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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풍속의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2월0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08일 13시14분

작성자

  • 김용호
  • 전통문화 칼럼니스트, 한국학 박사(Ph.D)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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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청청히 떠오르는 맑은 기운을 받아 우리는 청룡의 기운을 소원한다. 대대로 우리 민족은 새해가 되면 풍속의례로 새로운 의지를 다졌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서 행해지는 세시풍속은 사실상 “농경의례”가 주를 이뤘고 그러한 바탕이 되었던 것은 “의례농악”이다. 농사가 삶의 근본이었던 시절, 한민족은 풍농의 기원과 축원, 풍흉을 점치는 점세(占歲) 등 복의 기운을 담은 풍물굿으로 그 미래를 가늠하고 예지했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특별한 두레굿이 형성되어 있다. 두레굿을 농악, 풍물굿, 풍장굿, 매구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지리적 향토 문화와 특성에 맞는 소재와 의례로 각각의 정체성과 예술성을 담고 있다. 웅장한 산과 바다를 낀 강원, 영남. 경기와 함께 비옥한 호남, 충청 등 지역에 따른 명칭의 풍물굿도 생겨났다. 마을마다 각기 다른 선율과 장단이 존재했으며 굿을 풀어가는 과정도 지역마다 상이했다. 

 

풍물굿은 세시의례 가운데에서도 특히 공동체의 기원을 많이 담고 있는데 풍요로운 농사, 무병장수, 마을 간의 협동 등 공동의 염원은 더욱 특별하다. 현대에 들어 산업화로 인해 두레굿을 가까이 찾아볼 기회가 적어졌다. 하지만 친근감 있게 공연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두레굿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잘 알려진 사물놀이이다. 사물놀이는 각 지역의 두레굿에서 나온 전통가락을 모아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네 가지 악기로만 앉아서 연주하는 방식으로 서서 연행을 펼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 연행 중 염원의 사설도 담아 구음으로 실연하는데 그 음악적 형식이나 내용이 흥겹고 웅장하여 세계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한국 전통음악이 되었다. 이렇듯 한민족의 농경의례인 풍물굿은 세계인의 염원을 담은 음악으로 새롭게 재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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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대사습놀이 중 풍물굿 (출처/김용호)

 

새해 첫날 아침이 되면 우리 선조들은 대대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냈다. 차례는 종손이 중심이 되어 집에서 제를 모셨는데 차례가 끝난 후 가까운 집안끼리 모여 성묘도 하며 조상의 은덕을 기렸다. 한편 조선 궁중에서는 의정 대신들이 “정조하례”라 하여 왕에게 소중한 첫 신년 인사를 드렸는데 그러한 의식은 문무백관의 충심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왕과 궁궐의 상징인 궐(闕)과 전(殿) 글자 새긴 패를 만들어 모시고 만수무강의 예를 올리는 망궐례(望闕禮)란 의식을 시행했다. 당시 찰사, 목부사, 군수, 첨사, 만호, 우후, 절도사, 통제사 등 지방의 관리는 직접 왕을 찾아뵈울 수 없었기에 예법 의례를 만들고 의식과 음악으로 군신의 도를 정성껏 펼치려 노력했다. 

현대에 이르러 국립국악원에서는 새해 1월이 되면 정조하례 시 올렸던 전통음악이나 정재(궁중에서 추는 춤)를 프로그램으로 선정하여 국가와 민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음악회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제향을 올리는 대제와 음악과 춤인 종묘제례악도 보존, 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악원 대공연장이나 종묘에서 매년 일정한 날을 정하여 의식과 음악, 춤을 선보이며 조선 600년 역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조선 왕조의 종묘제례악은 그 역사적 고귀함을 인정해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종묘대제는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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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제례악 (출처/ 문화재청)

 

새해가 되면 농경의례와 궁중의례와 달리 지역 민간 서민층에서는 단골(무당)을 찾아가 비손을 하거나, 집에 굿의 제단을 만들어 굿을 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차이점은 있지만 보통 ‘액맥이굿’, ‘삼재풀이’, ‘홍수막이’라 하여 새해 운세가 좋지 않은 사람의 나쁜 기운을 찾아 액을 풀어주거나 ‘재수굿’. ‘제석굿’ 등으로 복을 기원했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별신굿이라 하여 다양한 곳에서 제를 올렸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바다에서 돌아가신 분을 위한 넋풀이 굿’, ‘신년 풍어를 위한 굿’, ‘어부의 건강과 무사 안녕을 위한 굿’ 등 큰 굿이 존재했다. 이러한 특별하고 다양한 의식, 음악, 춤은 보존되어 전해오는데 남해안 별신굿, 동해안 별신굿, 진도 씻김굿, 서해안 배연신굿,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굿들은 전통 민속의례로서 중요함이 인지되어 모두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으며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함께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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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안 별신굿 (출처/ 김용호)


설날에는 풍속의례와 함께 전해오는 전통놀이가 있었다. 놀이의 구성과 방법이 창의적이었으며 기원을 담는 마음, 협동심 등 과거 의례가 지향한 소재처럼 간절함과 특별함이 내재되어 있다. 설 풍속놀이의 시작을 논하자면 그 시각은 초하루가 아닌 섣달그믐날부터였다. 섣달그믐이 되면 동네 어귀에 사람들이 함께 모여 동네의 잡귀를 쫓기 위해 폭죽놀이를 시작했고 새해 아침이 지나면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을 즐겼다. 이중 폭죽놀이는 궁중에도 내용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조선시대 말기에 섣달그믐 전날부터 대궐에서 연종포(年終砲)라는 대포를 쏘고 징과 북을 울리는 행사를 하였는데 이는 역질 귀신을 쫓아내는 행사였다”라고 전한다. 폭죽놀이는 궁중과 민간, 어느 곳에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의지와 염원은 공동체 사회를 위한 간절한 풍속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한민족의 민속놀이는 창의융합을 통해 세계 문화콘텐츠로 확장한다. 그 예가 바로 2022년 에미상에 빛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영상 속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등장한 우리의 민속놀이는 많은 인기를 얻으며 누구나 즐기는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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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 불꽃놀이 (출처/ 김용호)

 

<김용호 전통문화 칼럼니스트<한국학 박사(Ph.D)>는…>

 사범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던 중 판소리에 심취되어 전주로 내려가 이날치의 증손녀 이일주 명창에게 춘향가를 배웠다. 박종선 기악 명인에게 아쟁을 배워 1999년 춘향제 전국국악대전 기악부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이며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이수자이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지원 대상자’ 전통음악부문에 선정되었으며 2010년 독자적인 '아쟁' 주제 논문으로 한국 최초 아쟁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수년간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음악원에서 한국 전통음악 Master Class와 연주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하여 주러시아 한국대사관과 차이콥스키음악원 간 MOU를 성사시켰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체계적인 국악교육과 연주회를 시행했다. 경북도립국악단 악장, 국립부산국악원 초대 악장, 국립남도국악원 악장, 대구시교육청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음악감독,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을 역임했으며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주대사습청 운영위원, 전북일보 문화칼럼니스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심사위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정부시상지원 현장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논문 / "전통예술공연 예술단체 활성화의 도정과 모색"(국회), "지역문화 균형발전을 위한 국립충청국악원의 역할"(세계음악학회), "거문고 명인 강동일"(완주문화재단) 외 다수

 # 저서 / “전통문화 바라보기”(도서출판 좋은땅), "박종선류 아쟁산조"(은하출판사), "산조아쟁의 이론과 연주"(부산문화재단), "아쟁교본"(전북도립국악원) 외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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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0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08일 13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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