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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논쟁보다 유효한 정책수단 논의가 급선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6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6월18일 16시48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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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즘 경기가 수축기에 접어들었는지 여부에 대해 언필칭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당국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민간단체와 경제학자들은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광공업 생산‧건설투자가 증가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기술하였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2018)은 지금 우리 경제가 후퇴 국면을 지나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 주원, “경기하방리스크의 확대: 최근의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2018. 6. 1.   

 

지금 제기되는 대립적인 견해에는 경기 상황 판단, 즉 우리 경제가 경기 정점을 통과했느냐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경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당위성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 진단이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 때문이다. 경제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것인지, 새로운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기 진단에는 수반되어야 할 정책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정부, 현재 정책기조 유지 의도로 회복진단…민간, 확장적 친기업적 정책전환 바라는 심정으로 하강 진단

 

현재의 경기 논쟁에서 대립되는 양 견해에도 이러한 관점의 정책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한 것 같고, 민간에서는 지금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좀 더 확장적이고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정책기조가 바뀌기를 바라는 심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경기논쟁에서 등장한 표면적인 경기 인식, 숨은 정책 의도 등을 감안하여 나름대로의 내 견해를 피력해보고자 한다. 그 관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첫째로 경기 국면의 전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의 의미가 약화되었다. 둘째 여러 경제 지표의 흐름에서 보면 경기 국면의 전환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셋째 그렇다고 과거처럼 경기 확장적 정책 수단을 도식적으로 동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우리 경제의 근원적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릴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이 관점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경기 변동성이 축소되고 경기 주기가 단축되는 흐름

 

이제는 경기 국면 전환 여부를 논쟁거리로 삼아서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의미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기 변동성이 축소되고 경기 주기가 단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국면의 전환 여부를 신속히 판단키 어렵다는 점은 다음 사실로 알 수 있다.

 

통계청은 2016년 6월 30일 우리나라 경기변동의 새로운 기준순환일을 발표하였다. 그 발표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1970년 이후 경기 확장과 수축의 과정을 10번 반복한 이후 11번째 경기순환으로 들어가는 기준점(경기저점)으로서 2013년 3월을 잠정적으로 설정하였다(아래 왼편 그림 참조). 경기저점을 통과한 지 3년 3개월 만에야 기준순환일을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39개월은 평균적인 경기 확장기가 31개월 정도라는 점에서 매우 오랜 기간이었다. 

 

  * 통계청, “제9차 경기종합지수 개편 결과 및 최근의 기준순환일 설정,” 보도자료, 2016. 6. 30.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1970년대 이후>

 

<최근의 기간>

 

  1df3870f92e5bce143bb7da8e7db899c_1529306 주: 음영 부문은 경기 수축기를 표시 

 자료: 통계청 국가통계포탈(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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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2013년 이후 최근까지 경기 지표의 움직임에는 몇 차례의 기복이 나타나고 있다(위 우측 그림 참조). 지표로만 본다면 경기 국면의 전환이 몇 차례 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경기 흐름이 이러한 모습을 반복한다면 지금의 경기 논쟁의 핵심 대상인 2017년 중반의 경기지표 하락을 경기 국면의 전환 기준일로 판단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가 될 것이다. 이 사례는 2010년대 들어 우리 경제의 경기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경기 상황을 판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하여 경제 상황의 인식, 정책 결정과 집행 등에 따른 시차를 감안하면 경기 상황 판단에 입각한 정책기조의 변경은 경기 변동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할 우려마저 제기된다. 예를 들면 경기 국면이 후퇴기로 접어 든 것으로 판단하고 확장적 경제정책을 시행하면 실제로는 후퇴기를 지나 확장 내지 호황 국면에서 이 정책이 집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생산지수는 경기 상황을 긍정적 판단케 하는 편기된 정보

 

다음으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는 당국의 견해를 살펴보자. 현재 당국에서는 산업생산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데에 한 가지 지표만 의존할 수는 없다.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생산지수와 같은 범주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출하와 재고를 동시에 고려해보자. 아래 우측 그림에는 제조업 생산, 출하 및 재고지수의 추이를 같이 표시하였다. 

 

 

제조업 생산 출하 재고 지수

재고순환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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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각 지수는 계절조정지수를 사용

자료: 통계청 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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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출하증가율 -재고증가율,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로 계산

자료: 통계청 KOSIS​  

 

 

이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18년 4월 생산이 전월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제의 흐름이 회복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출하지수가 큰 폭으로 낮아진 데다 재고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이 그림에 의하면 생산지수는 경기 상황을 긍정적 판단케 하는 편기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새로운 지표, 재고순환지표를 그려보았다(아래 우측 그림). 재고순환지표는 출하지수 증가율 - 재고지수 증가율의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각 지수의 계절조정계열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을 사용하였다. 재고순환지표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중의 하나인데 이 지표가 음(-)의 영역에 진입하면 경기가 수축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계청이 경기순환의 제11주기 시점으로 정한 2013년 3월에도 이 지표가 양의 영역에서 음의 영역으로 변하는 시기였다. 

 

이 지표의 최근 동향을 보면 2017년 중반을 기점으로 음의 영역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즉 비록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출하가 부진한 가운데 재고는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생산지수 하나에 의존한 경기상황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경기 진단이라 하겠다. 

 

출하-재고 순환도로 본 경기의 궤적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기 위해 출하-재고 순환도를 그려보았다. 이 그림은 횡축을 출하증가율, 종축을 재고증가율로 하여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의 조합이 시기별로 어떠한 변화를 보이는지를 보여준다. 그 궤적이 통상적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제1사분면(第1四分面)의 우상향 대각선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경기의 정점이 형성되고 경제가 수축기로 접어든다고 볼 수 있다. 즉 출하가 줄고 재고가 느는 시점에 경기 정점이 형성된다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최근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의 조합 궤적이 제1사분면의 우상향 대각선을 언제 통과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언뜻 보기에는 2017년 6월 전후 시점에 대각선을 통과한 듯 하지만 그 이후 출하가 다시 늘어남으로써 경기 후퇴 시점으로 단정키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가 2017년 11월 이후에는 출하 및 재고 증가율 조합의 궤적이 갑자기 제2사분면으로 이동하였다. 그 이후 궤적이 제1사분면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기 국면의 전환이 그 시점을 전후하여 형성되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출하-재고 순환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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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통계청 KOSIS

 

 

 

 

 

 

이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 경기 변동기에 이 지표의 움직임이 어떠하였는지를 살펴보자. 통계청(2016)은 제 9 및 제 10 경기순환기의 정점은 각각 2008년 1월과 2011년 8월이라고 발표하였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출하-재고 순환도를 그리면 아래와 같다. 2008년 1월의 경우는 제1사분면 우상향 대각선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2011년 8월은 우상향 대각선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사례들 역시 출하 재고 증가율 조합의 궤적이 제1사분면 우상향 대각선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통과하는 시점을 전후하여 경기 정점이 형성된다는 사실과 부합하고 있다. 

 

 

출하-재고 순환도

 

<2008년>

 

<2011년>

 

  1df3870f92e5bce143bb7da8e7db899c_1529307    자료: 통계청 KOSIS

 

  1df3870f92e5bce143bb7da8e7db899c_1529307 

 

 

 

 

경기 수축기로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

 

이상의 논의에 근거할 때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경기가 수축기로 진입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겠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경기 국면을 판단함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 국면에 대한 정책 당국의 판단에 변화가 없는 이유가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이어가고자 하는 숨은 의도 때문이라면 현재까지의 정책 기조에 다소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경기 국면 전환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초 이래 최근까지 내외 여건에서 크게 악화된 요소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 경기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동계올림픽 개최,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등 오히려 호재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기는 급격히 위축되었을 여지가 크다. 그 이유나 배경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게 향후 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 국면의 전환을 인정하더라도 민간의 의도대로 거시정책 기조를 확정적으로 가져가고 친기업적 분위기 형성 등의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오래 전부터 확장적이었다. 지난 수년간 반복되는 추경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를 도모하였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였던 데다 정책금리도 낮아 금융 여건은 상당 기간 충분히 이완적이었다. 그리고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당국에서는 친기업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노력하였다. 이러한 거시정책 기조와 친기업적 분위기가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고 체질을 강화하지도 못하였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결국 경기 국면이 변하였더라도 옛날처럼 도식적으로 대응한다면 경기 전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은 되지 못한다.  

 

우리 경제의 본질적 문제점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

 

요컨대 경기논쟁은 그 의미가 퇴색하였다. 경기 논쟁을 통해 경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더라도 동원할 정책 수단은 여의치 않다. 옛날처럼 도식적인 정책을 반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기 상황에 대한 논쟁보다는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 문제점은 물론 관점에 따라 달리 인식될 수도 있다. 경제 시스템 내부에 구조화된 폐해일 수도 있고 정책집행방식의 허술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은 부정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 상황을 인식하기 위한 접근법에서 경기와는 다른 관점, 예를 들면 여러 개별 경제문제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그중에서 긴요하거나 해결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을 먼저 다루는 등과 같은 접근법으로 바꾸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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