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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시장 및 자본시장 위험요인 점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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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20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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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자금 수요자의 상환 가능성에 따라 평가 되고 ㅠ금리가 결정되는 금융시장에서 최근 국가에 준하는 지방정부보증의 미이행 발표(소위,레고랜드사태)는 금리인상을 통한 전반적인 통화긴축의 상황에서 기존 금융시장 질서에 대한 믿음에 의구심을 던져줌.

► 이후 강원도가 올해안에 전액상환하기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급격한 금리상승과 더불어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함.

►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인식한 정부는 지난달 ‘50조원+α’ 규모의 긴급대책을 비롯하여 95조원 규모의 은행권지원 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하였는데,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와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함.

► 다만,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 징후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닌 금리인상, 시중자금 불균형, 연말효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됨.

► 이를 감안할 때, 최근 금융시장의 경색 징후를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다양한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하나씩 차근차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부 자금경색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표면적으로는 강원도의 레고랜드 ABCP 지급보증 미이행으로 촉발되었고, 최근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행사 연기 발표 등 일련의 사건이 이어지며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저에는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의 수급불균형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원인들이 함께 작용하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아직까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본고에서는 최근 국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및 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레고랜드 사태와 금융시장에의 의미

 

금융시장은 다양한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의 금융니즈가 매칭되는 곳이다. 자금 수급의 매칭 과정에서 자금공급자(투자자)는 자금수요자의 상환가능성에 대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평가한다. 소위 평가등급으로 나타나는 자금수요자의 상환가능성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는데, 자금수요자의 상환가능성이 높을수록 낮은 프리미엄(낮은 금리)이, 반대로 상환가능성이 낮을수록 높은 프리미엄(높은 금리)이 자금수요에 대한 가격으로 매겨진다. 그리고, 수요자 또한 금리 조건에 대해 자금을 받을지, 아니면 받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시장에서도 일반적으로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자금수요자가 상환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도 기업의 영업상황이나 재무상황에 따라 일련의 평가등급을 받는다. 비록 금융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이 때때로 도산을 하거나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곤 하지만, 레고랜드 관련 이슈는 다소 차원이 다른 문제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레고랜드 지급보증 미이행 발표는 법적 가능성과 정당성의 이슈를 떠나서 금융시장의 근간에 깔려 있는 투자자의 믿음(신뢰)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즉, 상환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믿어왔던 지방정부의 보증 불이행 선언은 일반적인 금융시장 기존질서에 대한 믿음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사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정책당국이 금융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였는데,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올해는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긴축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준이 올해 들어서만 정책금리를 4차례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포함하여  6차례에 걸쳐 연초 0%(하한기준)에서  11월 3.75%까지 인상하였다. 우리 통화당국도 대내외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인데,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미 8차례 인상되어 10월에는 3.0%에 달하고 있다.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금리인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레고랜드 지급보증 미이행은 금융시장의 질서라는 관점에서 더 큰 파문을 던져주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의 금융시장 동향

 

금융시장에서 차주의 상환불이행 등으로 촉발되는 신용위험이 일어날 경우, 이는 직간접적으로신용스프레드를 통해 나타난다. 신용스프레드는 일반적으로 상환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국채금리와 크레딧물 금리의 차이로 나타난다. 비록 레고랜드 지급보증 미이행 선언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강원도가 보증채무 2,050억원을 올해 안에 상환하겠다고 발표를 하였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국채금리의 상승에 더하여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스프레드는 지금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났던 9.27일 이후(11.8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대비 여전채(AA-)의 금리스프레드는 67bp 상승하였으며, 특수채(AAA-), 은행채(AAA-), 회사채(AA-)도 각각 49bp,44bp, 46bp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일부 채권발행의 경우에는 수요예측 결과 발행이 취소되는 등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이 지방정부의 지급보증에대한 신뢰도를 재평가하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채권시장 전반에서 신용 및 유동성 위험이 확대되었던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전 금융시장에서 금리상승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 10월 회사채 순발행은 3.2조원 감소하여 순상환이 일어났으며, 또한 여전채의 경우에도 순발행이 1.3조원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채권의 발행부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자금수요가 발생하는 연말에 채권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줄어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이는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들은 채권뿐만 아니라 CP나 전단채 등을 통해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CP, 전단채(단기사채) 시장에서도 자금경색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이후 4.55%까지 치솟았던 국채금리(3년물)는 11.14일 기준 3.85%까지 떨어진 반면, 우량등급인 A1(91일물) 기준 CP금리는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계속 상승하여 11.14일 기준 5.18%에 이르렀다. 특히, 레고랜드 자금조달 구조와 동일한 PF-ABCP의 경우, 건별로 적용되는 금리가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차환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확보가 어려워짐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발행량과 관련하여 PF-ABCP의 경우지난 10월 3조원 순상환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차환발행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 환경 급변에 따른 정부의 정책대응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인식하고 지난달 ‘50조원+α’ 규모의 긴급대책1)을 발표하였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금융시장 불안심리의 확산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급대책은 시장심리(sentiment)를 안정시키는데 일조하였다고 판단된다. 위기는 실제 상황보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에 의해 따라 더욱 확산되는 과거의 경험들을 미루어보면 불안심리의 조기진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대응이다.

 

‘50조원+α’ 규모의 긴급대책 발표에 이어 5대 금융지주은행권을 통해 연말까지 9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발표되었다. 한국은행은 시중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은의 유동성 공급수단의 하나인 RP 대상 증권의 종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6조원의 RP매입을 11.1일부터 3개월간 실시하기로 발표하였다. 또한,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제2 채안펀드를 조성하여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불리는 중소형증권사 대상 ABCP 매입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초 논의되었던  4,500억원 규모에서 최근에는 1.8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일련의 대책은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지원과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망라하는 대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방지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채안펀드 등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확대 가동과 지자체 보증 CP에 대한 지급보증 의무 이행 확약, 한국은행의 우회적인 유동성 공급지원, 그리고 은행 · 증권사 등 민간금융회사의 자체적인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계획이 속속 발표 · 준비 · 실행되면서 금융시장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다소 냉정함을 찾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금융시장의 여건과 시사점

 

사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금시장 경색 징후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시기적으로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한국전력이 자금확보를 위해 한전채를 대규모 순발행2)하고, 또한 각종 규제비율 준수를 위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였다. 투자자 입장에서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고금리 한전채3)와 부실위험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는 고금리 은행채는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평소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의 북 클로징(장부마감)이 겹치면서 신규투자가거의 일어나지 않는 시기적인 영향도 시중 유동성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전망도 다소 부정적인 기류로 돌아섰는데, 부동산경기를 기반으로 확대되었던 부동산 금융의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가 금융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확산된 것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발행을 통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고, 기업들이 은행대출로 자금조달수단을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은행의 금융시장 자금공급여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도 일부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비록 표면적으로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은 모두 레고랜드 사태로부터 촉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기저에서 자금수급 상황이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자금시장 경색 징후를 촉발한 일종의 방아쇠(트리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비록 철회하긴 하였지만, 최근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발표는 시장심리(sentiment)를 악화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최근 금융시장의 경색 징후를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하나씩 차근차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각종 유동성 공급 대책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금공급 수단은 일정부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말 이후 내년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정상태가 지속될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근본적으로 한전채, 은행채 등 우량채권의 순발행 규모를 축소하여 근본적으로 자금쏠림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늘리게 만들었던 예대율 규제와 은행 통합 LCR 규제의 정상화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면서 일시적인 은행채 발행수요 확대를 자제시켰다. 자금공급 측면에서 채권시장 및 자금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들에게 자금공급에 대한 한시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의 부정적인 전망 확산과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등은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볼 수 있는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이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추가적인 자이어트 스텝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연말까지 정부와 민간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더하여 기관투자자의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하는 내년 초가 되면 시중 자금시장의 수급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시중의 자금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심화가 관찰될 경우 이에 맞는 대응책을 적시에 실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된다.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至難)하고 시일이 걸리는 일이다. 당분간 금융시장에서는 훼손된 신뢰를 다시 쌓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과거 위기 극복과정에서 활용되었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해법(solution)은 더 이상 솔로몬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실물경제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금번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차별적 지원보다는 합리적인 손실분담 원칙아래 그동안 유동성 확대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이 마련되고 실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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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0조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는 채안펀드 여유재원 1.6조원을 회사채 및 시공사 보증 PF ABCP 등 CP 매입에 투입, 산은 · 기은 · 신보의 회사채 · CP 매입프로그램 매입 한도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증액, 부동산 PF 시장 지원을 위한 사업자 보증지원 확대 등의 내용을 주요골자로 한다

2) 올해 10월까지 순발행된 한전채는 약 20.2조원인데, 이는 한전을 포함한 전체 공사채 순발행액 29.9조원 중 2/3에 달하는 물량이다.

3) 최근 발행금리가 6%에 육박하고 있는데,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위험자산투자와 비교하여 리스크대비 투자수단으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특별호(24호) (2022.11.18.) 금주의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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