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 단독사면 회의록에 숨은 진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22일 19시2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4분

작성자

  • 김상조
  •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메타정보

  • 33

본문

이건희 회장 단독사면 회의록에 숨은 진실
지난 2009년 12월 31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복권되었다. 삼성특검 형사재판이 끝난 지 딱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초고속 사면으로, 그것도 이건희 회장만을 콕 짚은 단독사면이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최근 당시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되어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긴 말 하지 않겠다. 인터넷 포탈에서 회의록 전문을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國益’이라는 숭고한 단어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4명)과 간사⋅서기 등 회의 참석자 11명이 현재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살펴보았더니, 모두들 잘먹고 잘살고 계신다. 
 

201512219284261459117x1.png
 

  경제개혁연대 입장에서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삼성특검의 수사 및 그 이후의 재판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면심사위원회 위원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무부는 정보공개를 거부했고, 결국 행정소송으로 가서 1⋅2⋅3심 모두 경제개혁연대가 승소하여 위원명단은 이미 공개된 바 있다. 회의록은 5년의 법정 제한기간이 지난 최근에야 공개된 것이다.
 
  회의록을 읽다가 내 눈길이 딱 멈춘 대목이 있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내세운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상신의 이유가 그것이다.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하나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SDS에 끼친 손해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등 피해회복조치를 취했고, 다른 하나는 조세포탈에 대해 포탈세액을 포함하여 총 8,050억원의 세금을 완납했다는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따라서 나는 특면사면 상신의 이유를 결코 수긍할 수 없다.
 
  첫째, 회의록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SDS에 끼친 손해액을 회사에 납부한 바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일면적 사실일 뿐이다. 이건희 회장은 1심 선고 직전에 삼성특검이 주장한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SDS의 손해액 총 2,509억원을 ‘유무죄와 관계없이’ 모두 변제했다는 양형참고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형사재판 과정이 모두 종결되고 난 다음에는 달라졌다. 즉, 유죄가 확정된 삼성SDS에 대해서만, 그것도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 227억원과 그 지연이자 120억원만을 삼성SDS에 납부하고, 나머지 2,162억원은 돌려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참고자료와는 다른 내용의 이면약정을 계열사들과 체결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는데, 결국 이건희 회장은 법원을 기망한 셈이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가 2009년 7월에 상기 의혹과 관련하여 금감원에 삼성에버랜드⋅삼성SDS에 대한 감리를 요청했고, 4개월여의 논란 끝에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2009년 12월 초에 금감원이 감리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면심사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의 법원 기망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 양형참고자료에 기재한 금액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삼성SDS 피해변제를 사면 상신의 근거로 제시했다는 것은 사면심사위원회가 예정된 결론을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했음을 반증한다.
 

2015122192935z348a0rua.png
 

  둘째, 삼성은 법원뿐만 아니라 국민도 기망했다. 삼성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2008년 4월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재산은 실명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학수 부회장은 해당 쇄신안의 내용이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차명재산은 세금납부 후 좋은 일에 쓰겠다’는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당시 주가로도 1조원이 넘는 인건희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형사재판 선고 전에는 마치 이건희 회장의 결단인 것처럼 발표하였다가, 나중에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환원 약속을 포함한 삼성 경영쇄신안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에는 포탈세액을 포함하여 총 8,050억원의 세금을 완납했다는 사실만을 사면 상신의 근거로 적시했을 뿐이고, 사회환원 약속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러고도 사면심사위원회가 국익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 묻겠다. 양형참고자료와 다른 이면약정을 체결하는 식으로 법원을 기망하면서, 세금 납부 후 남은 차명재산은 좋은 일에 쓰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식으로 국민을 기망하면서, 어떻게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3세 승계를 꾀할 수 있겠는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서부터 단독사면에 이르기까지 삼성특검 사건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한국사회에 진 빚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33
  • 기사입력 2015년01월22일 19시2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