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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 특집> 주요 산업 전망 (3) 이차전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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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1월05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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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하여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로 양극과 음극의 전압 차이를 통해 전기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전기기기이다. 이차전지는 IT기기,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최근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산업 패러다임 급변에 따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요, 공급, 정책 측면에서 본 이차전지 글로벌 업황

 

2023년도 세계 시장 전망과 관련해 수요, 공급 및 정책 측면에서 나누어서 살펴보겠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유럽의 전기료 상승과 일부 국가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나타났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공급 측면에서는 팬데믹 여파에 따른 공급망 조달 차질 문제가 점차 개선되고 있고, 최근 국내외 배터리 기업들이 공장의 신증설을 통해 생산 캐파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에 공급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정책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요국들이 배터리가 첨단 전략산업이라는 인식하에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산업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지난 8월에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러한 주요국의 정책 변화로 해외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조달이 강화되는 현지 생태계 구축이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의 메가 트랜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 수요 증가로 17.3% 증가 예상 

 

2023년 이차전지 수출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 증가가 이어지면서 올해와 비교해 17.3% 증가한 121억 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최대 수출국 미국은 내년에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도에 3%대에 불과했던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올해 5%대로 상승할 정도로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CAFE(완성차 업체에 적용되는 신차에 대한 평균 연비 목표치) 기준 강화, IRA 발효에 따른 전기차 분야 지원 확대 등 바이든 행정부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자동차 부문의 친환경 정책 강화 때문인데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이차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년도 이차전지 대미 수출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경우 이차전지 수요 여건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유럽 전역에서 전력 요금이 크게 상승했고, 최근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 또는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조금 축소의 경우 내연차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움직임이라기 보다는 유럽 각국이 그동안의 추세로 볼 때 보조금 정책을 완화해도 전기차 분야 성장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유럽의 전기차로의 전환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고,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유럽시장에서의 입지가 탄탄한 만큼 일부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 수출도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요 급증으로 내수 33.1%, 수입 45.1% 증가 전망 

 

산업연구원이 각 산업별로 실시한 내년 전망에 따르면 내수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 산업은 별로 많지 않다. 아무래도 내년도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차전지 산업은 내년에도 내수가 3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차 생산‧판매가 늘면서 이에 대응하는 이차전지 수요도 큰 폭의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현대차는 GV80, 아이오닉 6 등의 전기차를, 기아차는 EV9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른바 신차 효과에 따른 전기차 판매 호조가 내년에도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국내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에 대한 관심도가 미국, 일본, 독일 등 타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차전지 내수 증가세는 2023년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내 내수 대응을 위해 2023년도 이차전지 수입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수출이 금년 대비 4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차전지 내수 대응이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만으로는 부족해서 해외, 특히 우리 이차전지 기업들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으로부터의 조달 물량이 내년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IT기기용 소용 배터리는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중국에 이어 2위지만 최근 격차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고 있고 고도의 제조기술이 요구되는 중대형 배터리 생산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제조’ 부문의 경쟁력이 높다. 반면에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원료‧소재 조달’ 분야다. 배터리 광물의 채굴과 정제련에 있어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한 중국은 물론 오랜 해외자원개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튼튼한 일본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낮다. 따라서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려면 원료‧소재 조달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데 무엇보다 공급망 다변화가 급선무이다. 특히 국내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총수입액 중 61%가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원료‧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정보제공, 자금지원, 민관 공동 프로젝트 발굴 등 정책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배터리를 포함해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드러났듯이 미국, 중국 등과 같은 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산업통상정책을 펼치면 아무래도 경제규모가 작은 우리로서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기일수록 차세대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이야말로 국가안보와 경제산업 모두에 중요한 이차전지와 같은 핵심분야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1990년대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를 개발하고 2000년대에 LG화학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것처럼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기술개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산업생태계가 함께 혁신해야 한다. 예컨대 최근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는 전고체 전지는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황화리튬 등 원재료 생산기반 확충, 리튬 메탈 음극재 등 소재 분야의 기술혁신 등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관련 기업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줘야하고 기술개발 지원도 지금보다 신속하고 파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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