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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재집권으로 인한 아프간 테러위협평가와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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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0일 09시5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07일 13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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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10월호-제39호](2021.10.5.)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 미국 해병대의 전설적인 저격수로 통하는 인물이 ‘카를로스 헤스콕’이다. 그는 1964년 베트남전쟁에서 저격용 원거리 조준 경 을 부착한 M2HB 총기를 사용해 무려 공식 사살 기록인 93명 중 절반 이상을 저격한 활약을 보였다. 저격은 일반적으로 지형이 복잡한 원거리에서 목표를 노려 공격하는 효과적 전술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힌두쿠시산맥에 인접해 있어 대부분이 고산지역으로 '오히려 베트남보다도 저격의 명소로도 소문난 전장이다. 워낙 복잡하고 험준한 지형 때문에 대규모 화력은 이동시키기도 어렵고 체력 안배도 쉽지 않은 곳인지라 자연히 저격수에 의한 피해가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 소속 스나이퍼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에서1.5Km 떨어진 위치의 IS 지휘관을 사살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는 AK-74로 무장한 소련군 들을 무자헤딘 전사들이 구식 리-엔필드 소총으로 800m 이상의 거리에서 저격함으로써 불리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의 사기를 크게 꺾기도 했다. 소련군의 무덤이 된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고선지 장군이 발자국을 남기고 간 후 칭기즈칸의 침략도 있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칭기즈칸의 군대와 맞서 3년간 싸웠을 만큼 용맹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의 용맹성 이면은 처절한 피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오랜 내전과 전쟁으로 수도 없이 피를 흘렸고 장기간에 걸친 전쟁과 외세 침략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인접 국가 들을 떠도는 난민들이 속출하고, 종교 극단주의가 심하며 무능하고 부정부패로 찌들어 있는 등 불안한 국가이다.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탈레반은 20년 전 미국이 중앙아시아에서의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지원했던 단체이다. 극단적인 와하비즘 전사들을 활용하여 소련을 물리치자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새로운 괴물을 창조한 셈이다. 이는 역사의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이처럼 위험천만인 이 지역에서 미군은 지난 20년간의 주둔을 끝마치고 8월 3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들을 완전 히 철수한 것이다. 미국의 해외 최장기 전쟁이 끝나게 된 셈이다. 미군은 20년간의 아프간전(戰)에서 전사 2,442명ㆍ부상 20,666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베트남전(5만 8천 전사) 이후 최대 전쟁 피해로 기록된다 (NATO 연합군 1,144명,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보안요원 3,800여 명도 사망). 시작도 요란 했지만 그 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논란거리가 됐다.

 

미군철수 종료 후 지난 9월 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에 따른 대(對)미국 국민 성명을 26분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소위『바이든 독트린(Biden Doctrine)』으로 알려진 향후 미국 외교 군사전략의 주요 기조와 내용을 천명하였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실수( mistake)한 전쟁이며, 불명확한 목표(goal)로 전쟁을 하였고, 미국의 기본적인 국가 안보이익(fundamental national security interest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부합하지 않는 전쟁을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아프간전쟁을 ‘필요에 의한 전쟁(war of necessity)’이라기보다는 ‘선택에 의한 전쟁(war of choice)'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프간 철수 결정은 간단한 결단은 아니었지만, 자칫 아프간 전쟁이 미국을 끝 모를 전쟁의 수렁에 빠뜨리고 승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미국은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에 더 이상의 자국민 피해를 막고 국익을 위해 동맹도 기꺼이 포기하는 냉혹한 실리를 택한 것이다.

 

아프간이 테러집단의 집결지로 다시 전락 우려

 

이 성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아프간에서의 영향력 축소는 결국은 향후 아프간에서 테러조직들이 새로 번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중동전문가 들은 아프간이 테러집단의 피난처로 다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미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발호는 시작되었다.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호라산 지부)는 현재 점령지는 없으나, 최근 혼란 상황을 세력 확장의 적기로 보고 아프간 동부와 수도 카불에서 보안군ㆍ민간인 테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군철수 중 발생한 카불공항 자폭테러는 대표적 사례이다. UN 아프간 지원단(UNAMA)은 “올해 IS 호라 산 지부가 배후를 주장한 테러 사건은 88건으로 작년 同 기간(16건) 대비 450%가 증가했다”라며 우려했다.

 

ISㆍ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 확장의 적기로 판단 

 

알카에다 역시 그동안 아프간 내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탈레반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직 재건에 주력 중이다. 과거 탈레반 정권은 2001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아 몰락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알카에다가 국제사회를 자극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기회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접경국, 국경안보 강화 등 대응책 마련부심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주변국들도 국경안보 강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6월22 일 탈레반은 카불함락 전이었지만,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셰라칸-반다르 지역까지 점령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국경 폐쇄, 타지키스탄은 예비군 2만 명을 소집하고 투르크메니스탄도 국경지역에 중화기, 전투기 등을 추가 배치했다. 위협적인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따른 對중국 테러위협 평가

 

특히 중국의 경우 재집권한 탈레반을 합법정부로 즉시 승인하겠다고 표명하는 등 외교적 시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프간과 접경한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극단주의자들의 유입을 우려하는 등, 역내(域內) 안보환경 변화에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중국 신장지역 위구르족은 종교ㆍ민족적 이질성으로 지속적으로 분리 독립을 추진해오다 ’97년 ETIM(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을 결성하며 대중 무장투쟁을 본격화 하고 있다.

 

 ETIM의 별칭은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이며 동투르키스탄은 중국 신장지역을 의미한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97년 결성된 이슬람 극단주의 및 민족분리주의 단체로 현재 아프간ㆍ시리아 등지에 활동거점을 두고 있다.

 

이 조직은 과거부터 알카에다ㆍ탈레반과 조직원 교류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중 으로 알카에다(AQ) 등과 연계, 아프간 내에서 세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중국 안보 위협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중국의 서역을 위협하는 무슬림 세력이라는 관점에서, 오늘날의 탈레반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도모하기 위해 1865년 신장성을 공격하다 청나라 군에 평정된 회교도 지도자 야쿠브 베그 Yakub Beg 을 연상시킨다.

 

탈레반 再집권에 따른 동남아 테러위협 증가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여파로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 지역의 테러단체 조직 재건과 자생테러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싱가포르 보안당국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이 아프간을 ‘지하드의 성지’로 선전하며 동남아 등지에서 암약하고 있는 FTF (외국인 테러 전투원)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내 극단주의자 뿐만 아니라 시리아ㆍ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남아 출신 FTF들이 귀국 대신 아프간行을 택할 가능성도 잠복하고 있다. 이미 수백 명의 동남아 출신 FTF들이 아프간 대소(對蘇)항쟁(’79~’89년)에 참전한 후 귀국하여 알카에다 연계테러조직인 인도네시아의 제마 이슬라미야(JI:Jemaah lslamiyah) 등 테러단체에 가담하여 활동한 전례가 있으며,’2014.6 이후 ISIS에 가담하고자 시리아 등지로 출국했던 동남아 출신 FTF 잔당 수백 명이 귀국 대신 아프간行을 택할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인명피해를 차단하는 군사적 해법 필요

 

최근 미국 브라운대 산하‘왓슨 국제문제 연구소’는 9·11 이후 범세계적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된 수십 년 동안, 아프간에서 약 1만 2,000-1만 4,000명의 비전투원이 사망하고, 이라크에서는 12만 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죄 없는 민간인 사망자들의 막대한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군사적 해법의 효율성을 재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명확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은 지극히 복잡한 현상이고, 때때로 온갖 범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동기와 행위들을 이끌어내지만, 결국 전쟁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변경 또는 예방이 가능하다. 문명 간의 열전은 모든 사람과 사물을 잿더미로 만들 뿐이다.

 

미군철수 후 바이든 독트린(Biden Doctrine)의 함의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에 엄청난 흠집을 내게 된 아프간 사태는 중동에서 미국이 명확한 대테러 전략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선거 시 약속한 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 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 군사 전략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향후 미국은 목표가 확실하지 않고 기본적 국가 안보이익이 확실하지 않은 전쟁, 특히 대규모 병력과 위험이 수반되는 군사작전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그동안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world order)를 지향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이는 세계에 모범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자국의 국가안보 이익이 우선되면, 세계와 동맹국 그리고 파트너십국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려한다.

 

평화란 공존과 공영이다.

 

평화란 공존과 공영이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가 한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과 교만이 강한 자의 패권을 부르고, 문명과 국가 간의 불신과 갈등을 만들어낸다. 상호 간의 노력이 없으면 결코 평화는 향유할 수 없다.

 

온갖 이해관계로 뒤덮인 우리도 테러와 폭력의 참담한 결과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코 미국과 유럽, 중동만의 상황이 아님을 깨달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한국의 경우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난민 이주’, ‘이슬람 포비아 등 테러와 관련하여 필요한 정책적 대안과 함께 ‘외교력’, ‘국방력’강화와 같은 ‘자구책’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프간에서의 분쟁이나 우리 경우 남북 간의 긴장 해소도 동일하지만, 상호 간의 이해충돌의 위기를 해소하고, 상이하고 때로는 상충적인 문화 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동맹과의 새로운 협력강화와 함께 다원적이고 다문명적이고 평화 증진적인 외교안보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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