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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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 학연, 지연, 그리고 대통령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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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4월1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13일 17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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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오래 지속된 인연은 서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인지하며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바로 인맥이다. 대한민국은 인맥이 중요한 나라다. 아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혈연, 학연, 지연은 성공의 척도로 여겨진다. 정치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인맥은 선거의 핵심변수로 작용하고 때로는 공천결과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출신, 학벌은, 마땅히 투표할 사람이 없는 유권자에게 쏠쏠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단연 ‘대통령연’이다. 대통령의 측근은 이른바 실세가 되고 대통과의 인연은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대통령’이라는 한 단어가 정치판에 주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대통령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대통령과의 인연은 자신의 정치 경력 중 자랑할 만한 스펙이 되고 가장 크게 붙여놓는다. 지지율이 높은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쉬운 승리를 가져간다. 정치인 개인의 능력이나 비전, 헌신성이 아니라, 대통령 이름 석 자가 투표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도 나도 대통령과 악수하며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자신보다 대통령을 더 앞세운다. 대통령연은 ‘무적카드’가 되어버렸고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선거가 아무리 프레임 대결이고 이미지 싸움이라고 한들, 대통령만 부각되는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면, 선거의 존재 의미는 이미 퇴색된 것이 아닌가. 나라의 국정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의 중요한 이슈를 결정하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대통령’에 집중할까. 왜 ‘대통령연’을 보고 투표를 하는 걸까.

 

  대한민국 대통령은 상징성이 너무 크다. 나라 자체를 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서를 대변한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의존은 ‘대통령을 통한 정치’를 당연시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 가는 민주주의에서 한 가지 목소리가 비대해지는 것이다. ‘대통령당’ 여당은 특권을 가진 채 선거를 치루고 이에 편승해 의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다.

 

  이러한 과정이 과연 공정한가. 대통령이 부각되는 선거는 이미 본질을 잃어버렸다. 정치인 개인의 비전과 능력, 헌신성은 ‘대통령연’에 밀렸고 사람들의 관심조차 이에 쏠리고 있다. 다원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은 스스로 일원화를 추구하고 있다. 부디 이번 6월 선거에서는 대통령보다, 정치인 개인의 모습에 집중하길 바란다.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가져다줬다. 역사는 대통령 일인의 한계를 보여줬고 이는 국민들의 광장정치로 이어졌다. 아무리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젠다로 형성되고 존중받아야 민주주의 다원성이 살아난다. 다원성이 발현된 국가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다.​ <ifs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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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4월1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13일 17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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