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정부 신뢰와 애국주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0월1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08일 11시53분

작성자

  • 강명세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메타정보

  • 3

본문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10월호-제38호](2021.10.5.)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코로나 감염은 보건의 위기에 한정하지 않고 전방위적 파급효과를 낳는 팬데믹이다. 시민들은 공포의 위협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예방백신에 희망을 건다. 팬데믹의 국제적 위기 하에서 각국은 자국민 보호의 최우선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예방약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백신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려 국제적 백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지도자는 자국민의 불안한 심리에 편승하여 코로나 민족주의를 적극 표방하고 있다. 팬데믹은 국제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극복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요국은 폐쇄주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각국은 국내정치적 이유에서 코로나 방역정책에 사활을 건다. 

 

국제협조의 방역의 성공 여부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시민과 정치지도자의 태도는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들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이해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의 위기에 직면한 개인은 정부 방역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방역 평가는 정부 신뢰와 애국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코로나 감염은 무엇보다도 경제활동을 급격히 위축 시켜 경제적 위기를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직장폐쇄로 경제활동은 실질적으로 멈춘다.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자영업 등의 경제활동 제한으로 소득이 크게 준다. 질병 위기는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다. 

 

정치학의 오랜 전통은 투표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회고적 투표라는 기제를 제시한다. 투표자는 정부와 집권당이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나에 따라 선거에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대중의 심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서 잘 드러났다. 대중은 집권 정부 하에서 발생한 재앙이나 실적에 대해 “회고적 투표”로 보상 또는 응징한다. 회고적 투표의 잣대는 실업률이나 성장 등 경제적 성과이다.

 

한편 대중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위기에 처할 때 일상의 경우처럼 “회고적 투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 사례를 연구한 고전적 연구에 의하면 국제적 위기 하에서 미국인은 정부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다는 “응집효과(rally round the flag)”를 제시했다(John Muller 1970). 

 

이 연구가 이용한 사회심리학에 따르면 낯선 위기에 처한 개인은 기성 제도나 질서에 의존하여 위기와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전하려 한다. 뮐러는 1945년 트루먼 대통령부터 1969년 존슨 대통령까지의 시기 동안 국제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 지지도(presidential popularity)를 결정하는 네 가지 요인 즉 시간효과, 결집현상, 경제 불황(실업) 및 전쟁(한국전과 베트남전)을 제시했다. 

 

그중에서 결집효과는 많은 후속 연구를 이끌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국민적 생명을 요구하는 전쟁은 대통령의 인기를 붕괴시키는데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임기 내내 높은 지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임기 초 주도한 “한국전쟁의 종식”이 전쟁에 지친 미국인을 결집시킨 효과라고 보았다(Muller 1970, 31).

 

c985b16775f7c4d78efaa793ef4081b1_1633661
​코로나위기에 대한 심판인가? 아니면 결집인가?

 

대중이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는 데 가장 중요한 기회는 선거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개인은 투표자로서 정부를 평가하는 제도적 정치이며 개인과 정치 엘리트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21년 5월까지 16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주요 선거가 실시되었다.주1) 

 

호주 사회과학재단(AUSSDA)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투표자의 결정에 미친 효과를 이해하려는 목적 하에 16개국에서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설문 항목을 조정하고 취합했다. 조사에 동참한 16개국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를 조사했다. 이 평가는 코로나 이후 각국 투표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국기 아래로 모이는 결집효과는 위기 하에서 공포를 느낀 개인들이 정부의 방역정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때 더 확실하다. <그림 1>은 개인이 정부의 방역 노력에 대한 평가가 정부 신뢰도와 애국주의가 맺는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16개국 중 중국인은 시진핑 정부의 방역 노력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반면 가장 낮게 평가하는 홍콩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한국, 스웨덴, 독일, 호주 및 조지아는 방역 평가와 정부 신뢰 양면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집단에 속한다. 한편 브라질, 일본, 홍콩, 폴란드 및 콜롬비아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집단을 형성한다. 영국, 이탈리아 및 그리스는 중간 위치에 있다. 방역 평가, 정부 신뢰 및 국가 자부심 등 세 요인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방역 평가와 정부 신뢰 간 상관성은 0.876이고, 정부 신뢰와 국가 자부심의 상관성은 0.418이다.

 

코로나 위기 하에서 누가 애국주의를 지지하는가?

 

국가 자부심은 “나라가 자랑스럽다”라는 설문에 대한 4가지, 즉 “아주 자랑스럽다”, “자랑스럽다”, “자랑스럽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등 응답을 수치화한 값이다. 국가 자부심은 애국심의 종류로서 민족주의에 대한 태도를 의미하는 가장 기초적 자료이다. 애국심이 없다면 민족주의가 성립되지 않는 점에서 그것은 가장 기초적이면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역사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 대전의 경험을 통해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불가능하게 한 점을 제시한다. 이런 뜻에서 역사적으로 좌파는 민족주의를 우파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민족주의를 경계해왔다.

 

팬데믹의 공동위기 하에서 모든 사람이 애국주의나 자국 중심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정치적 및 경제적으로 어떤 지점에 있는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애국주의를 지지하나?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다른 사회적 조건이 같다면 어떤 사람이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애국심이 강하다면 잠재적으로 민족주의에 공명하기 쉬우며 정치지도자는 이들을 겨냥하여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누가 애국주의를 지지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애국심이나 정부 신뢰에 대한 태도는 결집효과를 의미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정부를 신뢰하는 태도는 위기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기제라고 가정된다. 

 

이를 위해 우선 16개국의 전체(36,734명)를 대상으로 국가 자부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보면 <그림 2>와 같다.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정부나 대통령의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는 위기감을 반영한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방역에 대한 소홀한 대처이다. 트럼프의 방역 실패는 위기로 공포에 떠는 중도층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이들은 투표로 응답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제에서 상징적 존재로서 기대되는 국가통합의 역할을 위배했다. 이런 점에서 팬데믹은 전쟁의 위기와는 다르다. 9/11 테러가 발생하자 직전 51%였던 미국 대통령의 지지는 86%로 급상승한다. 그러나 팬데믹 하에서 대통령이 물리쳐야 하는 적군은 감염병이다. 전쟁에서는 해외로 출병한 군대가 희생되지만, 코로나는 잠재적으로 모두를 공격한다.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민통합에 기여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는 상승하고 이는 선거를 통해 반영된다.

 

c985b16775f7c4d78efaa793ef4081b1_1633661
<그림 2a>는 방역정책의 평가가 정부 신뢰에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제시한다. 정도는 약하지만 만족도 정부 신뢰에 기여한다. 소득과 학력은 정부 신뢰에 긍정적이나 신용구간이 0에 가깝다. 한편 정치성향 즉 좌파성향의 개인은 정부 신뢰에 대해 부정적이나 신용구간은 0에 근접한다. 

회고적 투표이론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가정한 경제투표는 경제 등을 포함한 포괄적 만족도를 통해 반영된다. 경제 형편을 포함한 생활에 만족한다면 선거에서 집권 정부를 지지하며 경제활동이 부진하여 실업이 많아지면 지지를 철회한다. 불만족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낳고 정부 신뢰가 사라지면 애국심은 낮아진다. 

그러나 팬데믹 위기 시에 개인이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평상시처럼 경제성과가 아니라 방역정책의 성패이다. 방역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정부를 신뢰하며 정부 신뢰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그림 2b>는 애국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제시한다. 정부 신뢰는 애국심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변수는 만족과 방역정책평가이다. 현실에 대해 만족할수록 그리고 방역정책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애국주의를 지지한다. 개인은 이념적 성향에 따라 애국주의나 민족주의에 선호가 다르다. 보수적 성향일수록 집단적 국가정체성을 지지하는 반면, 진보주의 성향은 집단적 통일보다 개인적 자유를 더 중시한다. 고학력은 저학력에 비해 개인적 자유를 중시하는 점에서 개인보다 집단의 결정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 


방역정책  평가와 애국심​


c985b16775f7c4d78efaa793ef4081b1_1633661
 <그림 3a 3b>는 16개국 각각에서 방역정책평가가 애국주의와 정부 신뢰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방역 평가가 중국에서 방역정책평가는 애국심에 가장 강력하게 작동했다. 다음으로 그리스, 영국, 폴란드 및 카자흐스탄 등이다. 가장 효과가 미미한 곳은 홍콩, 말리 및 조지아 등이다. 

 

애국심에 대한 방역정책의 효과는 모든 나라에서 긍정적이고 신용구간도 0을 벗어나 신뢰성이 높다. 한편 방역정책평가가 정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긍정적이며, 특히 그리스, 폴란드, 호주 및 영국에서 아주 강력하다. 한국에서 방역 평가 영향은 정부 신뢰에 긍정적이지만 15개국 중 가장 낮고 또한 신용구간의 확률분포상 0에 가깝다.

 

보다 구체적으로 방역 평가가 애국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확률로 표시하면 <그림 4>와 같다. <그림 4>의 수평축은 애국주의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된 개인의 이념 성향이다. 왼쪽 상단은 이념설문을 하지 않은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14개국 평균이다. 

 

여기서 두 가지 패턴이 나타낸다. 첫째, 한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좌파 성향으로 갈수록 애국주의에 부정적이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사람이 애국주의 태도를 가질 가능성은 67.1%라면, 가장 지지하는 경우 애국주의는 92.2%이다. 그 차이는 약 25.2% 포인트이다. 

둘째, 애국주의에 미치는 방역정책의 효과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가 애국주의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큰 곳은 독일이다. 방역정책 지지자와 비판하는 사람의 애국주의는 각각 93.5%와 53.0%이며 차이는 42%. 영국도 비슷하며 그 차이는 약 42% 포인트에 달한다.

 

c985b16775f7c4d78efaa793ef4081b1_1633661
차이가 가장 작은 곳은 15.4% 포인트의 일본이다. 한국에서 방역정책평가가 애국주의에 미치는 차이는 21.2% 포인트이다. 브라질에서의 차이는 약 30.4% 포인트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독일과 영국과는 달리 정책적 평가가 애국주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념성향과 애국주의: 한국적 예외주의 

 

이념적 차이 역시 애국주의에 주는 영향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좌파 성향은 애국주의에 부정적인데 한국에서는 반대이며 이념적 차이의 효과는 가장 크다. 극좌 성향의 개인이 애국주의를 지지할 가능성은 91.4%인데 비해 극우 성향의 애국주의는 54.0%로서 차이는 37.1% 포인트이다. 일본은 전체적 경향을 따라 우파가 좌파에 비해 더 애국주의를 지지한다. 일본의 극우와 극좌가 애국주의를 지지하는 확률은 각각 81.0%, 49.5%이며 양자 간 차이는 31.4% 포인트이다. 

 

한편 독일과 영국의 경우 이념적 차이로 인한 애국주의의 차이는 크지 않다. 영국의 극우와 극좌 성향의 개인이 애국주의를 지지할 가능성은 각각 81.1%와 57.1%이고 차이는 17.4% 포인트이다. 독일의 차이는 24.0% 포인트이다. 이처럼 영국과 독일의 경우 이념적 차이로 인한 애국주의 효과는 한국과 일본에서의 차이에 비해 훨씬 낮다.

 

 이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아마도 민족주의 경향이 이미 강력하게 자리 잡은 한국과 일본에서 방역정책평가는 애국주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이념적 차이가 애국주의에 더 영향을 준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반대로 이념 성향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애국주의에 더 강하게 영향을 준다.

 

애국심은 민족주의의 초기 조건이다. 애국심은 대외적 환경과 정치지도자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민족주의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는다. 정치지도자는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국심을 배타적 민족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다. 전환의 폭과 속도는 나라마다 고유한 개인적 속성과 민주적 제도에 따라 다르다. 

 

앞에서 본바 애국주의가 가장 강력한 곳은 중국에서였다. 이는 중화주의를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중국인의 자유주의에 대한 미흡한 선호가 결합한 것이다. 자유주의적 전통적 강한 독일과 영국에서는 정반대로 애국주의는 강하지 않다.

 

 한국은 정치이념과 애국주의의 관계에서 다른 나라들처럼 보수가 아니라 진보가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민족국가의 미완인 상태를 말하듯 좌파 성향이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쟁의 위기와는 달리 감염병이 적(敵)인 공중보건의 위기 하에서 나타나는 애국주의는 방역정책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결집이다.​

-------------------------------------------

주1) 참여국은 호주, 브라질,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조지아, 홍콩, 이탈리아, 일본, 카자흐스탄, 말리, 폴란드, 스웨덴, 한국 및 영국 등 16개국을 포함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홍콩은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점에서 선거 분석에서는 제외된다. 또한 중국과 홍콩은 정치이념이나 정부 신뢰에 대한 설문을 포함하지 않았다.

 

<끝>

 

 ​ 

3
  • 기사입력 2021년10월1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08일 11시5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