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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政治化)하고 실기(失期)하는 통화정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0월22일 17시50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22일 20시20분

작성자

  •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메타정보

본문

 

1999년부터 한은 통화정책 수단으로 ‘이자율’ 사용 

 

우리나라가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5월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당시 한국은행총재는 전철환씨였다. 그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이번 달까지 234개월 동안 39회 변경되었다. 평균 6개월에 한 번 변경된 것이다.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기준금리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은 5.25%로, 1999년 10월부터 2000년 1월까지 4개월과 2008년 8, 9월 2개월이었다. 기준금리가 5% 이상이었던 기간은 2000년 2월부터 2001년 6월까지 17개월과 2007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5개월, 총 32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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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후반부터 급속확산기인 2008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위기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계속해서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먼 사태에 따라 큰 혼란이 나타나자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5.25%(2008년 9월)에서 2%(2009년 2월)로 급속히 인하하였다. 심지어 2008년 10월에는 9일에 0.25%, 27일에 0.75%, 두 번이나 이례적으로 인하하였다. 금융위기가 코앞인데도, 그리고 이미 위기에 들어선 다음에도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거나 높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폐공급 정책 ‘통화량과 금리’ 무엇이 더 유효한가?” 논란 여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이전에는 통화량(화폐공급)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통화량이 더 유효한지 아니면 이자율이 더 유효한지에 관하여는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통화량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의 문제는 통화 공급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도 이자율이 반응하지 않으면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즉 통화정책이 실물부문으로 전파되는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자율경로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이자율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투자와 소비가 증가함으로써 정책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통화량이 증가하여도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찍이 케인즈(John M. Keynes)가 『일반이론』에서 주장하였듯이 소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라는 것이 있다. 이자율이 낮은 경우에 나타나는 것으로 화폐수요의 탄력성이 무한대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면 통화 공급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모두 화폐수요로 흡수되기 때문에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한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크지 않다. 

 

어찌 되었던 통화정책의 주된 전달경로가 이자율이라면 굳이 통화량을 가지고 씨름할 것이 아니라 이자율을 직접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들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수단으로 통화량과 이자율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서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목표 기준금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조절해야하기 때문에 이자율과 통화량을 서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자율 정책의 장점, “유동성 함정 피할 수 있고, 정책방향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이자율을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을 피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미국, 일본, EU 등 여러 나라에서 기준금리를 0%로 꽤 오랜 동안 유지한 적이 있다. 그리고 소위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통화를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하였다. 이 경우 명목이자율이 0% 아래로 하락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양적 완화는 통화정책이 통상적으로 지향하는 경기부양효과보다는 신용경색에 따른 공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  

 

다음으로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면 기준금리의 증감을 일반 대중이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지향하는 바를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정책을 통해 경제상황을 파악함으로써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때때로 유지해야 하는 모호성을 지닐 수가 없고 정책의 잘잘못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금리 2%이내 유지’…한은 정책운용 자질부족 아닌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발견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2008년 위기 직전에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고 높게 유지한 것은 누가 봐도 옳은 정책이 아니었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기준금리를 2%(2009년 2월~2010년 6월)로 유지한 적이 있다. 논리는 기준금리를 2% 아래로 너무 낮추면 정책의 지렛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도 이해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기준금리를 2% 아래로 유지하는가? 지금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란 말인가? 정책을 그토록 경직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유연성을 근간으로 하는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밖에 말하기 어렵다. 

  

현재 금리를 인상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1.5%로 유지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존재한다. 기준금리가 2% 아래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2015년 3월 이후 지금까지이다. 무려 41개월째이다. 위기 때에도 2% 아래로 낮추지 않던 기준금리를 이제는 경기상황 때문에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은행의 성향으로 볼 때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이자율을 이토록 오래 유지하는 것은 그 독립성 때문이라기보다 그와는 반대로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고 그 때문에 정책의 타이밍을 놓친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공식석상에서 총리까지 나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라고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일까. 

 

금리 진작 인상했어야…‘한은 독립성’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행사할지 되돌아보기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논쟁을 보면서 한국은행의 정책행위에 대하여 실망하게 되는 것은 정책의 정치화와 실기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훨씬 전에 인상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불황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이때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이해한다. 그 가운데 미국이 계속해서 연방기금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역전되고 커지는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 또한 이해한다. 한국은행의 이와 같이 곤혹스러운 처지는 정치권 눈치 보다가 실기한 때문으로 스스로 자초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은 그 독립성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지켜야 하고, 어떻게 행사하여야 하는지를 스스로 되돌아 볼 때라는 생각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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