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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미래먹거리’ 산업, 무엇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5월0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5월09일 08시58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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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좋은 먹거리 산업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수출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지금도 우리 수출구조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조선, 배터리 등이 주력제품 역할을 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먹거리 산업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먹거리 산업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20년 정도를 변함없이 수출의 주도적 역할을 해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현재의 먹거리 산업들은 이미 성숙된 산업으로서 중국 등 후발공업국들의 추격에 직면해 있고, 그래서 일부 산업에서는 경쟁력 위기를 맞으면서 부실기업들이 도태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있다.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최대과제는 무엇일까? 코로나19 극복이라는 현안에 더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뤄내야 하는 힘겨운 숙제를 안고 출범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뤄내야 할 과제는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일궈낼 미래먹거리산업의 육성일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넘어서는 유망산업 분야는?

 

그래서 향후에도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 경제를 떠받칠 만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내어 육성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때 수출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 오던 휴대폰, LCD 등의 경우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도 뛰어나지만, 점점 더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산업구조 면에서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지속하고 있지만 (관련 부품, 소재 등의 수요를 창출하면서)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먹거리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들 중에서 미래기술, 미래산업의 기본 바탕이 될 두 분야, 즉, 반도체와 배터리 등은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해서 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다른 산업들의 발전 기반이 되어 주기도 하는 ‘먹거리 산업’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고, 향후에도 한동안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실 작년 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공급망을 점검하기 시작하면서 의약품, 희토류 등과 함께 이들 두 산업의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기도 한 바 있을 만큼 그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물론 이들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두 산업도 우리 산업 및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서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이들 산업의 기초소재 및 원자재들의 국제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근래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에서 밝혀졌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큰 숙제는 반도체, 배터리 등의 대표선수 격인 두 주력 먹거리 산업을 넘어서서 과연 이들과 비슷한 역할을 할 만한 산업들이 무엇인지 찾아내어서 이들을 육성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역대 정부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후보들을 발굴하여 제시해 왔다. 그 리스트는 매우 길다. 

 

역대 정부, 수많은 미래산업 리스트를 제시하긴 했지만 …

 

먼저 제조업 분야에서 미래자동차, 바이오 (또는 의약품), 드론을 포함한 우주항공, 로봇, 신재생에너지 등이 제시되면서 이들 산업들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 분야에서는 선진국 기업들은 물론 때로는 중국 기업들의 주도적 역할조차 잘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들 산업들이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인공지능 (AI), 블록체인 (이에 기반한 암호화폐), 메타버스 등의 IT기술들을 이용한 새로운 산업들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면서도 이들 기술들을 (자체적으로나 혹은 다른 산업들과 연결시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나갈 방안은 뚜렷이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생활과 밀착한 유통, 여행, 문화, 놀이 등의 각종 서비스에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면서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 산업들은 미국의 GAFA를 필두로 한 글로벌 자이언츠들이나 거대한 인구에 힘입어 세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자이언츠들과의 국제경쟁에서는 아무래도 힘겨워하는 모습이고, 국내시장을 지켜나가는 데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휴대폰. 배터리의 경우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잠룡’과 같은 역할에 머물러 있다가 지금과 같이 세계적 경쟁력을 발휘하는 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지금까지 모색되어 온 미래산업 후보들 중에 장래에 비슷한 수준의 ‘미래 먹러리’ 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미래의 사회적 변화를 내다보면서 진정한 먹거리 산업의 역할을 할 산업으로 키워낼 예지를 가진 기업가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기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추진해 온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굴과 육성 전략이 적절했는지 돌아보고 더 유효하고 적절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실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분야에서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왔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혁신의 주체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만 찾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외면함으로써 그 기치에 비해 성적은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발전시켜 온 산업이나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력의 연장에서만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온 기업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여 새로운 영역으로의 과감한 투자에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다. 물론 대기업의 새로운 영역 진출에 거부감을 보이는 일부 정치권의 자세도 이런 노력을 저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백서를 살펴보아도 현재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가진 기존 산업으로부터 미래산업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존 산업이나 기술만 중시하는 대기업들의 자세와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 3월 16일 개최한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발제자는 물론 토론자들 모두가 지적한 미래의 산업발전 전략은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미래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모든 기업들을 총동원하고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키워내며 미래 산업의 발전, 즉 혁신을 가로막은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전략

 

여기서 세계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요국들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은 세상의 변화를 미리 읽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요를 창출해 가면서 산업을 일구어내는 방식을 잘 실천해 나가고 있다. 즉, 뛰어난 미래비전을 가진 사업가가 미국이 가진 좋은 여건들을 잘 활용하여 신산업을 일구어가는 방식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미국의 좋은 여건이란 사업을 가능하게 해줄 기술력과 기술자의 존재, 모험적인 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자본시장의 존재, 기초기술 연구개발은 주도하지만 새로운 산업의 육성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는 정부 즉,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부를 말한다.

 

 애플의 스마트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구글, 페이스북 등이 이끌고 있는 IT기술 기반 서비스, 아마존이 이끌고 있는 유통혁명에 이어 테슬라가 일구어가는 미래자동차와 우주항공 등은 유력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만들어가는 방식도 적절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세계적인 투자자들로부터 받으면서 더욱 그 사업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세계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제조업 생산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산업생산 기술력을 선도해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제조업 강국들인 독일과 일본의 산업발전 방식도 참고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가 이들과 더 비슷한 산업 및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두 나라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국 산업과 기업들이 그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즉, 산업생태계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거기에 IT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신산업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과 그 경쟁력을 뒷받침해 주는 중견/중소기업, 기술인력 및 생산현장 인력의 양성 체계 등의 산업생태계가 서로 잘 연결되어 잘 작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모노즈쿠리, 독일의 대/중소기업 (히든챔피언) 협력체계 등이 지속적인 산업경쟁력을 뒷받침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은?

 

그래서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우리는 떠오른 새로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가 되어 우리나라 산업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각 경제주체들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는 주력 기업들은 ‘초격차’를 내세우면서 기술개발을 통해 중국 등의 추격자들을 따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이런 방식으로 선도하는 독일이나 일본기업들과의 경쟁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만 기대하는 방식은 더 문제가 크다. 새로운 산업의 문을 여는 능력은 있을지 몰라도, 그 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나가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기술력과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결합하는 신산업생태계 활성화 “절실”

 

결국 ‘미래 먹거리’는 두 세력이 연합해야 하고, 이런 연합을 정부가 뒷받침해 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즉, 대기업의 기술력, 세계시장 개척 능력과 스타트업 (중소기업 포함)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결합되는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필요성을 인식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두 세력의 연결을 모색한 바 있지만, 대기업들이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열면서 진정한 파트너로 나서기를 꺼리는 한편,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대기업들에 자신들의 비즈니스 아이디어 혹은 신기술만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각 지방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소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과거 두 정부의 한계를 인식하고 산업생태계를 전체적으로 활성화하는 전략을 잘 추진하여 진정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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