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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출 2년째 9%대 확장…재정건전성 급속악화 문제없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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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29일 11시17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29일 1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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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R&D·SOC 지출 크게 늘려 경기·日규제 대응…복지도 두자릿수 증가율 

기재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 긴요"…전문가 "재정건전성 우려·재정만능 안돼"​


정부가 내년 나라 살림을 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5천억원으로 편성하며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간 것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혁신 성장과 경제 체질 개선을 꾀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친 절박한 상황이 고려됐다.

경기 부양 의도는 물론 사회안전망을 넓혀 포용국가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지출을 무려 27% 넘게 늘린 것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이런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세수가 10년 만에 감소하고 통합재정수지(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 차이)가 5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적자국채를 역대 최대인 60조원 찍고 국가채무비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40%에 육박하면서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 산업·中企 27.5%↑, R&D 17.3%↑, SOC 12.9%↑…보건복지노동 181조, 총지출의 35% 차지


정부는 올해 약 47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이어 내년에 사상 처음 510조원대에 달하는 '초슈퍼 예산'을 편성하며 2년 연속 재정 지출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내년 총지출증가율은 9.3%(43조9천억원)로 올해(9.5%)에 이어 2년 연속 9%대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홍콩 사태 등 대내외 어려운 여건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단기적인 재정 수지 악화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혁신 성장과 경제 활력에 가장 중점을 뒀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원천 기술 R&D 예산 등이 대폭 반영됐고,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활력 예산도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R&D와 SOC 예산이 각각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R&D 예산은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인 17.3%를 증액한 24조1천억원이다. 이는 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인 10.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건설·교통 등 SOC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12.9% 많은 22조3천억원이 책정됐다. 이런 증가율은 올해(4.2%)의 3배로, 문재인 정부 들어 SOC 축소 기조에 따라 2018년과 2019년에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예산이 다시 20조원대로 회복됐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인 4.6%보다 무려 8.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증액분 2조6천억원 가운데 과거의 '토목 SOC'는 5천억원 정도 뿐이고, 나머지는 안전 스마트 인프라 등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도 수출·투자 지원, 제2벤처붐 확산,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 총 27조5천억원이 책정됐다. 전 분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27.5% 증가율이다.

미세먼지 저감, 붉은수돗물 사태 방지 등 사업이 포함된 환경 분야 예산도 올해보다 19.3% 늘어난 8조8천억원이 책정됐다.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도 올해보다 12.8%(20조6천억원) 늘어난 181조6천억원이 배정됐다. 내년 총지출의 35.4%를 차지해 올해(34.3%)보다 비중이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증가액은 총지출 증가액(43조9천억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사회보장성 급여 확대, 기초생보 제도 개선,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제도) 도입,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 등으로 올해보다 21.3% 늘어난 25조8천억원이 배정됐다.

반면 문화·체육·관광(8조원), 외교·통일(5조5천억원), 국방(50조2천억원)은 각각 1년 전보다 9.9%, 9.2%, 7.4% 늘었다. 이 중 국방예산은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했다.

농림·수산·식품(21조원), 공공질서·안전(20조9천억원), 교육(72조5천억원)은 각각 4.7%, 4.0%, 2.6% 증가에 그쳤다. 

 

◇ 세수 10년 만에 감소 전환, 적자국채 60조 '역대 최대'…재정수지 급격 악화


내년에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세수 전망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기재부는 내년 국세 세입예산안을 올해 예산(294조8천억원) 대비 2조8천억원(0.9%) 감소한 292조원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본예산 기준 2010년 예산안(2009년 제출) 이후 10년 만에 감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수 감소 전환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한 여파로 내년에 법인세가 올해보다 14조8천억원(18.7%) 줄어든 64조4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재정분권에 따른 국세 5조1천억원의 지방 이관도 영향을 미쳤다.

세입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적극적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정부는 모자라는 재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재부는 내년에 나랏빚이 65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중 60조2천억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예산 기준 적자국채 발행액이 최대 39조6천억원(2015년)이었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20조원 이상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세수는 줄고 정부 지출은 더 크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7.1%에서 내년에 39.8%까지 올라 재정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에 31조5천억원 적자로 2015년 2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5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 관리재정수지도 72조1천억원 적자로, 올해 GDP의 -1.9% 수준에서 내년에 -3.6%까지 급격히 악화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다시 사회보장성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정부의 재정수지로, 통상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그동안 관리재정수지는 2009년에 GDP의 -3.6%를 기록한 뒤 -1~2% 수준에서 관리돼 왔으며 작년에는 -0.6%를 나타냈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밑돌고 있어서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인 39.8%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관리재정수지 마이너스 폭이 -3% 이상으로 커지는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다시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정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를 2019~2023년 중 연평균 -3%대 중반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정부의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수긍하면서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 증가폭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는 우려를 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내년에 확장적 재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이 정도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므로 이후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 준칙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재정 확장이 계속되면 상당한 재정건전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국가부채 비율이 높지 않지만, 저성장이어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재정으로 모든 것을 계속 해결할 수는 없고, 다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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