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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의 명과 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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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18일 16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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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 특징

 

디지털 플랫폼 전성시대다. 2022년 10월 말 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5위 안에서 4개, 즉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알파벳(Al-phabet,Google의모회사), 아마존(Amazon)은 빅테크 기업이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이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애플은 2007년 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했다. 2009년 시가총액 기준 10위, 2010년 3위에 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듯 순위의 큰 변동 없이 디지털 플랫폼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기차나 전철의 승강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이 물리적 공간이나 하드웨어에 국한되었다면, 이후 소프트웨어, 디지털 서비스 등으로 확장된 개념을 디지털 혹은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한다(본고 에서는 두 가지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간주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OECD(2019)는 디지털 플랫폼을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상호 작용하는 두 개 이상의 구별되지만 상호의존적인 사용자 집합의 상호 작용을 용이하게 하는 디지털 서비스’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은 ‘연결’을 통해 ‘가치 창출’하는 인터넷 서비스라는 점에 있다 (송명진, 2022). 

 

이전의 플랫폼과 디지털 플랫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물리적인 공간과 유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일 것이다. 플랫폼 자체는 예전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해서 가치를 창출했고, 신문사는 신문을 발간함으로써 독자와 기자, 그리고 광고주를 연결해 각 참여자의 니즈를 충족해 주면서도 플랫폼 운영사인 신문사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유형의 한계를 극복했고, 이는 비즈니스의 빠른 확장으로 이어졌다. 아마존은 매장 없이도 미국 전역, 넓게는 세계 전역의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이나 숙박 시설을 물리적으로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 곳곳의 공간과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었다. 

 

또 주목해야 할 디지털 플랫폼의 특징은 빠른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쉽게 독과점 플랫폼이 발생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참여자들의 소비가 다른 참여자의 소비나 효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 개인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신규 사용자는 다른 메신저에 비해 카카오톡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동종 네트 워크 효과). 또한 카카오톡에 개인 사용자들이 많을수록 기프티콘 사업자들은 기프티콘 판매를 위 해 다른 메신저 플랫폼보다는 카카오톡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이종/교차 네트워크 효과).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디지털 환경에서는 급속히 진행된다. 일정 임계점을 넘긴 소수 플랫폼만 시장에 남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시장에서 소 위 ‘대세’ 플랫폼이 되면 필연적으로 독과점 사업자가 되기 마련이다. 

 

이와 동시에 통상의 디지털 플랫폼 참여자들은 멀티호밍(multi-homing)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플랫폼 참여자들은 여러 가지 플랫폼을 사용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두어 개 골라 주력+ 보완 플랫폼으로 사용하거나, 동시에 골고루 사용하기도 하는 멀티호밍을 한다. 넷플릭스+왓챠 를 구독하는 사람들, 배달의 민족+쿠팡 이츠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식당 업주들이 그 예다. 게다가 디지털 환경은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하거나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데 드는 전환 비용이 적다. 앱을 깔고, 개인정보를 제공해 계정을 생성하고, 결제와 관련된 정보 등을 연결하고, 조금씩 다른 UI/UX에 적응해야 하는 정도의 전환 비용이 발생 한다. 그러므로 참여자들은 쉽게 여러 디지털 플랫폼에 멀티호밍을 할 수 있고, 매력적인 신규 플랫폼이 등장해 인기를 얻고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면 기존 플랫폼의 점유율이 순식간에 떨어지기도 한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 디지털 플랫폼 특징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숨어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물리적 플랫폼 에 비해 확장성이 훨씬 크고, 급속한 네트워크 효과로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쉽사리 독과점 사업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참여자들이 쉽게 멀티 호밍 할 수 있기  문에 매력적인 경쟁 플랫폼이 등장해서 그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 기존 플랫폼은 또 빠르게 그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처음에는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특정 임계점(critical mass)을 넘겨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또 최대한 참여자들이 그 플랫폼을 떠나기 쉽지 않도록 고착하는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려 한다. 또한 참여자들은 멀티호밍(multi-homing)을 하면서 플랫폼 간 출혈 경쟁의 열매를 따먹기도 하고, 끊임없이 플랫폼을 비교하며 혜택이 큰 플랫폼으로 갈아타 고착되지 않으려는 전략을 취한다. 플랫 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시장이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한 산업에서 발전하면서 소수의 디지털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도 함께 발생했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혹은 기존 사업자 간 갈등, 플랫폼과 소비자 간 갈등, 디지털 방식에 따른 새로운 문제도 등장했다. 

이에 미국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독점력을 행사한다고 보아 이를 적극적으로 규율하고자 ‘온라인 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End- ing Platform Monopolies Act)’ 등 플랫폼 반독점 법안을 발의했다. 수범 기업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4개와 구(舊) 페이스북 (Facebook, 현재 Meta)을 포함한 소위 GAFAM 정도가 해당된다. 또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도 역내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국이나 중국기업에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막고자 ‘디지털 시장법안(DMA: Digital Markets Act)’과 ‘디지 털서비스법안(DSA: Digital Services Act)’을 제 정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질세라 2021년 공정거래위원 회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플법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그리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 들 법안은 국감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및 ‘문어발식 확장’ 등을 문제 삼으며 그에 대한 처리 가 급물살을 탔다. 법안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의 거래질서 확립, 이용자 권익 보호 등 을 입법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의 기준이 과도하게 포괄적이고, 법안에서 금지행위로 열거된 많은 사항 이 기존 법안이나 사적 자치에 의해 규율 가능하며, 플랫폼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고 비판한 다. 또한 온플법안의 경우 규제 대상으로 삼는 기준을 대폭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와 달리 국내외 플랫폼 20개나 수범 대상이 되었다. 플랫폼 생태계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해외 사례만을 좇아 국내 시장, 입법 현황에 맞지 않게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도 더해져 위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위 법안들의 법제화는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으로 전면 재검토되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두고 다시 한 번 온플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재점화되었다. 카카오의 서버가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 터에 불이 나 카카오톡, 다음 이메일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가 2022년 10월 15일 오후부터 약 사흘에서 닷새간 마비되었다. 긴급 재난에 대비한 이원화 시스템 작동이 원활치 않았던 것이 장시간 먹통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동일 건물의 시설을 이용한 네이버의 경우,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대비해 불과 몇 시간 만에 장애를 복구해 대조적이다.

카카오 화재를 디지털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 폐해로 규정하고 플랫폼 책임론과 함께 온플법 등을 재조명하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 회는 ‘시장 내 경쟁 압력이 없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다며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을 제정해 시장지배력 평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특허사업자인 기간통신사업자와 비슷한 의무를 지우겠다는 논의도 나온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에 플랫폼 참여자들과 플랫폼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많은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카오에 얼마나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대안을 찾았다. 사고 사흘째 구글플레이스토어 앱 인기 차트에서, 카카오톡의 대안인 라인과 텔레그램이 각 1위와 6위를, 카카오맵을 대신할 TMAP, 네이버 지도가 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카카오 택시의 대안인 UT(우티)가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사업주인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를 신청 받았고, 보상액 규모는 4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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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참여자들은 대안을 찾고 플랫폼은 피해 보상을 강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잘 대응한 네이버까지 싸잡아 시장 독과점 폐해라며 입법과 행정 을 통해 개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 한국의 전략

 

디지털 플랫폼은 반드시 별도의 법안을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을까? 디지털 플랫폼이 독과점 업체라는 이유로, 혹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는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애매한 시장획정의 문제, 플랫폼의 특징 등에 대한 고려, 소비자 행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규제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사실상 특허사업자인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민간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권리부여 없이 의무만 지우는 꼴이다. 카카오는 민간 사업자이고 서비스 대부분이 무료다. 게다가 정부는 그간 이 사업자의 서비스를 통해 대민 업무 (예: 입영통지, 맞춤형 급여 안내)를 처리해 이 서비스의 독과점에 일조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고 해서 무료 서비스에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가? 

 

둘째, 반독과점 조치가 또 다른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멀티호밍을 할 수 있고, 이번 카카오 화재로 참여자는 서비스에 실망하고 떠날 권리가 있고, 매력적인 다른 기업이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이번 사고 이후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동은 없어 보이지만, 주말이 아닌 평일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시장 점유율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으로 필자는 예상한다. 보호조치 의무도 확대하고 보상도 요구하면, 이미 돈을 번 카카오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작은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가가 나 서서 독과점을 조장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해외와 다른 국내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빅테크를 규제한다한들 자국 플랫폼이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별로 없다. EU는 역 내 우세한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플랫폼에 의해 시장이 잠식될 우려로 규제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도 작고, 비영어권 국가라 글로벌 진출에도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이 성장해서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계속해서 좋은 스타트 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다만, 앱마켓과 같이 가장 근본이 되는 기축 플랫폼은 없고, 세계를 제패한 글로벌 플랫폼도 아직 없어서, 글로벌 경쟁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종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다 육성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닐까? 해외 법안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규제가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안용길 외(2022)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의 입법예고만으로도 네이버의 경우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 비해 시가 총액의 약 16%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 다른 유사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을 고려하여 외부의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약 8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상실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은 잘 보이지 않지만, 경쟁 열위에 놓이는 소수의 피해는 명시적으로 보여서 쉽사리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규제가 초래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고려하면 우리는 규제 도입에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무료 서비스라 소비자 효용은 GDP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과소 계상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네이버 검색을 무료로 이용함으로써 얻는 효용은 겨우 광고 매출 정도로 GDP에 반영될 뿐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있어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얼마만큼 얻을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자. 디지털 플랫폼의 독과점 현 상에 매몰되어 규제에 집중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산업연구원이 발간하는 [KIET 산업경제] 11월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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