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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불안한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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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4월23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23일 15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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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시는 어렵다. 입시는 나쁜 놈들이 지배하는 세계다. 존재하는 것은 온통 나쁜 입시들 뿐, 착한 입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만 같다. 

 

현재의 대학입시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입시요소는 어떤 것일까. 내신(학생부교과), 수능, 논술고사, 구술면접고사, 학생부비교과 등을 꼽는 데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입학전형은 이러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수능 위주 전형은 수능시험 단독으로 전형을 이루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전형들은 몇 개 요소의 합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더 많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논술전형은 ‘논술고사 + 수능(최저등급)’으로,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 수능’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연·고대를 최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주로 ‘내신 + 비교과 + 구술면접고사 + 수능’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입학전형을 구성하는 이들 입시요소들은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내신은 경쟁의 성격이 매우 잔인하다. 경쟁의 대상자가 오로지 학교 친구들이다. 또 주입식 암기식 공부를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그 정도가 수능에 비해 훨씬 더 심하다. 수능은 전국의 학생을 단일한 시험으로 줄 세우는 획일적 입시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지 못하는 선다형 객관식 시험이다. 문제풀이 학습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입시다. 논술고사와 구술면접고사는 학교수업과의 괴리가 매우 큰 입시다. 학교수업과 크게 동떨어져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입시불평등을 가장 크게 심화시키는 입시다. 학생부비교과는 오랫동안 입시의 희생양이었지만 입시의 영역으로 들어온 후엔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그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입시로서의 비교과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에게 끝없이 위선과 거짓을 강요한다. 또 부모와 학교가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조력자 역할을 넘어 학생과 함께 뛰는 선수 역할을 한다.

 

2.

이 나쁜 입시들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 왔는가? 지극히 선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나쁜 입시들의 영향력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했다. 

 

내신은 5등급 절대평가제(성취평가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선공약은 아니지만 내신 절대평가제가 고교학점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요소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수능은 전 과목 9등급 절대평가제가 유력하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다. 논술고사와 구술면접고사는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논술고사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폐지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으로 입시를 단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폐지하겠다는 말과 사실상 동일하다. 구술면접고사는 논술고사와 유사한 성격의 대학별고사다. 면접관 앞에서 말로 진행하는 논술고사라 말해도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다. 논술고사를 폐지해야 한다면 구술면접고사 또한 폐지해야 마땅하다. 비교과는 항목과 분량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수상 항목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수상항목은 비교과 중 객관성이 그나마 뛰어나고 변별력도 상당히 큰 항목이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커서 폐지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3.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의 선한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하나하나를 따로따로 살펴본다면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박수 받을 일을 하고 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가 손을 보려는 입시요소들은 문제가 많은 나쁜 입시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밀어붙이면? 불가능하다. 그래도 강력히 밀어붙이면? 입시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무질서’라는 새로운 문제가 추가될 뿐이다. 입시 무정부주의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뿐이다.

 

우리는 나쁜 입시들 중 그 어떤 것(들)에는 반드시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무엇에 내밀어야 할까? 모든 상황을 고려하되 그 결단을 냉혹하게 내리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일반 국민이나 시민단체라면 모든 입시를 혼내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 결과는 혼란과 무질서다. 정부는 그 어떤 입시와는 손을 잡아야 한다.

 

4.

어떤 입시와 손을 잡아야 할까?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에 따라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입시 불평등을 크게 완화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현재의 내신(상대평가제+교사공동평가제)을 강력한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 즉 오로지 내신만으로 구성된 순수한 형태의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실현하여 교실혁명을 이루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현재의 내신과 우선적으로 결별해야 한다. 즉 ‘상대평가제+교사공동 평가제’ 내신과 결별하고 그 대신 ‘절대평가제+교사별 평가제’ 내신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내신의 입시변별력이 크게 약화된다. 따라서 내신이 아닌 다른 입시요소들 중 무엇인가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이렇듯 전략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우군 또는 적군으로 삼아야 할 입시요소가 확연히 달라진다.

 

절실하게 이루고자 하는 것이 분명치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루고 싶은 게 있어도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그렇다면 현상유지 정책을 펴야 한다. 현상유지 정책으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다. 

 

5.

지난 11일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기고 말았다. 완결된 시안 2~3개를 넘기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되는 모든 사안을 병렬적으로 나열하여 전부 넘겨버렸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를 군대에 비유하면, 교육부가 정규군이라면 국가교육회의는 예비군이다. 지금 교육부는 대규모 전쟁을 예비군에 불과한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버린 것이다. 출범한지 몇 달밖에 되지 않는 국가교육회의는 애초에 예비군일 수밖에 없다. 정규군인 교육부가 8개월 동안 아무런 결도 내리지 못한 것을 예비군에 불과한 국가교육회의가 4개월 만에 내릴 수 있을까? 프로(?)인 교육부가 결정 못한 것을 아마추어(?)에 불과한 국가교육회의가 제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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