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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가 사상 최고치 갱신의 원동력과 앞으로 주목해 볼 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3월07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7일 09시47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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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품 붕괴의 족쇄 벗어난 일본증시 

 

닛케이평균 주가지수가 지난 2월 22일에 3만 9,098엔으로 상승, 지난 1989년 12월 29일에 기록한 3만 8,957엔을 처음으로 능가한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3월 4일에는 4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일본 주가는 34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셈이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각국은 여러 번 주가 최고치를 갱신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였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이후에 발생한 금융부실화 문제에 고민하다가 그 처리가 2000년대 중반까지 늦어지고 또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일본기업의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저출생 문제 등으로 성장세가 위축되면서 물가가 0% 내지 소폭의 마이너스에 그치는 완만한 디플레이션을 보였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으로 인해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기가 어려운 가운데 임금 억제, 소비 부진 현상이 고착화 되어 일본기업의 주가도 오르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온 것이었다. 이러한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하락에 따른 엔화의 구매력 상승도 겹쳐, 엔고가 진행되어 일본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제2차 아베 정권에 의한 소위 아베노믹스 이후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고가 엔저로 전환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 수준으로 오르고 주가도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아베노믹스는 목표로 했던 2%대의 물가상승률 달성에는 실패하고 일본의 저임금 문제 및 투자 부진 현상의 해결에도 크게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아베 정권 퇴진 이후 일본경제는 코로나19의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겪으면서 재정 확대와 함께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초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서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게 되었다. 엔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22년 이후 2% 이상으로 상승했다. 일본의 극심한 노동력 부족도 겹쳐 임금인상과 함께 일본기업의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일본경제는 2023년 연간성장률이 1.9%에 달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수입물가를 기점으로 한 물가상승세가 점차 서비스 물가의 상승으로 파급되고 있고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일본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디지털 혁신, 그린 이노베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기업들이 성장 전략에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한편, 미중 마찰과 중국 부동산 부실채권 문제의 심각성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일본으로의 자금 이동도 나타나 최근 일본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기시다 내각에서 본격화된 일본정부의 반도체 부활 전략에 따른 일본 및 각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일본 내 투자가 급증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그린 이노베이션에도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성장 전략의 본격화도 일본 주가 상승에 일정한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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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23년의 일본의 경상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5.7%를 기록하여 46년만에 중국을 능가했다. 물가 상승과 실질경제성장률의 회복에 힘입은 것이다.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 등은 경상GDP의 성장의 영향이 크다고도 할 수 있으며 최근의 경우 일본 주가는 경상GDP와 유사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등 성장 전략의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최근의 일본 주가 상승세에서는 반도체 관련의 소부장 기업의 호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혁신과 다양한 산업에서의 응용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관련 기업의 수익 호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AI 시대의 가속화와 함께 NVIDIA 등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반도체 산업에서 제조 장치(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30% 내외), 핵심소재(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50% 정도) 등을 공급하는 일본기업에 대한 성장 기대도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이지평·이인숙, 월간 Japan Insight,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기업연구소KJ, 2024.3). 사실, 최근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보면(2024년1월 말 기준) 1위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4위에는 센서의 키엔스, 5위에는 반도체 장비의 도쿄일렉트론, 7위 신에츠화학 등 소부장 기업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일본 주가 상승 흐름의 초점


일본의 최근 주가 상승세를 보면, 장기부진에서의 탈출이라는 성격이 강하며, 세계 각국과 동조화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일시적인 과열감은 크지 않다. 사실, 버블경제기에 일본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때 70배를 넘었으나 금년 2월 16일 기준으로는 16배라는 합리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상승 기조는 그동안의 일본경제의 구조혁신, 디플레이션 탈출, 일본기업의 수익구조 개선 등 중장기적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단기적 등락은 있어도 일본 주식시장이 세계증시의 장기적인 상승 기조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일본 증시의 장기 역사적 흐름을 미국과 비교하면 그림과 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 과정에서 일본 주가는 미국을 훨씬 능가하는 상승률을 수십 년간 유지하다가 버블 붕괴 이후 미국 주가와의 괴리가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증시와 동조하는 형태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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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개선 흐름을 타고 있으나 물론, 단기적인 진폭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실질GDP가 작년 3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4분기에도 1차 발표치로 마이너스(2차 발표로 플러스로 수정 가능성)를 보인데다 금년 1분기에도 노토대지진의 여파 등으로 성장률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경제는 이러한 일시적 부진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금년 춘투 임금 협상에서 작년도에 버금가는 3% 이상의 임금 상승률을 기록하고 작년에 3%를 넘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실질임금이 회복되고 소비의 견실한 확대 기조를 보이는 것이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AI의 응용 확대로 가속화되고 미국 기술주 등과 동조하는 형태로 일본의 반도체 관련 주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인지도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이것이 199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IT혁명기와 같은 생산성 향상, 뉴비즈니스 창조 효과를 크게 나타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 전략의 경우 당분간 투자 및 생산 확대 효과가 기대되지만 국책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등에 의한 첨단 반도체 기술혁신 전략 등이 성과를 거둘 것인지도 초점이 될 것이다.

 

최근 주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EV) 트렌드 조정으로 인한 일본 기업의 강점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호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일본기업이 테슬라나 중국 BYD 등에 비해 대응이 늦었던 EV 사업의 추진 체제 정비에 성과를 보일 것인지가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EV 트렌드가 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조정기에 있는 것은 일본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일본기업 수익은 상장사의 순이익이 2024년 3월 결산기까지 3년 연속으로 사상최고치를 갱신할 것으로 보여, 주가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성장전략 강화에 나서기 시작한 일본기업이 이를 위한 수익성을 계속 유지할 경우 일본 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2025년 3월 결산기의 일본기업 수익도 세계경기의 반등 조짐과 함께 미국 등 각국 금리가 소폭 하락할 가능성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금년 4월 정도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상황이지만 그 후에도 금리가 크게 인상되지는 않고 0%대 수준의 금융완화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엔화의 급등에 따라 일본기업 수익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낮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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