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칼을 버린 정의의 여신상과 정치자금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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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8월03일 16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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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살아있습니까

 

  당신의 삶 속에 정의는 살아있습니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어렸을 때는 나쁜 사람이 감옥에 가고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렸을 때 순수함을 지키긴 어려웠다. 사회의 타성과 어두운 면을 보고나니, 나쁜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관용이 생겼다. “에이 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와 같은 말로 나쁜 일을 외면하기도 했다. 정의를 선뜻 말하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정의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도 정의로운 일과 정의롭지 않은 일을 구분할 수 있고 나쁜 사람, 착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정의를 지키기 어려워진다. 자신이 지고 있는 짐, 세상이 주는 무게가 점점 늘어나기에, 스스로 합리화하며 정의의 기준을 내려놓는다. 특히,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정의롭지 않은 일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한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의보다는 권력, 자본이 더 우세하다. 권력과 자본은 정의의 기준을 옅게 만든다. 초등학생의 정의, 대학생의 정의, 40대 직장인의 정의, 60대 노인의 정의는 모두 다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정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정의를 지키기에는, 정의만 바라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병들어 있다. 착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 더 성공하는 판에 사람들이 정의를 지킬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정의의 현주소

 

  드라마 이야기를 해보자. 법정 드라마인 만큼 다양한 사건이 다루어진다. 본드 중독 청소년, 재벌 일가와 관련된 성추행, 의료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피고인은 법정 앞에 앉아 처벌을 받고 검사, 변호사, 판사가 각기 다른 말을 한다. 모두 법에 근거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모두 다르다. 특히,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거나 자본가인 경우, 법조인들이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진다. 법정에서조차, ‘정의는 살아있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쩌면, 법정이야말로 정의의 가치를 산산 조각내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은 이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18년 대한민국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가. 아마 만 명만 평등할 것이다.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 법정에는, 전관예우와 권력, 자본이 개입하고 우리 사회의 타성이 작용한다.    

 

  법정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이 여신상은 한 손에 법전, 한 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법을 통해 그 무엇보다 평등하게,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겠다는 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다른 나라의 여신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 저울, 한 손엔 ‘칼’을 들고 있다. 어떠한 것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의 실현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판 정의의 여신은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법은 가변적이며 때로는 억울한 희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법이 한 정치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바로 정치자금법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원내 정당, 특히 거대 정당과 기성 정치인에게 특화되어 있다. 초선 의원이나 낙선한 의원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정치신인들은 불법 자금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불명확한 출처로부터 자본을 받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현실을 눈치 챈 듯하다. 정치자금 개정에 대해 64%가 동의하고 반대는 15%에 불과하다. 이제는 정의의 여신이 가지고 있는 법을 바꾸어야 할 때다. 거대 정당, 기성 정치인에게 쏠리는 정치자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법부터 바꾸어야 한다. 언제까지 기득권이 쥐락펴락하는 정치에 의존하며 우리의 삶을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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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8월03일 16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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