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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표준형 개인연금이 지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 등에서는 건강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수급액을 지급하는 연금상품인 ‘비표준형 개인연금’이 활성화되어 있음.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 및 흡연율, 미혼자 및 1인가구 비중 상승 등으로 비표준형 개인연금에 대한 잠재수요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비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
■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노후소득 보장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수급액 축소 가능성 등에 대비하여 개인연금의 역할 강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
-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데, 2024년말 현재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하였으며, 2050년에는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1)
-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체계에서 핵심 축을 이루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향후 개혁과정에서 장기적 재정안정성 제고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실질 수령하는 연금수급액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와 전망이 제기되고 있음.2)
-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적연금 부문인 개인연금의 활성화 및 역할 강화를 고려해 볼 수 있는데, 특히 개인연금 가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건강취약계층 또는 유병자의 연금 가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음.
■ 평균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생활습관이나 질병을 보유한 소위 건강취약계층의 경우 건강한 가입자를 기준으로 연금수급액을 산정하는 ‘표준형 개인연금상품’에 가입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임.3)
- 일반적인 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의 경우 개인의 기대여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강상태 등은 고려하지 않고, 성별 및 연령만을 반영한 평균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연금수급액을
산정함.
- 이에 따라, 평균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생활습관 또는 질병을 보유한 건강취약계층의 경우 현재와 같은 상품구조 하에서는 생존기간 동안 일반 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연금액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연금상품에 가입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여겨짐.
- 또한, 이러한 건강취약계층이 미혼자 이거나 1인 가구 가입자일 경우엔 잔존 연금자산에 대한 상속 유인 마저 미약하거나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표준형 개인연금상품에 가입할 유인이 더욱 낮아질 것임.
■ OECD도 보고서4)를 통해 개인연금과 같은 은퇴상품에 대한 정책 · 규제와 관련하여, 은퇴 후 상대적으로 기대수명이 짧은 사회 · 경제그룹이 연금수급액 등의 측면에서 불이익을 경험할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음.
- 동 보고서는 OECD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득, 교육 등의 측면에서 낮은 수준의 사회 · 경제 그룹(socio-economic groups)의 경우 평균 수준 그룹보다 취약한 건강상태 및 생활습관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 기대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을 발견함.
- 이로 인해 소득, 교육 수준이 낮은 사회 · 경제 그룹이 일반적인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 은퇴 후에 상대적으로 짧은 생존기간 동안 소득, 교육 수준이 높은 그룹보다 더 적은 연금액을 수령하게 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음.
- 뿐만 아니라 이들 사회 · 경제 그룹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대수명의 개선 정도가 소득, 교육 수준이 높은 그룹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느릴 가능성으로 인해, 은퇴상품과 관련한 불이익이 심화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음.
■ 이와 같은 전통적 표준형 개인연금이 지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 등에서는 건강취약계층 가입자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급액을 지급하는 연금상품인 ‘비표준형 개인연금(substandard annuity or enhanced annuity)’이 활성화되어 있음.
- 비표준형 개인연금은 건강한 삶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생활습관(흡연 등)을 갖고 있는 사람에서부터, 당뇨병, 심장질환, 암 등 평균수명 단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질병을 보유한 유병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며, 필요시 연금 가입 전에 세밀하고 충분한 건강진단을 요구함.
- 일반적으로 비표준형 개인연금 가입자의 경우 건강상태 등에 따라 표준형 개인연금 가입자에 비해 약 20~30% 정도 많은 연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중대질병 가입자의 경우엔 연금수급액이 많게는 약 1.5~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남.
-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총 개인연금상품 중 비표준형 개인연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2011년 19%, 2015년 26%였는데, 2024년 3월 현재 4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5)
- 위의 OECD 보고서도 기대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사회 · 경제 그룹 가입자의 경우 일반적인 개인연금보다 이와 같은 비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음.
■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 및 흡연율, 미혼자 및 1인가구 비중 상승 등으로 비표준형연금에 대한 잠재수요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은퇴자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및 개인연금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건강취약계층의 가입 유인을 높여줄 수 있는 비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
- 우리나라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은 전체 사망의 80%를 차지하여 전 세계 평균(71%)보다 높게 나타났고(2019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84%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7) 8)
- 실제로 대표적 만성질환인 당뇨병의 유병률(18세 이상)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0%로 미국(9%), 독일(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았으며(2019년 기준), 당뇨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224.4명으로 OECD 평균(127.1명)보다 많은(2021년 기준) 것으로 조사됨.9)10)
-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인구의 비율(흡연율)은 15.4%로 OECD 평균(15.9%)과 비슷하지만, 남자의 경우 26.3%로 OECD 회원국 중 아홉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남(OECD 평균 19.9%).11)
- 또한, 우리나라는 미혼자 비율이 2000년 이후 2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40대 인구 중 미혼자 비율은 남성 23.6%, 여성 11.9%로, 2000년에 비해 각각 6.7배, 5.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전체가구 유형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2023년 기준 35.5%)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남.12)13)
■ 향후 비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판매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유인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보험사의 리스크관리 측면도 고려될 필요가 있음.
- 비표준형 개인연금상품의 개발 및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의 비계량 평가항목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비표준형 개인연금의 원활한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험사의 장수리스크14) 관리를 위해 적정 연금수급액 산정을 위한 질병별 생존율 등에 대한 충분한 통계 확보 · 집적이 필수이며, 도입 초기에는 중대질병보다는 경증질병 위주로 상품개발을 시도하면서 점진적으로 질병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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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정안전부 (2024. 12.),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보도자료.
2) 보건복지부 (2024.9.), “연금개혁 추진계획,” 보도자료.
3) 본 고의 개인연금상품은 종신형 개인연금(연금보험)을 상정하고 있으며, 현재 생명보험사만 취급 가능함.
4) OECD (2016), OECD Business and Finance Outlook
5) FCA (2024), Retirement income market data 2023/24,
https://www.fca.org.uk/data/retirement-income-market-data-2023-24 (접속일 : 2025.02.20.).
Society of Actuaries (2012), Session 4 - Enhanced and Substandard Annuities, A World of Mortality Issues and Insights Seminar.
6) Sharingpensions.co.uk research, Imparied Annuity.
https://www.sharingpensions.co.uk/pension_annuity3.htm (접속일: 2025.02.20.).
7) 조경숙 (2021), “우리나라 만성질환의 발생과 관리 현황”, 주간 건강과 질병, 14(4), p166.
8) 의학신문 (2024.9.6.), “65세 이상 만성질환 유병률 84%...조기 진단과 관리 필요”
9) 조경숙 (2021), “우리나라 만성질환의 발생과 관리 현황”, 주간 건강과 질병, 14(4), p168.
10) 보건복지부 (2021.11.), “OECD Health at a Glance 2021로 보는 의료의 질”, 보도자료.
11) OECD (2023), OECD Health Statistics.
12) 통계청 (2024.12.),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도자료.
13) 통계청 (2024.12.), “통계로 보는 1인가구”, 보도자료.
14) 연금가입자의 실제수명이 기대수명보다 길어져 예상했던 연금지급액보다 실제 연금지급액이 많아지는 리스크를 지칭함
<ifsPOST>
※ 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4권 04호] (2025.2.28.) ‘금융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 기사입력 2025년03월01일 15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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