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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위기 양상에 대한 이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3월12일 12시03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12일 11시03분

작성자

  •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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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23년 중국경제, 위기론 속에서 5.2% 성장


2023년 중국은 5.2% 성장했다.중국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5% 성장 전망을 실현한 셈이다. 2023년 내내 중국 경제위기론이 회자되었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그동안의 우려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실제로 작년 내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유례 없는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이와 연결된 지방정부발 재정위기나 금융시스템 불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22년 말부터 코로나19 관련 봉쇄가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동산가격지수는 23개월째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 투자 증가율도 21개월째(2023년 12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구, 가전제품, 인테리어 등 부동산과 밀접한 부문의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투자의 위축이 전체 고정자산 투자 둔화를 초래하는 등 실물경기를 둔화시켰다. 나아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헝다(恒大) 그룹 등 대형업체가 사실상 파산하였고 이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재정의 상당부분을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토지 판매수익으로 조달하던 지방정부의 재정도 악화되었다. 특히

지방정부 개발사업을 대신해 수행하면서 은행 대출을 많이 받았던 지방 국유기업(이른바 LGFVs)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상황이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졌다. 재정상황이 악화된 지방정부가 이들 기업을 지원해주기 어려워짐에 따라 그동안 지방정부를 믿고 이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그렇지만 2023년 말 시점에서 중국의 실물경제가 위기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재정 및 금융분야에서 구조적 위기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작년 5.2% 성장하는 데는 소비재 판매가 7.2% 증가하는 등 내수소비의 기여가 가장 컸다. 특히 상품판매(5.8%) 증가 보다는 요식, 숙박, 교통, 통신, 레저 등 서비스업 매출증가(20.0%)가 크게 기여하였다. 5.2%의 성장 중에서 최종소비가 4.3%, 투자(자본형성)가 1.5%, 수출이 –.6%를 구성하였다. 또한 다수의 부동산개발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이나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 차질이나 조정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재정불안이 거시경제적 불안요인이 될 정도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속에서도 수출이 3.6조 달러로 7.1% 증가했으며 무역수지 흑자도 8,582억 달러로 2022년(8,890억 달러)에 이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2023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연중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이는 2022년 발생한 공급측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기저효과라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다른 주요국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던 시기에 임금이나 임대료 상승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경제 내에 자리 잡지(sticky)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다.

 

자산시장과 경제심리의 불안은 지속


그런 의미에서 성장률이나 시스템 안정성을 중국경제의 불안 및 위기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물경제는 회복력이 있고 금융 및 재정 시스템의 불안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4년 중국경제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유례없는 침체와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비롯한 경제심리의 불안이다. 특히 자산시장이나 시장심리 문제에는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다양한 측면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쉽게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년 이상 지속된 중국판 부동산 버블 및  부동산 불패 신화가 종식되고 있기 때문이다.그것은 시장, 정책, 정치 세 측면에서 진행 중이다. 장기 부동산 건설 붐의 결과 중국에는 이미 너무 많은 주택이 지어졌고 시장에서는 이른바 ‘부동산 수급의 장기전망’에 변화가 생겼다. 2020년 중국의 일인당 주택면적은  41.7 평방미터로 한국이나 일본보다도 넓다. 정책 면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부채 디레버리징 작업이 그동안 가장 공격적으로 부채를 늘려온 부동산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시장의 침체나 대형업체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업종 부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주택소유자의 40%가 다주택자일 정도로 투자목적의 주택보유가 많은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거듭해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히고 있는 것도 3년간 지속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의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주식시장 또한 4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9월 3,700 수준에 달했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2,800선에 머물고 있다. 2019년 이후 시진핑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사교육/게임/연예 산업 등 대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것이 주식시장 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 사회주의적 가치 강조, 공산당의 역할 강화, 공동부유 제기,성장보다 구조조정을 중시하는 정책기조 등이 국내외 투자자들로 하여금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하고 회복 전망도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의 실물경제와 경제심리 양 측면 모두가 손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청년은 취업하지 않고, 중산층은 소비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관료들은 복지부동하는, 말하자면 주요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태업(怠業) 양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러한 심리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장기적 성장둔화는 불가피, 그 경제적·지정학적귀결이 중요

 

지금의 중국경제가 심각한 거시적,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둔화는 불가피하다. 중국은 2015년부터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업종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과도한 부채를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도불가피하다. 부동산 버블이 종료되었다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성장보다는 안정과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기조도 극적으로 전환될 것 같지 않다. 또 이러한 정책기조 때문에 약화되고 있는 소비나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기도 어렵다. 미국과 선진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지속되면서 선진국의 자본, 기술, 시장을 활용하는 공간도 전보다 위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연구기관들은 중국정부가 2020년 발표한 14차5개년계획에서 제시한 2035년까지 2020년 대비 두배의 경제규모를 달성하겠다는 장기 비전에 맞추어 중국이 상당기간 4~5%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3년 11월 보고서에서중국의 성장률이 2028년까지 3.5%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중국의 재성장률이 2026~2030년 기간에 3.5%, 2030~2035년 기간에는 2.7%,2035~2040년 기간에는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지정학적 함의를 가진다. 중국의 장기적 성장 둔화가 현실화 될 경우, 이는 30년 이상 지속되었던 이른바 중국의 부상(China’srising)이라는 지정학적 현상이 종료된다는 얘기가 된다. 2030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이 전세계 장기평균(3.8%, 2000~2019년 평균, IMF)에 수렴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글로벌 GDP의 18% 내외를 점하는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렵다. 또 중국의 성장률이 2040년 이후 미국의 장기평균 성장률(1.95%, 2000~2019년 평균, IMF)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2030년을 전후하여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 경제규모의 90% 수준에 도달한 다음 더 이상 미국의 경제규모에 대한 추격과 추월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중국경제의 쇠락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과거보다 느리게 성장한다고 해서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위상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나 영향력이 너무 크다. 2022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16.5조 달러)중에서 중국(5.0조 달러)은 30%를 점하고 있다. 미국(2.5조, 2021년)의 두 배에 달한다. 세계 1위의 수출국일 뿐 아니라, 수입액 기준으로도 중국과 홍콩을 합할 경우(3.3조 달러) 미국(3.1조 달러,2023년)보다 큰 세계 1위 시장이다. 미국과 대등한 규모의 글로벌 대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는 세계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2023년에는 526만대의자동차를 수출하여 일본(430만대)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수출 1위국이 되기도 했다.

 

 즉 중국의 성장 둔화가 현실화 되더라도 2030년 이후 세계는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 EU,중국이 신산업, 신기술, 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중국위기론 같이 단기적 부침 속에서 조급하게 그 승부(勝負)를 점치려고 하기보다 장기적인 삼자정립(鼎立)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끝>

 

<ifsPOST>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 정책 3월호 통권372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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