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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의 예술시평 <52> 인공지능과 예술을 둘러싼 문제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3월03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찬동
  • 전시기획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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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히어(HERE)>와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가 영화제작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을 놓고 새삼 그 당위성 여부의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AI와 예술의 상관성 문제가 그것이다. <히어>는 30년 전 <포레스 검프>(1994)의 드림팀이 다시 모여 만든 영화로, 평범한 주택의 거실을 중심으로 1차 세계대전 상이군인 알과 그의 아내 로즈,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평범한 일상을 관조적으로 다룬다. 한 세기 전에 지어진 이 집에서 살다 간 평범한 사람들이 겪었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소소한 삶이 바로 역사이고 역사가 벌어지는 그곳이 바로 ‘여기’라는 메이지를 던지고 있다고나 할까? 영화는 AI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 톰 행크스의 젊은 시절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디에이징(De-aging)기법을 반영하였다. 반면 <부르탈리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가 미국으로 건너와 최고의 건축가로 살아남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에서 AI 기술은 주인공들의 헝가리어 발음을 보정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앞서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인공들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배우의 발음 역시 연기의 영역이므로 AI 사용은 연기의 본질적 요소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특별한 영역에 적용하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의 활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도 적지 않다. 

 

AI(인공지능)는 우리의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고 미래에는 점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폰에서는 일정 관리나 날씨 정보 제공, 음악 재생 등 다양한 소임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은 AI를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와 제품을 추천한다. 자동화 로봇 기술을 통해 제조, 물류,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산업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고 경제 분야에서는 금융 시장 분석, 위기관리, 자동 투자시스템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의료나 건강 분야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의 개별적 학습 수준 분석을 통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거나 구글 번역과 같이 AI 기반의 언어 번역 및 학습 보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AI는 일자리를 감소시키거나 신규 직업을 창출하는 등 미래의 우리 생활에서는 더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적인 작업은 AI와 로봇이 대체할 것이며 사람의 창의적이며 감정적인 소임을 수행은 방향으로까지 이동할 것이다. 이에 따라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AI 윤리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교통사고 감소, 교통 체증 완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AI가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에너지 관리, 교통 최적화, 공공 안전 향상을 도울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 변화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와 악용 방지 문제, AI의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 차별 문제, 인간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따라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규제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AI는 지식의 집적과 처리 속도 등으로 인간의 이성적 기능은 물론, 예술과 같이 감성적이며 창의적인 영역에서조차 엄청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예술과 창작 활동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인간의 창의성과 AI 기술이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로 AI와 협업을 통하거나 완전히 AI가 생성한 예술과 같이 예술 창작 방식이 변화되고 있고, 새로운 스타일과 기법의 등장과 몰입형 예술과 인터랙티브 아트와 같이 새로운 스타일과 표현 방식이 확장되고 있다. 화가들은 Style Transfer,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 DALL·E, Midjourney 등과 같은 AI 기반의 앱과 프로그램을 사용해 아이디어 스케치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직접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작곡가들은 AIVA나 Open AI의 Muse Net와 같은 AI 작곡 도구를 활용해 멜로디의 아이디어를 얻거나 편곡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가나 시인들 역시 ChatGPT나 Sudowrite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글의 초안과 수정하는 방식으로 창작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AI가 독자적으로 그림, 음악, 문학, 영상 등을 창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화가집단 Obvious가 제작한 <Edmond de Belamy>의 초상화가 2018년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3만 2,500달러 달러에 판매되었고, AI가 작곡한 <베토벤 교향곡 10번>과 같은 클래식 음악도 실제 연주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기술의 변화는 예술가의 역할에도 변화를 불러옴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고, 예술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더 정교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 있고, AI 기반 예술을 다루는 AI 예술가, AI 큐레이터, AI 콘텐츠 조정 전문가 등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예술가들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AI 모델을 훈련하고 조정하는 소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여건들로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고급 기술 없이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장면을 제작할 수 있으며, AI 생성 예술작품은 NFT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을 블록체인에 등록하여 희소성과 소유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문화 자산을 만들 수 있는 등 예술 창작의 장벽이 낮아짐과 함께 산업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예술의 윤리적 문제와 많은 논란도 예상된다. 우선 AI가 특정 예술가의 작품 스타일을 모방했을 때,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며 AI가 창작한 작품의 소유권은 AI 개발자, 사용자, 아니면 AI 자체 중 누구에게 있는가와 같이 저작권과 소유권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과 같이 데이터 사용 윤리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AI 기술의 무한한 발전에 따른 예술가의 역할과 창작의 본질은 무엇인가의 문제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인간 창작의 고유한 가치(감정, 경험, 철학 등)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전히 남을 수 있는 것인지, AI 예술이 대량 생산되면 예술의 희소성과 가치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이외에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 많은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며 인간의 문화와 예술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며 관리할 것인가는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AI는 예술의 도구이자 창작의 동반자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술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AI의 발전은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윤리적·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긴다. AI가 예술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독립적인 창작 주체로 인정받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도구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AI 예술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 데이터 사용 윤리, 창작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AI는 인간의 창작을 돕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인간과 AI의 조화로운 협업이 예술의 미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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