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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뮌헨안보회의: 두 개의 전쟁과 글로벌 안보지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2월29일 11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29일 11시10분

작성자

  • 정은숙
  •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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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6-18일, 올해도 어김없이 연례 ‘뮌헨안보회의’가 개최됐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동맹국들간 비공식 군사안보대화체로 출범한 이 회의체는 냉전 종식 이후 긴박한 글로벌 안보위협을 논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글로벌 외교무대가 됐다. 본고는 일부 공개된 자료들을 중심으로 올해 뮌헨안보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이슈와 배경, 주요 인사들의 대화 요지,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간략히 정리해 보려 한다. 

회의 첫날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전쟁과 분규, 글로벌 남, 기후, AI, 가짜뉴스 등이 글로벌 도전이 심각성을 역설하며 시급한 해결책을 독촉했다. 사실상 올해 뮌헨안보대화는 다양한 포맷을 구성, 이들을 위시하여 다수의 포괄안보 의제들을 섭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현시점, 미국과 유럽지도자들에게 있어 가장 첨예한 안보 관심사는 아무래도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개의 전쟁”이 아닌가 여겨졌다. 

더하여 올해가 “미국 대선”의 해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미국의 국제적 역할 변화 가능성도 전반적 대화의 기저에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첫째, 올해 뮌헨안보회의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3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개최됐다. 우크라이나 관련 여러 패널이 구성됐다. 미국과 유럽동맹국들은 민주주의 가치와 유럽의 안보, 나아가 국제질서 파급효과 등 피침략국인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지난 2년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인들의 용기와 결의를 지지하는 한편, 가히 역사적이라 할 만한 대규모 군사,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 과정이 효율적이었는가, 신속했던가 하는 점에서는 올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동부전선에서 이번 2월 중순 우크라이나가 수개월 사투 끝 주요기지 하나를 러시아군에게 빼앗겼다는 보도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제라도 “지금,” “신속히,” “더 많이” 필요 병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유럽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청중들의 큰 박수와 반향을 얻었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유럽지도자들은 1990년대 리버럴 다자주의 희망 속 군축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서는 지금에 와서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며 각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안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주장이 두드러졌다. 독일 숄츠 총리 포함, 다수 참석자들의 공감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맹국간 무기체계 공동생산과 작전 용이성을 고려한 스마트 국방 도입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 포함 다수 우크라이나
인사들도 직접 대화에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 미국과 유럽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 지금은 더 이상의 공약이나 대화, 협정보다 무기와 탄약 공급결정이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급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다음 달 (3월 중순) 러시아 대선 승리를 기약해 둔 푸틴 대통령은 전쟁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의 사전에 러시아군의 패배나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신규 병합지역의 반납을 전제한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둘째, 지난해 10.7. 가자지구 하마스의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 이후 전세계는 또 다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5개월차로 접어든 시점, 올해 뮌헨안보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가자전쟁 관련 여러 패널이 구성됐으며,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쉬타예흐 팔레스타인 총리 포함 다수 중동 지도자들이 뮌헨대화에 참석, 진귀한 자리를 만들었다. 대부분은 현재 분리돼 있는 가자와 서안지구의 통합이 필요하며, 나아가 언젠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솔루션이 정치적 해결책이라는 점, 테러단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공감을 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구체적 조건과 수순에서는 양측간 신뢰 결여에 따른 입장차가 보였다. 이스라엘 측은 현재 남은 24명 인질의 귀환 및 테러 재발방지를 위한 자위권 보장에 중점을 두었다. 건국 이후 극단주의 테러에 시달려 온 이스라엘은 불안한 협상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청중들에게 그 배경을 설명했다. 많은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10.7 테러의 구체적 내용, 군사작전시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술, 발견된 대형터널과 무기들, 하마스 극단주의이념가의 나치즘 칭송 및 유태인 멸살 당위성에 관한 저술,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테러주동 역할 등을 소상히 제시했다. 

 반면 팔레스타인과 지지세력들은 현재 날로 늘어나는 민간인 사망(현재까지 28,000명)과 인도주의 피해를 강조, 당장 전쟁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2국가 솔루션에 응하라는 주장이 골자이다. 별도 세션에서는 중재 노력을 벌이고 있는 노르웨이와 카타르, 두 나라 총리가 현 상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점도 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게 이스라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두 개의 전쟁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10.7 이후 다섯 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인질귀환,’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안전보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가운데, 가자남부 라파 확장 진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면서 나름의 협상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중동과 역사적, 지리적으로 얽혀 있는 유럽 지도자들도 다각적인 EU의 역할 제고를 다짐하고 있다. 요컨대, 2022-23년 세계는 두 개의 큰 전쟁에 직면해 있고 리버럴 국제질서의 주역인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에게 이는 큰 부담이자 급박한 글로벌 안보위협 요소가 됐다. 

셋째,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향배다. 연속 3년 뮌헨회의에 참석해 온 민주당 해리슨 부통령은 지난 3년 바이든 정부하 미국의 글로벌 역할 신장과 동맹 공고화 성과를 역설하면서 그것이 변함없는 미국의 글로벌 안보 리더십 비전이라 해 청중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미국의 국익 증진이 동맹의 그것과 불가분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몇몇 패널대화에서는 뮌헨회의 개최 수일전 (2.10) 소위 “트럼프 논평”에 따른 유럽동맹국들의 불안감이 읽혀지기도 했다. 공화당 후보지명자로 유력시되는 트럼프 전대통령이 GDP 2% 국방비 공약(2014 NATO 정상회의)을 지키지 못하는 동맹국들에게는 집단안보 제공이 어렵다고 경고한 것이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이 공격해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회의에는 미국 민주, 공화양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대화를 통해 양당간 미국의 글로벌 역할 포함, 전반적 외교안보노선상의미묘한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몇 가지 정책시사점을 짚으려 한다. 

첫째,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 첫날(2.16)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47)가 수감중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4년전, 러시아내 갑자기 실신했던 그를 치료했던 독일의 한 병원은 독극물에 따른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그랬던 그의 사망소식은 올해 뮌헨대화에 무거운 공기를 안겨 주었다. 뮌헨회의가 끝난 후 유럽 여러 나라들은 러시아 대사를 초치, 철저한 사인 규명을 촉구했고 러시아는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냈다.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차원에서 추가적 큰 골이 생긴 것이다. 바이든 정부(재무부,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및 나발니 사망에 따라 500개체(단체와 인물)에 대한 추가 대러 제재조처를 취했다.

 둘째, 작년에 이어 중국 왕이 부장이 참석, 자국은 요동치는 세계 속 안정을 지키는 국가라며 유럽과의 관계 재활성화를 기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NATO 동맹 경고를 뒤로 한 만큼, 반사이익을 기대한 언사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중러관계 심화, 왜곡된 무역관행 등 최근 유럽의 대중관계 핵심의제에 대한 구체적 정책변화를 제시하지 않은 만큼, 레토릭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도 크다. 올해 회의에서는 상대적으로 미중경쟁이나 전반적인 인도태평양 이슈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만큼 급박한 주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셋째. 올해 뮌헨대화에서는 북러 무기거래가 유럽 및 우크라이나 관련 몇몇 패널대화에서 지적됐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000대의 탄약과 군장비, 그리고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들여와 이 중 일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번 뮌헨회의 사이드라인으로 G7 외무장관들과 EU 고위급대표가 성명을 채택한 바, 북러 무기거래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점, 지난해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푸틴-김정은 회담 목적이 무기(기술) 거래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심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다각적 논거를 들어 인도주의적 지원에 머물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품 지원 내지 그 의지라도 선언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제언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또 다른 논거로써 러시아와의 물밑 접촉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자 모두 설득력과 위험을 안고 있는데, 적어도 현시점, 러시아와 북한이 각각 주권국에 대한 침략행위와 국제 핵비확산 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적 제재 및 규탄을 받고 있는 만큼, 경제는 물론 외교 및 안보적 차원에서 위험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ifsPOST>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논평 No. 2024-04] (2024.02.28.)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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