립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對국민 연설도 마련하는 등, IRA 법안이 미국인들에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현재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다수당 지위를 지켜내야 할 지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밀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바이든 이외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견해가 분출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 바이든 대통령 및 측근 인사들은 이번 IRA 성립을 포함해서 최근 거둔 정치적 성과를 부각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IRA 서명식 직후, 미국 대통령은 말로 판단하기보다 행동에 따라 판단돼야 하고, 약속보다 실적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오늘은 이 정권이 이룩하고 있는 ‘비상한(extraordinary)’ 역사의 한 부분” 이라고 자찬했다. VOX News도 이번 IRA 성립은 지난 1년여에 걸친 긴 협상의 성과이며, 민주당의 기념비적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고 바이든 정권의 핵심 정책 의제가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번 IRA와 함께, 지난 해 성립된 5,500억달러 규모의 도로, 교량, 항만 등 시설 투자를 위한 ‘인프라법’을 포함하면,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 정부가 행한 가장 중요한 지출 계획이 성립된 셈이다. 아울러, IRA에 포함된 전기차 세금 감면 등은 단시일 내에 발효될 것이나, 처방약 가격 인하 등의 효과는 앞으로도 몇 해는 더 걸려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공표된 독립 기구들의 평가는 대체로 IRA의 기대 효과는 ‘미미하거나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바이든 및 민주당이 혼신의 힘을 다해 성립시킨 것은 중대한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이제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은 3개의 화살 중 마지막 화살을 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실제로 소기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직접적 연관성이 모호한 경우가 허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막바지에서 적지 않은 양보 끝에 쟁취한 ‘회심의 한 수(手)’인 IRA의 정치적 득실은 앞으로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어쩌면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을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IRA 성립 이후 나타날 미국 사회의 경제, 정치 동향에 세계인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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