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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 특권 포기, 민주당 혁신 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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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2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24일 13시07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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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국회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젠 자치단체장이 된 정치인의 고백이다.

여의도 정치에서는 매일 무엇을 비판할까, 특히 상대당 누구를 무엇으로 비판하면 이름이 언론에 나고 당에서 인정받을까 머리를 쥐어 짜며 고심하고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자치단체장이 되니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아서 매우 좋다고 한다. 주민 삶에 실질적인 일에만 관심을 갖게 되니 너무 좋다고 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여의도를 떠나 지자체장에 선출되면 JP어록을 꺼내 든다. 

"여의도정치는 허업(虛業)이고 단체장 일은 실업(實業)이다."

 

우리 정치판은 늘 남 탓하고 상대당 탓을 하며 매일 매일 싸움박질하며 보낸다. 

여의도는 남 비판에 인이 박힌 곳이다. 상대진영을 비판하려다 보니 자기는 정당하다는 것을 늘 전제로 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했다. 그런데 단서가 있다. 정당한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만 그렇게 한다고 한다.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우린 정당한데 억울하게 정치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으라는 국민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여서 내려놓되 정당한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다면 누가 '정당'여부를 판정하는가? 정당성 판정여부는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입법을 넘어 이제는 사법 판단까지도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이다. ‘We are always right.’(우리는 항상 옳다)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꾼들은 선거철만 되면 자신들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당선되고 나서는 입을 다문다.  불체포 특권도 수없이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체포 동의안이 올라오면 이 특권은 내놓지 않겠다고 한다. 자기들 죄는 덮겠다는 것 아닌가. 떳떳하게 일반 국민과 똑같이 판사 앞에서 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면 될 일을 왜 그렇게도 못 받겠다고 하는지 ….

정치는 그럴듯한 어휘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파고 들어가 보면 결국 자기들이 권력을 잡겠다는 속셈으로 표를 얻기 위해 내놓는 것 아닌가. 그러니 우리 정치는 대국민 쇼잉(showing)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잘 펼치느냐의 경쟁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쇼잉이 판을 치고 민중이 이에 현혹돼 가면 민주주의는 종말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판은 자기들은 정당하다고 하면서 자기편끼리는 굳세게 뭉친다. 자기 잘못은 용서 받을 일이고 상대방 잘못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극성을 떤다. 이러기 위해 현란한 입 놀림으로 국민을 속이고 위기를 넘어간다. 이것을 잘 해야 유능한 정치꾼이 된다.

 

민주당이 혁신한다고 한다. 그래서 현신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런데 혁신안 추인은 민주당이 하겠다는 것이다. 당내에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소위 친명(親明)계 속셈이 다르고 비명(非明)계 생각이 다르다. 이러니 자기 계파에 불리한 것은 자기를 죽이는 꼴이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체포 특권 포기도 계파 간 타협을 하며 적당히 국민 비위에 맞추어 위기를 극복하자는 생각이다.  양 계파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있어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절충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되 정당한 사유를 전제조건으로 덧붙였다.

국민지탄을 받는 특권조차 계파간 현실 이익 앞에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지금 같은 정치 구도에서는 정당이 자기 스스로 자기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다. 혁신위를 구성했으면 그 안대로 받아들이고 국민심판을 받으면 될 터인데 자기들 눈 앞의 현실과 실익이 앞선다.

 

당 혁신은 여당인 국민의 힘도 마찬가지다. 자기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다. 좋게 본다면 어느 정당이든 국민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지 못해 내놓는 것들을 혁신이라고 포장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이용해 권력을 획득하려는 집단이다. 민주국가에서는 그 집단이 또 필요한 조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당을 정치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치를 이끌어가야 한다. 국민이 이끌되 합리적인 국민이 이끌어가야 한다, 

 

결국 정당의 혁신도 국민의 눈 높이가 결정하는 것이다. 정당이 내거는 혁신이란 포장을 꿰뚫어 보는 안목으로 국민들이 판단하고 이끌어 가야 한다. 국민들이 현명하다면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네 마네 이젠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선거에서 어떤 주장을 한 사람이 선거에 나왔고 어느 당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판단해서 심판해주면 될 일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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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7월24일 13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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