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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난민 문제에 가장 보수적인 세대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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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13일 17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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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 양혜왕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恒産(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恒心(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제주도에 예맨 출신 난민 500여 명이 입국하여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전 세계로부터 받은 각종 원조와 지원을 생각한다면 지구촌 사회의 일원으로써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이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제주도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3.4%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찬성은 37%로 찬반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 넘었다. 특히 20대의 반대의사가 제일 높았다. 무려 응답자의 66%가 반대했다.

 언론들은 일자리 문제 등 경제 문제가 20대의 반(反) 난민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최근 고용 관련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자국민이 아닌 난민들부터 챙긴다.’는 인식이 퍼지자,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 청년 세대가 일종의 소외감마저 느낀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4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5개중 30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취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취업을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니 공무원 수험가도 인산인해다. 물론 난민 문제 반대의 원인을 경제에서만 찾아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이 난민까지 받아들이기에 너무 팍팍한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이미 내가 난민이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바른 마음은 경제적 안정이 이뤄진 뒤에서야 확립된다는 이 구절을 지금 되새기는 이유다. 양혜왕은 제사에 쓰일 예정이었던 소를 보고 불쌍하다며 양(羊)으로 제물을 바꿨다. 양이나 소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맹자는 양혜왕을 칭찬했다. 다만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먼저 내 집의 노인을 존경하고 나서 남의 집 노인을 존경하며, 내 집 아이를 사랑하고 나서 남의 집 아이를 사랑한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인들이 난민 인정을 받는다면 월 43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500명 모두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2억이 약간 넘는 돈일뿐이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생각할 때 큰돈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 문제에 있어서 청년들이 아쉬워하는 이유는, 10명 중 한 명이 주거빈곤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난민 문제에 아쉬워하는 이유는, 10명 중 한 명이 실업자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난민문제에 아쉬워하는 이유는, 버는 돈도 얼마 없는데 평균 부채는 2385만원인 대한민국 청년들이 난민문제에 아쉬워하는 이유는, 그저 난민에 대한 혐오감의 발로(發露)일 뿐일까? 그저 가짜뉴스에 속아서일 뿐일까? 텁텁한 습기 가득 찬 골목길마다 새파란 울음만이 가득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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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13일 17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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