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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일주일]⑤ "의사는 대화하고, 정부는 퇴로 열어주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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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26일 11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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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부가 사태 연착륙할 수 있는 대안 마련해야"

전공의에는 "투쟁 원한다면 병원으로 돌아가 정부와 대화해야"

'의사 1만명 부족'에는 이견 없어…"연착륙 위해 증원 규모 재조정 등 검토해야"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 양측 다 대치를 멈추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의료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나날이 커지면서 더 이상의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 정부와 대화에 나서고, 정부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퇴로'를 열어줘 사태가 지나치게 장기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주를 이룬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전공의와 정부 모두 대화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진정으로 '투쟁'하고 싶다면 정부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해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와 대화하기를 바란다"며 "정부 역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하지만, 2천명이라는 정원에 대해 국민과 사회를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권 교수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진 않지만, 의대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단 정부와 의료계 간 정원에 관한 '룰'(Rule)을 만드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각 대학 총장이 요구했던 의대 증원 폭을 현실에 맞춰 조정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료계에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두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해서는 '의료개혁특위'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가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보상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린 만큼 앞으로 의료계 안팎이 참여하는 특위에서 협의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역시 의료계와 협의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세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서로의 주장을 반복하는 건 소모적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안이 길어질수록 감정만 상한 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누군가를 무릎 꿇리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려면 '물밑 대화'가 중요하다"며 "전공의들의 퇴로를 열기 위해 그들이 내건 조건을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등 사태가 너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상태로 가면 실리적 대화보다는 '감정적 반발'이 거세지고, 의사는 더욱 똘똘 뭉쳐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2천명 증원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 3개를 작성한 각각의 연구자는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협의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해달라고 제언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양측이 극단으로 대치하면 안 된다"며 "1년에 1천명씩 10년간 (1만명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목표가 같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이를 수 있는 길은 다양할 수 있다"며 "2천명씩 5년 늘리는 것이 아니라, 1천명씩 더 오랫동안 늘리거나, 2050년까지 길게 보면서 2만2천명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단체가 (증원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대치를 끝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므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사를 늘리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1년에 2천명 증원이 아닌 750명 정도 증원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계도 환자를 먼저 생각하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안선영 중증질환환자연합회 이사는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 지금도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환자들을 배제하고 (토론) 테이블에 의협과 정부가 앉아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역시 "대화하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온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고, 동시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세부 방안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화도 함께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부에서는 '환자를 떠나는 순간' 명분을 상실한 의사들이 결국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형성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 상태로 한없이 갈 수는 없는 일이고, 명분이 없는 쪽에서 결국 물러서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의대 증원을 늘린다고 어떻게 환자를 떠나느냐. 의사들이 우선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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