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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정의 Tipping point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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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9월09일 17시10분

작성자

  • 김홍균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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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줄이는 탄소 중립기본법이 법제화되었다. 이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되었다. 18세기 산업혁명 대비 지구표면 온도를 2℃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자는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이처럼 법제화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더 이상 지구온난화를 내버려 두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상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지표면 온도 상승을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단서를 추가로 적시한 것은 아마도 소위 tipping point가 2℃가 아니라 1.5℃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tipping point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혁명 시대 대비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1.5℃~2.0℃로 억제화한다고 기후변화 위험으로부터 지구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이미 지표면 온도 상승이 tipping point를 넘어섰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기상학자들도 꽤 있다.  이미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상태에 돌입했다는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범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과 의지를 보면 이렇게 노력한다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은 생겼다. 최근 핫 이슈인 ESG 경영 혹은 투자도 따지고 보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탄소중립기본법 법제화를 보면 든 생각은 “우리나라 재정의 tipping point는 어느 수준일까?”, “혹 벌써 tipping point를 넘어선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재정 지출이 tipping point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여러 상황이 추측되지만 베네수엘라 사례 등을 보면 무정부 상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짐작된다.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국민은 나라를 떠날 것이고, 정부는이를 막을 어떤 수단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 재정의 tipping point를 측정하기는 지구온난화 tipping point를 측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며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진단해보면 어렵긴 하지만 현재 한 나라 재정이 어느 정도 tipping point에 근접해 있는지는 짐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8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은 올해 예산(본예산)보다 8.3% 증가한 604조 4000억 원이며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 3,000억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2%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예산 당국은 아직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우리나라 재정은 아직 tipping point 수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우려되는 상황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높다. 출산율이 낮으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반면 고령화 속도가 높으면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 급증으로 이어져 재정적자는 더욱 커진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니 1인당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갈수록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인구구조의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행지표이다.

 

둘째, 지출증가율이 세입 증가율보다 매우 높다. 지난 4년 총지출 증가율은 대략 연평균 10% 정도지만 세수 증가율은 경기에 따라 증감을 반복했다. 기초재정수지가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 한 나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본스 테스트(Bohn's Test)' 인데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70%를 넘으면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셋째,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성장률은 일종의 한 나라 지불능력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재정지출은 대략 10%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4% 넘는 해가 극히 드물다 (올해 JP 모건의 경우 4.6%의 성장률 예상). 소득 증가율보다 씀씀이가 늘어나는 정도가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넷째, 한 나라 재정의 건전성을 판단할 때는 국가채무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가계를 합한 총부채 수준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낮지만, 총부채 수준은 2019년 기준 237%로 국가채무비율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 나라의 재정이 tipping point를 지났다면 필자는 그 사회가 이미 포퓰리즘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일을 안 하려는 풍토가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재정이 아직 tipping point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몇 가지 정황만을 보더라도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재정은 아무 소리 없이 tipping point를 넘어갈지 모른다. 

 

 내년이면 또 대통령 선거이다. 여러 대통령 후보가 이러 저러한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들이 대부분이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후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정치가들은 돈을 쓰려는 경향이 몹시 강하기 때문에 재정준칙이 없으면 재정지출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방치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다행히 형성되어 탄소중립기본법이 법제화되어 그나마 조금의 희망은 보았다. 재정이 tipping point를 넘어서면 소리 없이 무정부 상태가 될 수 있음에도 이를 대비하자는 정치가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조금의 희망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데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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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9월0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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