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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용도와 안전관리 법제화, 그 의미와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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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21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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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법’ 개정 내용 일부 조항 12월 11부터 시행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들 중에서 가장 풍부하며 가장 가볍고 간단한 구조를 가진 원소로 정의되어 있다. 불완전하더라도 많은 증거에 의해 지지되는 빅뱅 이론에 의하면, 약 140억년 전 빅뱅 후 수소와 헬륨이 3:1의 질량비로 99%의 우주를 채우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 면적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물도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풍부한 수소의 특성에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이 추가돼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 가능한 비교적 청정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특성이다.

 

반면에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원소가 탄소다. 산소와 질소가 99%인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약 0.03% 포함되어 있다. 지난 80만년 동안 0.02~0.03% 사이를 오르내리던 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18세기 산업혁명 이 후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파괴 등이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0.04%를 돌파하며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불과 0.01% 포인트 올랐지만 이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무려 1도 넘게 상승했고, 당분간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온도는 지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80만년 동안 지구는 공기, 물, 땅에서 탄소의 순환이 균형을 이뤄 안정화 되어 왔는데, 최근 200년간 갑작스런 탄소 농도의 증가가 이 균형을 깨고 치명적인 기후위기를 초래하며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풍부하고 청정한 수소로 위험한 탄소를 대체하려는 이유다.

 

탄소를 대체할 수소의 용도는 다양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날씨 변동에 따라 변화하는 재생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때 저장에너지로 사용되거나, 개인별 차고가 없고 집단 주거형태가 지배적인 도심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거나, 대형차, 선박, 항공처럼 뱃터리 크기가 감당이 되지 않아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고온이 필요하거나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공정에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30년까지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2050년 2.5조달러의 시장을 전망하는 이유다. 

 

마침 우리나라 수소 산업을 글로벌 선두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지난 11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방안,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이상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기술 미래전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안건이 심의∙의결되어, 새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세부 실행 방안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가속화되는 청정수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은 대규모 수소수요 창출, 수요 기반 유통 인프라 구축, 국내외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수소시장 제도적 기반 마련 등 4대 전략별로 과제를 추진하고, 2030년 수소상용차 3만대 보급, 액화수소충전소 70개 확보, 2036년 청정수소 발전 비중 7.1% 달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 12월 11일부터는 관련 법령도 시행됐다. 정부는 수소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하여 2020년에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을 제정한 후, 지난 6월 법률 개정을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의무 등을 신설했는데, 이 개정 내용 중 일부가 곧 시행된 것이다.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우선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을 들 수 있다. 수소의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에 대하여 등급별 청정수소 인증 제도가 도입된다(제25조의2). 청정수소는 생산·수입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정도에 따라, (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수소, (ㄴ)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 (ㄷ) 수소의 운송 등을 위하여 생산된 수소화합물로서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저탄소수소화합물로 구분되는데, 정부는 청정수소를 생산·사용하는 자에 대하여 청정수소의 등급에 따라 차등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다음은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부과로, 수소연료공급시설의 운영자와 수소를 원료 또는 연료로 사용하는 사업자는 수소 판매량 또는 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수소로 판매하거나 사용하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판매•사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제25조의5, 제25조의8).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의무도 부과되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사업자는 수소를 연료로 하여 생산된 전기, 즉 수소발전량을 일정 부분 구매 또는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개정 전 수소법에서는 수소발전이 아닌 연료전지발전만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개정 수소법에서는 연료전지 외에 수소가스터빈 등 수소를 활용하는 장비에 의하여 생산된 전기를 수소발전으로 규정하여 범위를 확대했다. 발전사업자·전기판매사업자 등 전기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수소발전량을 구매하거나 공급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할 수 있으며, 수소발전 구매 또는 공급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반드시 입찰 시장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소발전은 기존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로부터 분리되어 별도의 입찰 시장을 통하여 거래될 예정이다.

 

기존의 RPS 제도와의 관계를 살펴 보면,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른 신에너지에 해당하여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발전설비로 생산된 전력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 대상이 된다. 그러나 개정된 수소법에 따르면,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에 대하여는 태양광,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와는 달리 더 이상 REC가 발급되지 않고, 향후 새로 만들어지게 될 입찰시장에서 전력판매대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다만, 기존의 사업자에 대한 신뢰 보호를 위하여, (ㄱ) 수소법 시행 전 REC를 발급받고 있었던 설비, (ㄴ) 수소법 시행 전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자 중 수소법 시행 1년 이내에 공사계획 인가/신고 절차를 거친 설비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REC가 발급된다. 현재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는 사업의 구체적인 진행 단계에 따라 REC 발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의무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지만, 청정수소 인증제도 및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에 관한 규정은 청정수소의 상업생산 가능 시점 등을 고려하여 공포 후 5년 이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의무 등에 관한 사항을 하위 법령에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하여 지난 8월말 수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당시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수소발전량 구매자 및 구매량이 구체화되었다. 수소법 제25조의6은 전기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소발전량을 구매 또는 공급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입법 예고된 수소법 시행령은 구매의 주체를 “전기판매사업자”와 “구역전기사업자”로 구체화하고 있다(시행령 안 제34조의20 제1항). 이 때 수소발전량은 전력시장에서의 지난 연도 전력거래량의 비율 또는 자발적 구매량 등을 고려하여 정하며, 구체적인 산정방법은 입찰시장운영규칙에 따르게 된다(동조 제2항).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위 규정에 따라 수소발전량 구매자와 수소발전 구매량을 공고할 전망이다(동조 제4항).

 

 수소발전 입찰시장, 낙찰자 선정기준의 경우, 수소발전량 거래를 위하여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될 예정이다. 입찰에 참여한 수소발전사업자 가운데 i) 발전원가, ii) 지역주민의 수용성, iii) 기술개발 및 산업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iv) 분산형 전원 구축 및 전력수급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 v) 에너지효율 제고 등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낙찰자 선정기준을 적용하여, 원칙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하게 된다(시행령 안 제34조의21 제2항, 제3항). 이러한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정하는 입찰시장 관리기관에 의하여 운영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입찰시장 운영규칙에 정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시장 관리기관은 입찰시장 운영규칙을 제정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수소법 제25조의7 제2항), 이러한 입찰시장 운영규칙에는 i)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개설, ii) 수소발전 입찰시장 참가 가능 요건, iii) 가격 및 비가격 평가기준, iv) 낙찰설비의 계약 추진, v) 수소발전설비의 사후관리 등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이 포함될 예정이다(시행규칙 안 제9조의6 제1항).

 

 또한, 입찰시장 개설물량 및 수소발전량 계약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수소발전 입찰에 부쳐질 수소발전 구매량을 지난 연도 전체 발전량의 10% 이내 범위에서 연도별로 정하게 되며, 직전연도 입찰시장 운영 결과를 반영하여 물량을 조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연도별 수소발전 구매량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시행령 안 제34조의23).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수소발전사업자는 수소발전량의 구매자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계약은 낙찰된 가격을 보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시행령 안 제34조의22 제1항). 계약의 형태, 계약 기간 등 계약의 세부 사항은 별도로 제정될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포함될 전망이다(동조 제2항).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 완화 위한 법과 정책의 선명성 보장’이 관건

 

 한편, 수소발전 입찰시장 관련 조문체계 정비 등을 위해 지난 11월 18일 당초안을 수정하여 재입법예고했다. 재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수소입찰시장의 낙찰기준에서 정한 ‘주민수용성 기준’은 발전단가가 과도하지 않을 것,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 수소산업 관련 기술개발 및 수소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 전력계통 및 전력 수급의 안정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한 낙찰이 원칙인 수소입찰시장에서 ‘전력계통과 연계된 실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경쟁입찰 외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수소법 개정 및 하위법령 입법예고를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가 도입되고 청정수소의 판매 및 사용의무가 부과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청정수소 생산기술의 발전 및 투자가 촉진될 기반이 마련됐고,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의무를 부과하고 입찰시장도 개설함으로써 수소발전 및 그 연료가 되는 수소생산 등에 대한 수요 창출 기반이 마련되어 수소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11월 14일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초안에 따르면,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2030년 2.1% 목표로 추진될 전망인데, 이는 수소발전량 거래 초기시장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

 

우리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재계 발표에 따르면 SK, 포스코, GS, 현대차 등 10개 기업의 향후 3~5년간 친환경 투자 규모는 160조원을 넘는데, 대부분 기업이 수소생산 및 수소발전 등 다양한 수소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국내 17개 그룹사 최고경영자들이 Korea H2 Business Summit을 결성,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점하고 수소발전 및 수소차 등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리더로 부상을 다짐했는데, 7월 초에는 한 자리에 모여 투자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및 사업개발 방안에 대해 공유했다. 최소 5,000억 이상의 수소펀드 조성을 결의하기도 했다. 필자도 좌장으로 참여했는데 각 기업들의 전략이 이미 구체적이고 투자의지가 생각보다 강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공통된 요구 사항은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법과 정책의 선명성이다. 금번 정부의 정책발표와 법령정비가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을 주고, 기업도 제도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고시 및 입찰시장 운영규칙에 정해질 전망이므로, 이와 관련된 논의 동향도 주시하여, 민관이 상호 긴밀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LNG 3대 수입국임에도 우리는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수소의 경우 LNG와 달리 생산/공급/활용 측면에서 선도적 우위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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