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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4월15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15일 10시20분

작성자

  • 박춘성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 2

본문

<요약>

 ▷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계약 당사자들 간의 상호이익에 기반을 둔 것으로 이해되지만 아래의 3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 첫째, 전세 계약은 거래 상대방 위험에 대한 보완 장치가 미비함.

▷​ 둘째, 전세 계약은 대출 계약과 매우 흡사한데도,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 적용이 어려움.

▷​ 셋째, 전세 계약은 임대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갭투자를 쉽게 하여 주택가격 및 거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음.

▷​ 이러한 관점에서 전세 계약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과도한 누적을 방지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볼 수 있음.

▷​ 이를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현재 시행 중인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함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도 전세 계약의 특성이 계약 당사자들에게 상호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임대인은 본인 소유의 주택을 통해 임차인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주택 가치의 50∼80%에 달하는 큰 규모의 자금(전세보증금)을 단번에 조달할 수 있다. 그리고 임차인은, 특히 전세보증금의 상당액을 자기 자금 혹은 낮은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경우,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을 소유함에 따르는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이익에도 불구하고, 전세 제도는 계약 당사자에게뿐만 아니라, 거시적 측면에서도 주요한 경제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전세 계약이 사적 계약임에 따라 (i) 거래 상대방 위험에대한 보완 장치가 미비하고, (ii) 부채의 특성과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 규제 적용이 까다로우며, (iii) 이에 따라 거시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전세 제도의 특성을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정책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전세 계약의 불완전성과 거래 상대방 위험

 

전세 계약에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의 주택을 특정 기간(예:2년) 점유한다. 그리고 계약이 만료되고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해당 주택에서 퇴거함과 동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계약기간 동안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해당 주택의 소유권은 임대인에게 있는 것으로 유지된다.이러한 전세 계약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자금을 빌리는 대출 계약이고, 이자 대신에 주택 사용권(주거서비스)을 제공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주택가격의 50∼80%에 달할 정도로큰 것에 비하여, 전세 계약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불완전해 보인다. 

 

먼저, 통상 전세 계약에서는 거래 만기 시점의 계약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를 정의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계약 2년 만기 후 임차인이 재계약을 원하지 않지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다면이는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세 계약에서는 이 경우 임대인이 어떤 식으로 페널티를 받는지, 혹은 임차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상할지를 충분히 명시하지 않는다. 또한, 전세 거래에서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빌리는 임대인의 신용 상태 등을 임차인이 충분히 점검하기 어렵다. 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 설정 및 채권 순위 등을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설정하는 등만일에 대비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임대인의 신용 상태, 연체 이력, 혹은 여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가치 변동 위험에 대한 노출 등 향후 전세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전세 계약에 내재된 대출계약의 특성을 시중 금융회사의 대출과 비교하면 그 불완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금융회사는 특정 개인에게 대출해주기 위해 그의 소득, 신용점수, 과거 연체 이력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또한, 연체가 발생하여 특정 기간이 경과한다면, 개인 재산 및 소득에 대한 압류가 발생하며 연체 차주는 장기간 금융시장에서 퇴출 당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달리 말하자면, 전세 계약은 이와 같은 일반적으로 상환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부족한, 주택을 매개로 하는 개인 간의 금융(대출)거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대출거래로서의 전세 계약 특성과 금융 규제

 

전세계약이 사인(私人) 간 금전대차거래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금융 규제를 고민해볼수 있다. 규제 지역 설정 등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금융회사와 거래할 경우, 주택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주택 가격 대비 특정 비율 이하여야 하며(LTV 조건), 전체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도 연소득 대비 특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DSR 조건). LTV 조건은 금융회사의 건전성,1) DSR 조건은 차주의 건전성 규제로 이해할 수 있다.

 

전세 계약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기 어렵다. 먼저 LTV 규제 측면에서 보면, 임대인은 이미 해당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이 있을 수 있다. 현재 LTV 규제의 한도가 40%이고 임대인이 그만큼의 대출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해 전세 계약이 이루어질지는 임차인의 선택이다.그런데 만일 해당 주택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다면, 전세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의 40%가 전세보증금으로 계약된다면, 임대인은 해당 주택을 통해 규제보다월등히 완화된 80%를 대출받는 것과 같다. DSR 규제는 더 불분명하다. 전세 거래에서 임대인의 전체부채 수준이나 소득이 고려되지 않으므로 임대인의 DSR, 혹은 전세보증금 반환 위험이 평가되기 어렵다. 요컨대, 임대인은 규제가 촘촘한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으므로 규제를 넘어서는 대출을 일으킬 수있는 것이며 이를 제재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전세 계약의 거시경제적 영향

 

위에서 논의한 전세 계약의 불완전성과 규제 적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전세 계약이 만연해왔다. 이는 앞서 언급한 상호이익, 즉, 임대인은 거액의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임차인은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세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지 않고, 임대인이 전세계약 만료시 새로운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있다는 가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세보증금 상환 위험은 매우 크다. 1997년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최근의 금리 인상 시기에서 역전세나 깡통전세 문제가 매번 불거졌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편, 전세 계약은 그 구조상 임대인에 대한 유동성 공급인 동시에, 주택매입에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주택가격 및 거래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위에서 논의했듯이 임대인은 전세거래를 통해 일반적인 규제 한도 이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한,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80%에 달한다면, 해당 주택은 자기자금이 주택가격의 20%만 있으면 매입할 수 있다(갭투자).즉, 일반화하자면, 전세 거래는 전세가 없는 경우에 비하여 주택시장으로 자금을 추가로 유입시키며,주택 거래를 쉽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경제적 위험이 누적되는 것은 전세 계약이 주택시장을 통해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연구에서 보았듯이, 가계부채가 과하게 누적될수록 부정적 경제 충격이 있을 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회복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 이는 결국 금융과 실물 경제의 연계성에 따른 부정적 증폭 효과 때문인데, 만연한 전세 계약은 주택시장을 통해 그 부정적영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과제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전세 계약은 상호이익에 기반을 둔 사적 거래이긴 하지만, (i) 거래 상대방 위험이 큰 불완전 계약이고, (ii)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지 못하며, (iii)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전세 계약이 투명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완비성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전세 계약으로인해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 방향의 어려움은 현재 전세 계약이 합법적인 “사적” 거래라는 점에 있다. 또한, 그동안 행해져 온 계약 관행이 있는 까닭에, 계약의 투명성 혹은 공정성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정 계약방식을 강제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전세 계약이 만연한 와중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정은 매우 다양할 것인데, 정책기관은 충분히 그 사정을 파악할 수도 없다(이 또한 전세가 사적 거래로서 구체적으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 계약 자체에 대한 섣부른 정책 개입은 큰 반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전세자금대출 보증에 관한 조정은 공적 기관이 완급을 조절하며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있으므로 쉽게 접근 가능한 방식이라 판단된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위 정책 방향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2)


첫째,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는 것은 과도한 전세보증금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이다. 앞서 논의했듯이, 전세 계약에 관련된 임대인과 임차인의 다양한 사정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계약방식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보다는 정책기관의 메시지를 통해 이들 스스로 전세 계약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유용한 방안일 수 있다. 

 

둘째, 이는 전세자금대출 보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대출을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있다. 즉, 보증이 있으므로 금융회사(공급자)는 여신심사 유인이 약해지고, 임차인(수요자)도 손쉽게 대출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전세수요와 전세자금대출 수요가감소하기보다는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마련을 도와준다는 취지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의 대출 상환리스크에 대한 보증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임차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는다면, 이 대출 자금은 전세 계약을 통해 임대인에게 지급된다. 이는 결국 임대인이 임차인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대출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출에 대한 보증은, 사실상 금융회사가 직접적으로 여신심사 등을 통해 검증한 바 없는 임대인에 대한, 그래서 LTV, DSR 등 규제 적용이 불분명한 대출에 대한 보증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현재 전세자금대출은 보증회사를 통해 거의 100% 보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이 비율이 줄어든다면, 전세보증금 총액에 비하여 대출로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작아질 것이며, 이는 다시 100%보증금만 있는 전세 계약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대체하는 보증부월세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크게 할 것이다. 물론 앞에서 논의한 전세 계약의 상호이익이 일정 정도 훼손될 수는 있다. 그러나그 이익 때문에 대내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불완전 사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발생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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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를 들어, LTV 조건이 40%라고 가정해 보면, 금융회사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주택가격의 40%만을 대출해준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주택가격이 60% 하락하더라도, 차주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때 금융회사는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건전성 유지). 

2) 본고에서 논의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전세금반환 보증과 구분되는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반환 보증은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보증회사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대신 반환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임차인이 전세금 마련을 위해 금융회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이 대출의 상환을 보증회사가 보증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는 임차인의 전세대출 상환 위험으로부터 금융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07호](2023.4.15)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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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4월15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15일 10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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