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독립행정기관들의 독립성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3>감사원의 독립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5월30일 08시58분

작성자

  • 최승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법, 금융경제법)

메타정보

  • 20

본문

■ 감사원에 왜 독립성이 필요한가 ?

 

감사원의 독립성은 감사라는 업무 자체의 본질적 속성에서 요청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한다. 이는 소속의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다루어야 할 문제이며, 어느 소속이더라도 보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 독립성이다. 독립성의 보장이란 특정기관이 법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정책 목표를 독자적으로 염출하여 의사결정하며, 정책의 집행을 뒷받침하는 안정된 재원을 기반으로, 외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독립성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중립적 영역의 확보이다. 감사업무는 업무의 본질적 속성상 상대방에게 침익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포획적 시도가 발생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감사업무에서 독립성은 감사업무의 필수적 요청이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특정기관에 광범위한 권한과 함께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 것은 그 기관의 전문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며,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가장 최적의 결론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 감사원과 대통령 그리고 국회와의 관계

 

감사원의 주요한 권한은 결산검사이다. 그러나 실제로 감사원은 성과감사와 직무감찰의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상호 중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립성과 관련하여 감사원의 권한에 주목하는 것은 권한의 넓이가 독립성의 깊이와 관련성을 갖기 때문이다. 권한이 넓으면 넓을수록 독립성의 깊이는 깊지 않고, 가진 권한이 적을수록 독립성의 깊이는 깊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일반적 권력구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원칙적 현상들이다.

감사원과 대통령 그리고 국회와의 관계에서 주로 논의되는 것들이 감사위원의 선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참여가 가능한지와 감사결과의 보고에 대한 사항이다. 전자의 문제는 감사위원의 선임과정에서 국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헌법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상당부분 동의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복잡한 여러 가지 고려요소들이 있어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O 대통령에 대한 보고는 어디까지 ?

 

감사원의 권한이 큰 만큼 대통령에게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인가  논란이 있다. 대통령에 대한 감사결과의 보고는 대통령 소속하에서 감사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실효성 확보수단이다. 정기보고인 경우에는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다. 수시보고는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감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선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감사원 스스로가 수시보고의 대상을 중요하고 의미있는 경우로 제한하여 선택하여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대통령 보고시 국회에도 동시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경우 감사종료시까지 비밀유지가 어려운 문제를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비밀이 필요한 자료들이 의원요구자료 명목으로 수집되어 유출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며, 감사자료의 유출은 감사대상자의 회피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O 석명의무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의 충족

  

국회에 대한 보고는 석명의무의 일환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충족시키는 활동이다. 국회의 감사청구제도는 감사원의 권한과 국회의 감·조사권과의 관계에서 조화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도의 운영에서도 국회에 의한 감사청구권의 남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 개헌논의의 단골, 감사원은 어디에 소속되어야 하는가 ?

 

O 어디에 소속될 것인가 ?

 

소속은 독립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대통령 소속인 경우 정보 및 자료의 수집이 용이하고 감사결과의 처리에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정치시스템에서 감사기구의 역할이 정부의 회계감사라는 점이 강조된다면 입법부 소속으로 감사기구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의회소속의 감사기구 역시 의회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독립성 확보방안으로서 의회로의 소속변경이 유일한 답이 될 수도 없다.

 

O 소속이 주는 각각의 장단점

 

오늘날 감사제도는 더 이상 회계 및 결산검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행정부가 수행한 사업의 결과에 대한 성과측정에 주안을 둔다는 점 그리고 성과의 측정은 직무행위에 대한 감사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의회소속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립기구로 두는 방식이 있다. 독립성만을 본다면 가장 타당하다. 그러나 행정부 및 입법부의 지지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독립형 기관이 될 경우에는 비교적 중립적이고 소극적인 업무인 결산 및 회계검사로 감사범위가 축소될 것이다. 독립형 기구의 경우, 행정부와 의회의 협조를 얻기 위한 협력방안의 강화 그리고 석명의무의 강화를 통한 국민적 지지 확보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대통령 소속일 경우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의 선임시 국회의 역할부여 그리고 수시보고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 소속일 경우 원장 및 위원의 인선절차에서 대통령의 관여와 당파적 균형의 유지 장치가 필요하다. 감사절차의 단계화와 공개를 통해 의회의 과도한 업무지시와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O 의회로 가면 좋은가 아니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가 ?

 

의회소속이었던 미국의 GAO는 표면적으로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끊임없는 긴장의 관계였다. GAO는 의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감사 이니시어티브를 공표하는 등 그 긴장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핵심은 정치적 조종으로부터의 보호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아 겉으로 아주 이상적인 기구로 보이는 독일연방회계검사원의 경우에는 행정부나 입법부와의 단절로 인한 문제가 나타났다. 비교적 적은 권한에 높은 독립성은 행정부나 입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이러한 고립과 단절은 감사업무의 실행 및 실효성확보 등과 관련하여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O 현재의 제도라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

 

감사원장과 위원의 선임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해 중립적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후보인사의 추천을 인사추천위원회가 함으로써 대통령의 영향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통령 소속의 기구라는 점에서 인적인 독립성을 통해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재정통제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감사업무와 본질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감사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의회의 감사요청을 거부할 경우, 거부이유를 공개함으로써 국회와 감사원 모두 공공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석명의무와 민주적 정당성의 강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감사원의 신뢰확보와 감사결과에 대한 수용성 제고의 핵심이다. 한편, 정책일관성을 통한 신뢰확보 역시 독립성 유지에 중요한 요소이다. 감사방향과 계획의 공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표적감사의 논란을 제거하고 감사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감사결과의 수용성 제고와도 연결된다. 

 

■ 대통령 헌법개정안에 나타난 감사원의 독립성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서 헌법개정안은 제114조 제2항을 통하여 “감사원은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적구성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감사위원 총 9명 중 국회에서 3명, 대법관회의에서 3명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 대법관회의에서 6명을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인적독립성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기관에서 어떠한 인사를 선임할 것인가가 내실을 결정한다. 실제로 많은 위원회 조직이 위원의 수를 안분하여 추천권을 달리하고 있지만 과연 중립성과 독립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오히려 추천기관에 더욱 종속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할 경우 직무 및 학력적 배경이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위원들은 법조인으로만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분야 및 다양한 계층에서의 감사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3을 법조인으로 구성하는 것은 감사환경의 다양성 및 미래 감사수요에도 배치된다. 따라서 대법관 회의에서 선출하더라도 전체 감사위원의 비율 중 법조인 출신의 비율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나가는 말

 

각 나라별 감사기구의 형태는 그 나라의 정치 및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법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법이 하는 역할은 최소한의 외연을 설정해 주는 것이며, 그 내면은 의식과 문화가 채워주어야 한다. 

독립성의 설계는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독립성을 천명하는 조문만으로 독립성이 달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조직구성 권한을 3권으로 나눈다고 해서 역시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의회소속이든, 대통령 소속이든, 독립기관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모든 방안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보완이 뒤따라야 하며, 그 보완의 핵심은 선택하지 않은 제도가 가진 장점이다. 따라서 어느 하나가 반드시 옳다는 것에서 벗어나 제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관심도 함께 필요하다.​ 

20
  • 기사입력 2018년05월30일 08시5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