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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금리상승 부담 감당할 수 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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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5월04일 12시00분

작성자

  • 이창선
  • 전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ifsPOST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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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나, 금리는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가계부채를 둘러싼 리스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0년 이후 코로나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가계부채 규모는 저금리를 배경으로 부동산 구입 및 주식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다. 지난해 2/4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대로 높아진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가계부채 증가율도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5~6% 수준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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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금리 빠른 오름세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과 같은 미시적인 가계대출 규제 방안이 주로 활용되어 왔다. 금리정책은 가계부채 문제보다는 거시적 차원의 경기와 물가 상황이 우선시되어 결정되었다. 이러한 정책기조가 앞으로 다소 달라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 LTV 상한을 완화해 주고, 전반적인 LTV 규제는 시간을 두고 완화 여부를 검토할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가계부채 억제 차원에서 강화되어 왔던 대출 규제 정책이 대대적으로 완화되는 변화라기보다는 과도한 규제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계대출 규제 정책의 일부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리상승 속도 및 금리정책기조의 변화이다. 지난 4월 21일 취임한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청문회 준비 중이던 4월초에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soft landing)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취임 이후인 4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동안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외에도 경기나 고용, 경제성장 등까지 고려하여 보다 넓은 시각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으로선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고 높아지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물가, 경기, 고용, 가계부채 등의 경제 데이터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금리인상 추세는 이어질 것임이 분명해진 상황이다. 

<그림 2> 기준금리와 가계대출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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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에 비해 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은 은행들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 자금조달금리가 빠르게 높아진 때문이다. 혼합형(5년 고정+이후 번동)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수익률의 경우 2020년 8월 1.3%에서 올해 4월말에는 3.4%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p 높아지는 동안 은행대출 시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 수익률은 2%p 가량 높아진 셈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채권수익률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상승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되나 기존 차입금의 이자 부담은 증대


은행대출 금리의 상승은 신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대출 규제가 꾸준히 강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증가세가 높아져 온 것은 저금리 때문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과거 금리와 가계대출 증가율 간에 밀접한 관계를 보여 왔음을 감안하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는 대출금리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향후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신규 가계대출의 증가세 둔화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의해 신규 가계대출이 점차 줄어들게 되면 과다 가계부채로 인해 잠재적인 금융불안정성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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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한편,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기존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그 동안 질적구조 개선 차원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져 왔지만, 아직도 상당 부분은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2022년 3월 현재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23%인 반면, 시장금리와 수신금리에 연동되어 변동하는 가계대출의 비중은 77%에 달한다. 2020년 4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가계대출이 각각 34.3%, 65.7%였던 데 비하면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기의 저금리 시기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금리 상승은 신규 가계대출은 물론 기존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을 높이게 된다. 단순계산으로 본다면 지난해말 가계부채 규모 1,862조원의 77%가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로 볼 경우, 1%p의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14조원 늘리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여 추가적인 금융위험 증대를 막는 요인이지만, 이자부담 증대로 인해 기존 가계부채의 부실화 리스크를 현실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여 올해 중 수차례 추가 금리인상 예상


이제 문제는 금리가 얼마나 오를 지에 달려 있다. 신임 한은 총재의 말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기준금리와 시중금리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는데 따른 영향으로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3년~2020년 기간 동안 연평균 1.1%에 그쳐 한국은행의 중장기 목표치인 2%에 장기간 못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이후 2%를 넘어서더니 올해 4월에는 4.8%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물가안정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코로나 19 이전 저물가 시기에 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 시대의 도래가 예견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저물가에서 고물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 19 충격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때만 해도 코로나 19 초기의 물가급락에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와 일부 반도체 등의 부품 수급 차질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및 곡물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고물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긴축 전환에 주저하던 미연준(Fed)도 올해 들어서는 조바심을 내며 바빠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8.6%를 기록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 볼 수 없었던 단기간의 물가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를 0.25%p 인상하며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미연준(Fed)은 5월 3~4일 회의에서 0.5%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공언한 바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발표된 FOMC 멤버들의 연방기금금리 예상치(중간값 기준)는 올해말 1.9%, 내년말 2.8%인 것으로 공개된 바 있다. 6월 이후 올해말까지 5번 남은 FOMC 회의마다 0.25%p씩 인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빅스텝의 금리인상이 여러 번 실행될 수 있다고 보고 FOMC 멤버들보다 빠른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앞서서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2018~2019년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시기에 경험한 바 있지만, 한미간 금리 역전에도 자본유출이나 외환부족 현상이 가시화될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자본의 이동이 금리차 외에도 환율 예상, 경제적 기초여건 등 여타 변수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올들어 미국 금리인상 기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듯이,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원화는 추가 약세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화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물가를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방치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도 올해 중 몇차례 더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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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리스크 현실화 요인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

 

최근의 금리 상승 추세는 오랜 기간 동안의 저금리 시기에 형성된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각국의 금융위기는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의 저금리 시기를 지나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된 결과로 저금리 시기에 형성된 자산버블이 꺼지면서 나타난 바 있다. 더욱이 현재는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초기단계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급망 차질에 따른 부품난에 이어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당분간 가시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하향조정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6%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1.3%p 낮아지고 올해 1월 전망치에 비해 0.8%p 낮아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3.7%로 예상되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전망치보다 각각 0.5%p, 0.3%p 하향조정되었다. 우리나라 성장률 역시 올해 2.5%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전망했던 것에 비해 각각 0.8%p, 0.5%p 하향조정된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두차례의 오일쇼크(oil shock) 기간 중에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 선택의 어려움에 처한 바 있다. 물가안정을 기하면서 동시에 경기를 살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1973~1974년의 1차 오일쇼크 기간 중에 미연준은 경기회복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완화적인 정책을 펼친 결과 인플레이션율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1979~1980년의 2차 오일쇼크 기간 동안 미연준은 인플레이션 퇴치에 보다 중점을 두고 강도높은 통화긴축에 나서면서 경기침체를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

 

현재의 상황을 과거 오일쇼크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미연준을 비롯한 각국 통화당국이 정책선택에 있어 어려움에 처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침체 방지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늦추면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기 어렵고, 물가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급속한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통화당국 역시 마찬가지다. 물가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자칫 금리인상이 과도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 증대와 자산가격 하락으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미국과는 달리 무한책임의 소구(recourse) 대출이라는 점에서 주택가격 하락이 주택 포기로 이어져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될 우려가 당장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부터 원리금을 연체하는 등 가계부채의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영끌”, “빚투”를 통해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의 자산 구입에 나선 경우 자산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견디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청년, 고령층, 저소득자, 영세 자영업자 등의 취약 차주들이 우선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로 부실화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신중하고 적절한 정책 조합이 요구되는 상황


물가는 높아지고 경기는 점차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축적되어 있던 가계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직면하여 정책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통화정책 면에서 물가불안에 대응하여 진행되는 금리인상이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과 전체 경기상황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리인상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과도한 금리인상이 가계부실 확대로 이어져 잠재적인 가계부채 리스크를 현실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조합(policy mix)이 요구된다. 통화긴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경우 엇박자로 인해 통화긴축의 효과가 발휘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재정지출 확대 과정에서 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날 경우 시장금리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취약 차주의 부담 증대 및 부실화 우려 등에 대응해서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정책당국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모순될 수도 있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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