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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파고를 극복하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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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16일 16시58분

작성자

  •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 미주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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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대외 통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 등 뉴노멀(New Normal)로 세계경제가 공급과잉, 수요부족에 시달리면서 각국이 자국시장에 빗장을 걸고 있다. 세계교역 연구기관인 GTA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전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50% 이상 증가했으며 이중 상당부분이 G20국가에 의해 발동되었다.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도 증가추세다. 지난해 말 175건에 달했던 수입규제 건수가 금년 상반기에는 184건으로 늘어났다. 인도, 미국, 중국 3개국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 열연강판에 61%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서 보듯이 미국의 통상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내 대선을 앞두고 의회와 행정부가 여러 채널을 통해 한미 FTA이행과 통상현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등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은 한미 FTA 체결이후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감소하여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정부는 한국이 상품수지에서 흑자이나 서비스 교역에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대미(對美) 직접투자와 금융투자까지 포함하면 한미간에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FTA 체결이후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FTA와 무관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의 최대 수입품으로 수입이 감소한 반도체의 경우 원래 무관세 품목이며 수입대체가 어려운 옥수수와 항공기는 미국의 작황과 한국의 항공기 수요변동으로 수입이 감소했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증가했으나 관세인하 효과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는 수출 증가가 쉽지 않은 수출 품목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한 미국 내 고용감소 주장도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 상품은 중간재가 대부분이며, 소비재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품목이 대부분이다. 미국내 고용감소는 자유무역협정보다는 기술진보, 자동화 및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것이라는 미국내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6월말에 발표한 FTA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이 없었다면 2015년 기준 440억 달러에 달했을 무역적자가 FTA 체결로 인해 283억 달러로 축소될 수 있었다고 지적하여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 대두가 자유무역 및 세계화의 부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하나 보호무역은 자유무역이 가져오는 플러스섬이 아닌 마이너스섬을 초래하여 결국 세계경제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은 과거 대공황 당시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결국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촉발시키고 이후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역사적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의 순기능을 유지하되 자유무역 확대과정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나 경쟁심화 등의 문제는 내부 혁신을 통한 산업구조 전환, 경쟁력 제고, 교육확대, 직종 간 임금격차 해소 등의 국내 경제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를 고립주의와 같은 정치적 수단을 동원할 경우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편 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남들보다 더 클 수밖에 없어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미국 등 FTA 체결 국가에게는 무역수지와 같은 단기적인 지표로 FTA를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상호 윈-윈 이라는 관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FTA 체결의 장기적 목적은 소비자효용 증대 이외에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촉진, 산업고도화, 생산성 향상에 있음을 적극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둘째, 각국의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FTA 협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중 FTA의 경우 투자애로 담당부서 지정, 비관세조치 협의기구 설치, 비관세 분쟁해결 신속해결 절차 등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비관세장벽 해소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우리 업계의 적극적인 활용의지와 의견개진이 필요하다.

 

 셋째, 4차 산업혁명, 디지털경제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는 개별국가의 정책만으로 보호무역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자무역체제(WTO)를 포함한 글로벌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20 정상회의를 통해 보호무역 확산이 방지된 경험을 되살려 G20, APEC, ASEM 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와 신고립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이후 수출이 19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철강, 화학 등 주력산업의 보호무역 확대는 한국의 수출회복을 지연시키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수출 다변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수출구조를 지식기반산업과 신성장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핵심 고부가산업은 보호무역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보호무역 확산 저지를 위한 민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 전개와 함께 이번 기회를 한국무역의 틀을 바꾸는 질적 성장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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