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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새 역사를 만들 책무가 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1월01일 13시1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31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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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정권마다 새 역사를 만들 책무가 있다.

 

 한국의 현대사는 정체와 도전의 연속이다. 역대 정부의 공적을 보면 이러한 점을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승만 정부는 국가와 법체계의 기초를 놓고 농지개혁을 하였으며, 박정희 정부는 수출확대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고 새마을 운동을 통하여 국민의식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올림픽을 유치하고 자율화 조치를 단행하였고,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폈으며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와 지방자치를 실시했고, 김대중 정부는 대북화해를 시도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물리적 지방 분산화 정책과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였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과 녹색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주요 정책 외에도 정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부어온 과거의 땀과 피가 바로 이 나라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이승만 정권의 정부수립, 북의 남침 격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박정희정권의 경제발전, 그리고 3김 리더십을 따라서 국민이 이루어낸 민주화는 어디에다 비교할 수 없는 공적이다. 

 

   과연 역사에 자리 매김할 국정과제가 무엇인가?

  제6공화국의 6번째 정부인 박근혜정부는 무엇으로 역사를  만드는 책무를 다 했다고 평가받을 것인가? 

 임기 5년 정권으로서는 많은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대선기간 동안의 준비기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후보에 도전할 때부터 무엇을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정부를 구성하는 초기부터 여러 가지 예상 밖의 문제를 당하면서 체계적인 방향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정부를 손에 넣은 다음에는 용기도 줄어들고, 관료제에 의하여 사소한 이것저것들이 모아져 대통령의 어젠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 선거 2년여 전부터 인물과 정책 검증을 시작하고 요란한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만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보를 단련시키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국정기조를 확정한 이후 그 밑으로 140개 국정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재원투입 가계부까지 밝히고 있고 각 부처별로 이 과제들을 배치시키고 구현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제들을 분석해 보면 목표치가 불분명한 것으로, 그저 좋은 일이니 “잘해보자”식의 나열에 그친 과제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 물가 안정화, 비정규직 차별 완화, 무상교육 확대 등등 어느 정부에서도 해야 할 일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정확한 목표치가 없다. 

 그리고 국민안전 분야가 23개 과제로 매우 포괄적으로 되어 있다. 환경생태부문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대로 간다면 정권이 마무리되었을 때 누가 이 정부를 안전한 시기였다고 평가할 것인가? 이 과제는 다시 영역을 세분하고, 국민의 실생활 안전과 안심 분야만을 중심으로 남은 2년간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의욕적으로 다시 엄선하여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할 처지에 있다. 그래야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 터인데, 그 조정을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3개년계획은 어디로 가고 있나?

  ‘비정상의 정상화’가 한 때는 국정의 개혁동력을 뒷받침하는 기조로 회자되었다. 기대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문제를 처리하고, 불법적 무질서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현재 어느 부분이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누구도 정상화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 다음에 경제혁신3개년 계획이 나왔다. 경제계획이라는 흘러간 용어에 식상한 반응이 있었다. 계획의 동기가 애매하긴 했지만, 경제는 “바보가 아닌 한 매달려야 하는 것”이니 지켜보는 중이다. 그 중에서 혁신경제의 내용을 보면, 창조경제, 미래대비, 해외진출이 구체적인 방향으로 제시되었는데, 정말로 새로운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목을 계속 집중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끝난 후 경제3개년계획이 시대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가이드라인이 되어서 정부의 에너지가 결집되었다고 말 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권위주의(market authoritarian regime)도 아닌 상황에서 정부가 종합계획으로 경제를 밀어 올릴 수 있을까? 한국경제에서 정부가 나선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다는 것이 흘러간 옛 노래 가락은 아닐지? 

  

  4대 개혁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다

   최근 대통령과 정부·여당에서는 입만 열면 ‘4대 개혁’을 완수하자고 한다.  4대 영역은 금융, 노동, 교육, 공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을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도, 정부의 문건에도, 포탈에서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때도 4대 개혁을 외쳤다. 물론 상황이 그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김대중 정부는 상당 부분 개혁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4년차에 진입하는 정권은 4대개혁의  첫 계단에도 못 올라간 것 같다.

 

 

   역사의 제단(祭壇)에 올릴 대통령의 어젠다는?  

  정권마다 적어도 2~3가지는 역사에 밀고 올라갈 과제를 사전에 발굴하고 그것에 매진하여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국정운영방식을 반대할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의도하여 초점을 맞추지 않는 문제가 역사를 만든 경우는 없다. 역사의 진화도 노력의 산물이다. 더구나 우리와 같이 분단의 현실을 넘어야 하고, 동시에 성숙한 공동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성원이 있는데도 정권이 무감각하게 “잘해보자”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여서는 역사의 냉혹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통상적 관리정부(housekeeping government)로서는 안 된다.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국정의 모든 분야를 조금씩 개선하지 않는 정부가 어디 있을까? 이러한 통상적인 집안청소식의 정부운영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적어도 2~3가지는 어느 정부도 감히 할 수 없었던 과제를 뽑아서 분명한 개혁대상으로 정하고, 현실적 한계라는 장막을 활짝 열고 새로운 “창출(creation)"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손대지 않은 다른 분야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국정과제는 어차피 불균형 전략인 셈이다. 대통령의 어젠다는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이 여태까지의 관례였다. 중간에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효과적으로 제거되었고, 정부 관료제의 최고의 관심사항이었다. 작은 과제도 엄청난 어려움이 있기에 과제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항상 힘겨운 것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하느라고 힘들었고, 그래서 이러한 과실을 땄노라고 자화자찬식 평가가 따르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개헌을 통한 정상화가 .......

   이 정부를 정책정부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느 과제를 하더라도 남은 시간이 빠듯하고, 열매를 모두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자신 있던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천착의 계기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차피 정치하시던 분이니 조준도 ‘정치적 도메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본다. 그것에는 정치제도의 정상화인 개헌(改憲)도 포함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내용의 정상화도 좀 더 심도 있게 추진되어서, 한국 사회가 박근혜 대통령 때를 기점으로 부패도 없어지고, 갑질도 없어지고, 허례도 없어지고,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되어서, 소시민도 가족의 행복을 어느 경우에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고 객관적으로 평가받는다면 이것은 역사에 오를 만하다. 특히 정치개혁으로 입씨름하던 정치가 국민의 삶을 다루고, 제도적으로 20여 년 이상 제기된 문제를 헌법적 한계를 열어서 국가의 21세기 새 틀을 마련한다면 이것은 역사에 남을 만하다. 그래서 정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꾼 ‘진한 감동을 주는 국민혁명’을 구현한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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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1월01일 13시1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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