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하면 공기업 개혁 된다고요? - 성과연봉제, 골간 방기한 채 곁가지만 건드리는 대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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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을 담은 모방’, ‘오마주’의 정의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 2>에 <대부 2>의 장면을 오마주했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언터쳐블>에 <전함포템킨>의 장면을 오마주했다. 이처럼 ‘오마주’는 존경하는 대상을 ‘모방’함으로써 경외심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마가렛 대처에 대한 존경을 표해왔다. 그 마음이 너무 커서였을까.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대처 전 수상을 ‘오마주’한 듯 닮았다.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 바람을 몰고 온 대처처럼, 효율과 경쟁만이 경기침체를 치료할 수 있다며 몰아치는 모습이 그렇다.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에 맞지 않는 옷이다
‘성과연봉제’도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행보 중 하나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부채를 직원 간의 경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라는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공공기관의 업무가 대부분 국민들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공’이라는 단어에는 ‘손해를 감수하는 복지’, ‘형평성 제고’와 같은 공동체적인 담론이 내포되어 있다. 공공기관의 업무를 단순히 실적이나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던 공기업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수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손해보는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고 가정해보자. 방송사에 대한 규제가 주 업무인 방통위의 직원들은 ‘실적 향상’을 위해 마구 규제를 남발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철도 관련 공기업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사고 발생 여부’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는 만큼 작은 사고의 경우 은폐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다. 결코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동안 서울도시철도에 저성과퇴출제가 도입되자 시스템 장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바 있다.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개혁의 마중물이 아니다
물론 공공기관에는 개혁이 필요하다. 500조 원에 달하는 부채와 민간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생산성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작금의 부실을 타파할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부실을 초래한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는다.
정부의 신임을 등에 업은 채 낙하산 타고 내려 온 공공기관장들은 전문성 및 책임성 결여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공공기관장들은 정부의 사업을 일말의 검토도 없이 진행해주는 ‘정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낳은 자원외교의 원인도 ‘낙하산 인사’들의 무비판적인 정부주도 사업 수용에 있었다.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도 문제다. 출자회사 상당수는 경영 부실로 매년 손실을 내고 있지만 2009년 330개이던 출자회사는 지난해 560개로 늘어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회사 지분이 30%가 넘으면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악용해 29%짜리 출자회사를 설립해 정부감시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또한 출자회사가 담당하는 실정이다.
‘낙하산 인사’와 ‘무분별한 출자회사 설립’을 방치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공기관 부실의 골간은 내버려둔 채 곁가지만 건드리는 행태다. ‘성과연봉제’만으로는 공공개혁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2016년, 경쟁보다는 협력이 대세
‘성과연봉제’는 80년 대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확대된 정책이다. 수많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며 생산성 제고를 도모했지만,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성과연봉제’의 축소, 수정, 폐기를 단행하고 있다. 심지어 GE,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민간기업 마저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제도’로 평가하며 다시금 연공급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낮은 생산성을 경쟁과 효율로 반등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성과연봉제’라는 ‘실적주의’가 아닌 조직 내 ‘협력’으로 공기업 개혁의 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각 기관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 청사진’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고, 목표를 달성한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직의 생산성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향상되기도 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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