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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오는가?- 대선(大選)정국과 경제위기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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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장의 취임사…‘퍼펙트 스톰’ 가능성?

 

  우리나라는 경제위기의 10년 주기설 등에 입각하여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 근래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실제로 경제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지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새롭게 취임한 금융당국의 수장이 취임사에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상황을 지칭하지만 현실에서는 최악의 경제 상황, 즉 경제위기를 의미한다. 유력 당국자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조만간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조만간 퍼펙트 스톰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그 경우 어떤 형태의 경제위기로 나타날 것인가?  여러 의문과 생각이 다양하게 겹쳐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앞으로 경제위기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경제위기의 발생 여부는 몇몇 변수의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제위기가 실제로 발생하는 단계에 이르면 심리적 요소가 더욱 중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적 행동을 취하면 실제로 위기는 발생하게 된다. 현재 우리 경제에는 경제 불안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당국자가 위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위기 촉발 과정(trigger mechanism)을 발동시킬 여지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 상황에서 정책당국자가 굳이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분명히 상기하여야 할 것은 “경제위기는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라는 사실이다. 불안 요소가 산적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가 나서서 경제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거나 위기 상황이라고 굳이 진단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정책 당국이 마땅히 수행하여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짚어보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2021년 하반기라는 특수한 시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여야 한다. 당국의 경제 상황 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도래하였다. 정책 당국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2021년 하반기라는 시점의 정치 경제적 의미를 되새겨보기로 하자. 

 

‘2021년 하반기’라는 시점의 정치 경제적 의미

 

   우리 경제는 201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 활력이 급속히 저하되었다. 그 결과 소득격차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에 수반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 능력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2010년대 저성장에 대한 마땅한 진단과 처방을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하였다. 이 상태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왔다. 위기적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 및 금융 자금이 공급되었고, 많은 민간 경제주체들도 빚에 의존하여 어려움을 버텨내고 중이다. 하지만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확대 거시경제정책의 부작용이 여지없이 나타났다. 게다가 2021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됨으로써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였던 경제가 방역 대책 강화로 다시 위축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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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컨대 2010년대 경제활력 저하를 가져온 구조적 문제점에 더하여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야기된 부작용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조그만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정도로 체질이 약화되어 왔고 불안요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우리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이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정책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책금리를 정상화한다고 과거 경제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금리를 정상화하더라도 앞으로 과거의 경제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민간소비가 예상 외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대출금 이자 부담이 증대될 것은 분명하다.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빚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로 상당수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하락을 촉발할지도 모른다.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차입에 의존하여 자산을 구입한 사람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고 그 결과 금융 부실이 누적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우리나라는 정상적인 거시경제정책의 운용을 제약할 정도로 체질이 약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산가격이 현 수준에서 안정되더라도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전반적으로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지출 여력이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시적 차원에서 소득원이 없는 가계는 집을 잃게 되는 한계적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경제 체질의 약화는 비단 가계 부문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 저하라는 전반적이 문제로 이미 상당부문 구조화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하여야 한다. 약화된 경제 체질이 정치적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적나라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여야 하겠다.

 

   지금 여당에서는 제1차 경선을 거쳐 6명의 대선 후보가 활동 중이고 야당에서는 예비후보가 13명이나 등록하였다. 여기에 제3지대에서도 비중 있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한 마디로 대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승자 독식의 원리에 따라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직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유력한 후보자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난립​한 대선후보…국가미래 정책 논의 없고, 상호비방과 말꼬리 잡기만 무성(茂盛)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풀어낼 지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진영으로 나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가 하면 개인의 사생활과 가정사를 샅샅이 훑어내고 있다. 국가 미래에 관한 청사진이 수십 가지가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말꼬투리 잡고, 남의 약점과 비인간성을 부각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공약으로 제시하는 정책이라고는 별반 새로운 것이 없고 대부분이 재정을 무분별하게 투여하겠다는 인기 영합적 공약으로 귀결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설사 이들 중 한 사람이 정권을 잡아도 우리 경제의 앞날을 밝힐 수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격렬한 경선 과정에서 제시된 포퓰리즘 정책이 실제로 추진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대선 정국의 와중에서 정책 당국들이 정치권의 입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등의 과정에서 정부는 자체적인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작년의 8.4대책, 금년의 2.4대책 등이 전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추진만 하더라도 주택 공급물량이 일부에 그치고 그나마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공급가액이 책정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공표한 지 1년 만에 폐기하는가 하면 일반주택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결정해 놓고 최근에는 이 결정 역시 철회하였다. 

 

정책을 수시로 번복하면서도 그 과오를 인정하지도 않고 새로운 정책 기조로 옮겨가지도 않는 특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는 극히 저조하고 불신이 높다는 것을 정책 당국 스스로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 형태로 전개되는 대선과 신뢰를 잃은 줏대 없는 정책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결합하게 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퍼펙트 스톰’에 해당한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잊지 못하는 1997년의 소위 ‘IMF 위기’가 바로 이 형태로 진행된 경제위기였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IMF위기’의 본질, ‘대선정국에서 중심 잡지 못한 정책적 혼선’…지금이 꼭 닮은 꼴

 

   ‘IMF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외환보유고의 부족이 지목된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로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게 대선 정국과 정책적 혼선이 작용하였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당시 대선정국에서 개혁 입법 등은 거의 추진되지 못하였다. 정책 당국은 상호 갈등을 보이고 있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한은법 개정을 두고 극한투쟁을 펼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연이어 발생하는 기업들의 부도와 관련하여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였다. 이 결과 대외신인도가 급락하고 말았다. 대외신인도 저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라도 많아야 하였지만 불행하게도 당시 외환보유고는 충분하지 못하였다. 결론적으로 ‘IMF위기’의 본질은 당시 대선 정국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정책적 혼선이었던 것이다.

 

   지금이 1997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인 데다 더 심각한 측면이 많다. 경제 문제 자체가 현저하게 복잡해졌다. 고려하여야 할 경제 현안들이 앞에서 표로 정리한 바와 같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 경제의 이해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이다. 더욱이 정치권의 경제 개입 정도가 심화되었고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반면 정책당국과 관료들의 힘과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정책당국이 정치에 휘둘릴 여지는 한층 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회적 갈등 심화 등을 배경으로 인기영합주의식 경제정책 공약이 난무하고 있고 이것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 와중에 불가피하게 지급된 자금이 자산가격 앙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경제위기를 조정의 실패(coordination failure)라고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 와중에는 가격조정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는다. 이는 시장조정 기능 실패가 위기의 본질이라는 점을 뜻한다. 

 

   대선 정국에서 “조정의 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뜩이나 대선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반목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그나마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바람직하게 유도할 최종적 보루인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력이 약화되거나 흔들리기 십상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는 지름길이 된다. 

 

포퓰리즘과 사회갈등 조정할 정책당국의 역할, “시급하고 절실”

 

   역설적으로 경제 불안 요인이 산적한 지금이야 말로 정책당국의 막중한 책무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가 다양한 이해관계로 나뉘어 갈등을 보이는 시점에 중심을 잡아줄 세력이나 조직이 절대 필요하다. 정책 당국이 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현 상황에서 여러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등 정책적 혼선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진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급한 문제를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전향적 자세를 견지하고 관련 정책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정책적 신뢰를 유지 제고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마디로 경제 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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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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