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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당은 가능한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5월30일 16시5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1일 08시18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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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6월 4일 영국 런던의 남부 엡섬(Epsom)에서 경마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1780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경마대회(Epsom Derby)는 영국국민의 관심속에 열리는 축제 같은 행사이다. 영국의 저명인사뿐 만 아니라 영국왕실 가족 royal family도 참석한다. 

1913년 경마에는 당시 국왕 조지5세의 말인 Anmer도 출전했다. 경주가 시작되고 결승점을 향해 말들이 코너를 돌 때였다. 갑자기 한 여성이 말이 달리는 경주코스로 뛰어들어 국왕의 말 엔머(Anmer) 쪽으로 달려갔다. 이 여성은 달리는 말과 충돌해 쓰러졌고 기수(騎手) 역시 말에서 떨어졌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나흘뒤 세상을 떠났다. 이 여성은 에밀리 데이비슨(Emily Davison)으로 옥스포드를 졸업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였다. 에밀리는 이날 ‘여성에게 투표권을!’ 구호를 외치며 경마장에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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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기본인 투표권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로 여겨지는 영국에서조차 투표권은 피 값으로 얻어졌다.

우리는 1945년 해방되고 1948년 헌법제정으로 전국민이 평등하게 투표할 수 있는 참정권이 주어졌다.

목숨을 건 독립운동의 결과로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오랜 기간 투표권을 얻기 위해 투쟁했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해방과 더불어 유권자들이 손쉽게 투표장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투표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실제로 잘 감지하지 못하고 투표가 시작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쉽게 출마하고 가볍게 투표해 오지 않았나 여겨진다. 참정권 행사가 7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쉽게 투표하고 또 후회한다. 

한국의 정치, 정당, 선거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서울대 강원택 교수의 지적대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선거철마다 새로운 정당이 생기고, 또 곧 사라지곤 한다. 정치꾼들이 모사(謀事)를 꾸미고 국민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리 모이고 저리 모인다. 

 

이번에도 '제3 신당' 얘기가 나온다.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대표 등 몇몇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기사가 흘러나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이 다가오니 또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당 창당이 그렇게 몇 사람의 기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당을 창당하게 되는 그럴듯한 명분과 캐치프레이스(catch phrase)를 내걸어야 하는데 신당과 관련해  그런 것이 아직 안보인다. 민주당에 실망하고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많다는 것이 우선은 제3 신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을 뿐이다. 소위 양당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보겠다는 계산일 거다.  그러나 그런 층을 하나로 묶을 대의명분이 없다. 대북정책, 대일외교, 대중외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복지정책, 교육문제 등에 대해 지금의 여야와 차별해서 내세울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여야와 차별화된 뚜렸한 제3의 길을 제시할 비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신당을 창당하려면 깃발을 들고 나서는 사람은 명망을 갖춘 뚜렷한 인물로 대중에 비쳐져야 한다.  금태섭, 김종인 이런 분들이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분들은 정치 평론가 아니면 막후 브레인(Brain)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국민적 인식이 아닐까 여겨진다. 소위 ‘개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결집할 수 있는 열성 지지층을 끌고 다니는 분들도 아니다.

 

당을 결성하려면 확고한 지지층이 있어야 하는데 3당을 밀어줄 확고한 지지층이 결집돼 있지도 않다.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면 집단이익을 위해서라도 누구라도 전면에 내세울 수는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지역으로 나뉘어서 지지층이 결집돼 있었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아니면 충청권이든 이런 지역이 집단으로 함께 움직였다. 지금은 지역색이 옅어졌다고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 지역적 응집력 말고는 이렇게 한 집단으로 움직일 만한 추동세력이 없다. 

 

그럼에도 3신당 얘기가 나오는 것은 ‘국민의힘’ 쪽이나 보수층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보다는 민주당 사정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도 있겠다. 제3 신당이라기 보다 야당이 서로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사라지지 않고 있고, ‘이재명 호위무사’처럼 나섰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로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위 개딸들은 ‘내로남불’로 문제의 인사들을 붙잡고 계속 소리치고 있다는 점에서 당이 갈라 지지 않을까, 아니면 도저히 민주당에 남을 수 없는 사람들이 대거 당을 나가는 것 아닐까 하는 관측이다.

 

더욱이 송영길 전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돈 봉투를 돌렸고 송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손잡았던 이미지가 겹쳐서 당이 새롭게 변모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서로 갈라서지 않겠느냐는 얘기이다.

여기에 이낙연 전대표가 귀국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갈 것이어서 또 다른 당이 나올 가능성은 상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분화(分化)인데 이것은 어느 정도 지지층이 결집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호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이 전면 쇄신되지 못하고, 여기에 호남이 이재명 대표와 결별하게 되면 당이 갈라서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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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30일 16시5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1일 08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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