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행정기관들의 독립성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1> 중앙은행 독립성의 본질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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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 필요한 곳들

 

우리는 독립운동과 연관된 역사적 활동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들어볼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법과 제도 내에서도 독립이라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진다. 가끔씩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위원회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고 그 조직들은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이해관계자들끼리 서로 충돌이 있으면 그 사안을 다루는 조직을 또 독립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사실 요즘에 출범하는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 독립성을 요소로 해야 한다고 해서 독립성의 요소가 너무 남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직의 운영 내지는 행위요소에 대한 투명성 제고보다는 조직의 독립성을 넣고 이것으로 중립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정당화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으며, 조직의 투명성의 이슈를 너무 쉽게 형식적으로 풀어가려는 것이 아닌지 생각도 든다. 

독립이 정말 중요한 기관들이 있다. 하나가 독립행정위원회라고 부르는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같은 조직이며, 또 다른 하나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다. 

 

독립성의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중앙은행이다. 한국은행부터 이야기 해보자. 먼저 한국은행이 정부조직인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은행은 정부조직이 아니다. 민간과 정부의 중간정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영조물이라는 것이 있는데 별도의 법(한국은행법)으로 통화정책수행을 수행을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독일의 연방은행(Bundesbank), 일본의 일본은행(日本銀行)이 모두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영국 영란은행(Bank of England)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RS)는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영국이 17세기에 전비조달을 위해 만들었는데, 그 당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상인과 귀족계급이었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주주가 되었다. 물론 나중에 전액 국가가 이를 소유한다. 미국은 20세기 초반 대공황 초반에 영국을 본 따 만들어 민간은행인 주주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 주주들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중앙은행의 공적지위를 다투는 사람들이 “미국은 민간은행이 주주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미 없는 이야기이다. 연방준비제도는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영조물(營造物, public institution)조직이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이야기는 오래된 역사적 배경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설립근거법률을 두고 있는 공적영조물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한 지 오래이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부조직으로 흡수되지 않은 이유는 독립성 때문이다. 정권은 짧지만 돈은 계속 돌기 때문이다. 돈을 풀다보면 당장 선거에 이기기 편하지만 그 후유증은 나중에 온다. 당장 주위에 돈이 넘쳐난다면 주식도 하고, 여행도 가고, 집도 사고 모든 것이 풍요롭다. 아마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칠 것이다. 돈이 정치적 영향력 안에 있게 되면 그 부정적인 여파는 정권이 임기를 마친 이후에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풀었던 돈이 음식점과 마트에서, 학원에서 혹은 놀이공원을 돌고 돌아오는데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나중에 발생한다. 

 

법, 사람, 돈, 기능의 독립

 

독립이 필요한 기관이라면 어느 정도까지 독립적이어야 할까? 독립성에 대한 정교한 논의는 독립규제위원회보다 중앙은행에서 발견된다. 왜냐하면 경제학자들이 독립성과 통화정책과의 관계에 대해서 계량적 실증분석을 많이 하였기 때문이다. 독립규제위원회는 법학자나 행정학자들이 주로 다루었고 중앙은행은 경제학자들이 주로 다루어 수리적 분석 면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풍부한 연구결과가 있다. 어떤 경우를 들어 독립성이 있다고 할까? 흔히들 독립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항목별로 나누어 본다. 법적 독립성, 인적독립성, 재정적 독립성, 기능적 독립성이다.

 

법적 독립성을 흔히 목표의 독립성이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목표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법적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식의 목적을 정리해두면 아무거나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것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면 좋다고 보았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빈발하고 그 피해도 커지면서 중앙은행의 목표가 과연 ‘inflation fighter’(물가안정자)로서의 지위만을 가지고 있는가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돈의 경로를 지키고 있고, 모두가 망했을 때 마지막으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최종대부자 : Last Lender of Resort’라고 한다)은 금융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이후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규제의 사령탑이 되면서 이러한 입장은 더욱 강화되었다. 새로운 목표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어떤 관련을 갖는가는 논쟁이슈이다. FRB는 통화정책도 임무지만, 고용안정도 그 임무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미국 FRB의 독립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단수냐 복수냐가 아니라 의회와 정부가 중앙은행의 중립적 판단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인적독립성. 한마디로 임명과 해임의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제로(Zero)’ 로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최선을 구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인적독립성과 관련해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벨테케 스캔들이다. 독일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의 벨테케(Welteke) 총재는 유로화 출범 1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가족을 동반하고 베를린으로 출장을 간다. 독일연방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본부가 있다. 이때 호텔 숙박비의 일부를 자산기준으로 독일 최대은행인 드레스드너 방크(Dresdner Bank)가 일부 부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벨테케 총재는 여론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는다. 호텔비는 큰돈이 아니었지만, 독일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다. 심지어 민선시장이 가족들과 휴일 날 시내 일반식당에서 매우 단출하게 밥을 먹고 법인카드로 계산했다가 주민소환을 당해 중도 사퇴한 경우도 있다. 

 

당시 정부에서도 벨테케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 배경으로는 당시의 정부의 일반경제정책과 불협화음으로 벨테케 총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 독일연방은행 이사회가 성명을 발표한다.

 “정부와 의회는 가만히 있어라.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해임결의를 해도 우리가 한다” 

독립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연방은행 이사회는 벨테케 총재 해임안을 추진하였고, 벨테케 총재는 스스로 사임을 한다. 

 

기능적 독립성은 중앙은행이 자신의 정책수행을 위해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누구로부터의 지시를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통상 정책수단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정치권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이를 ‘지시로부터의 자유(Weisungsfreiheit)’라고 한다 유럽중앙은행의 정관에 명기함으로써 유명해진 문구이다. 독일연방은행의 독립성에서 유래하였다. 

 

재정적 독립성이 있다. 중앙은행은 두 가지로 돈을 쓰는데, 하나는 중앙은행 직원의 월급 등 경상비이다. 또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드는 자금의 운영이다. 재정적 독립성은 후자를 대상으로 한다. 통화정책의 수립 및 수행에 대한 독립성은 그 수단선택의 독립적 판단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정책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통제하는 것은 독립성에 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독립성과 민주적 정당성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채로 독립성만을 향유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세상의 일로부터 너무 독립적으로 떨어져서 선비처럼 고고함만을 유지하는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유럽중앙은행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통합을 했지만 여전히 경제는 불안했다. 그래서 유럽위원회와 재무각료들로 구성된 재무각료이사회는 유럽중앙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랬다. 그런데 유럽중앙은행은 일반경제정책에 협조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아직도 안정되지 않은 유로화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나온 비난 중 하나가 “유로랜드의 앨리스(Alice in Euroland)”(주;Willem H. Buiter, Alice in Euroland, CEPR Policy Paper No. 1, 1999.4)이다. 즉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카드로 된 나라에서 자기 혼자만 사람이라는 것이다. 

 

독립성 보장차원에서 유럽위원회나 각료이사회가 이러한 비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유럽중앙은행이 독립성을 방패로 내세워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여론도 형성되어 있었다. 독립성의 대가는 엄격한 석명(釋明)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했던 일 모두를 소상하게 알리라는 것이다. 의회와 유럽시민에 대해 낱낱이 보고하고 비난을 받기도 하고, 소통을 하라는 것이다. 

독립은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석명의무는 독립과 동전의 양면으로 민주적 정당성의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독립성과 석명의무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독립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석명의무 역시 커지게 되며, 양자는 비례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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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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