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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장기 전반적 인플레로 진화(進化)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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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23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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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기저요인에 의한 상승…내년 이후 물가 오름세 누그러질 듯

 

1. 동향과 영향

   미국 소비자물가(전도시 기준)가 지난해 12월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점차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 월별 상승폭이 3월에 0.7%에 달한 후 4월 중에는 0.8%로 더욱 확대되었다. 4월 중 상승폭은 연율로 10.3%에 당할 만큼 매우 빠른 상승세이다.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4.2%로 급등하였다. 3월(2.6%)에 비해 1.6%p나 오른 것이다. 이는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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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주식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다. Dow-Jones 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 발표(5월 12일) 전후 이틀 동안 3.3% 하락하였다. 그에 비해 채권시장의 반응은 차분하였다.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장기금리가 상승하였으나 그 폭은 미미하여 통상적인 일일 변동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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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중 소비자 물가 급등에 대한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2. 물가 급등 우려의 배경

   앞으로 물가가 급등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지난해 미국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해 COVID-19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에서는 재정지출과 통화공급 규모가 유별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2020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3조 달러에 달한다. 2019년에 비해 3배나 확대되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연방정부 채무가 2020년말 21조 달러에 달하여 GDP 대비 비율이 2019년의 79.2%에서 2020년말 100.1%로 폭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당시 연방정부 채무가 GDP의 106.1%였는데 지난해에 그 수준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도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미연준의 자산규모가 2020년 한 해 약 3조 2,000억 달러 늘어났다. 2020년 초 4조 4,000억 달러 수준이던 연준의 자산이 금년 2월 현재 약 7조 6,4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연준의 자산은 9,000억 달러에 불과하였다. 금융위기 대응 차원에서 통화 공급을 확대하면서 연준의자산 규모가 2014년말 4조 5,400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2018년 이후에는 소폭의 감소세로 돌아서기도 하였지만 그 감소세는 2020년 COVID-19 발생으로 역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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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부양식 확대 거시경제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4월중 소비자 물가 급등이 그 부작용의 한 형태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3. 4월 소비자물가 급등 배경

   4월중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배경을 몇 가지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다. COVID-19 발생과 세계 경기 위축으로 2020년도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였으나 최근 들어 경기 회복 조짐을 바탕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둘째로는 일부 재화의 가격이 급등한 것을 그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품목별 가격 동향을 보면 서비스 가격이 4월 들어 오름세가 다소 확대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종전의 증가율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재화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였는데 재화 중에서는 특히 중고차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최근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두 차례에 걸쳐 급등하였다. 한 번은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의 기간이고 두 번째는 금년 4월이다. 최근의 중고차 가격 급등은 COVID-19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COVID-19 확산 이후 이동제한 등의 조치로 자동차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데다 여행 관련 업계는 폐업 직전 단계에 이를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배경으로 2020년 3월 이후 렌터카 업체들이 보유 자동차를 일시에 매각하였다. 신차 생산 위축과 렌터카 업체의 자동차 매각이 현재의 중고차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미국의 경우 신차 생산 차질은 COVID-19 발생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 GM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2019년 말경부터 연관 부품 공장들은 일시 해고를 늘리는 등 공급 능력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 상황에서 COVID-19 본격적인 확산으로 신차 생산이 크게 위축되었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 통제 장치인 microcontroller units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 부품은 각종 전자 제품에 범용으로 사용되는 특성으로 인해 최근 그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COVID-19로 인하여 가전제품, 게임기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부품의 사용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렌트카 업체들의 중고차 공급 기능이 위축된 것은 최근 중고차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진다. 렌트카 업체들은 신차 구입후 1~2년이 지나면 보유 자동차를 매각함으로써 중고차를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렌트카 업체들은 지난해 대량 매각 이후 자동차 보유를 늘이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중고차 매물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였다.

   신차 및 중고차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수요가 순식간에 급증하게 되었다. 금년 들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여행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4월 들어 그 수요가 더욱 확산되었다.

   4월 중 소비자물가 급등의 세 번째 배경으로서 기저효과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COVID-19 방역 대책의 효과가 집중된 시기가 4월이었다. WHO가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자마자 미국은 국경봉쇄(3월 11일), 비상사태 선언(3월 13일)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감염자가 확산되었다. 그 결과 작년 4월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소비자물가도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금년 4월에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금년 백신 접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시기가 4월이었다. 신규 환자 발생 건수가 4월 초순을 기점으로 확연히 줄어들면서 방역조치도 완화하기 시작하였다. 5월 들어서는 다수의 주정부들이 이동제한 조치를 공식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하였고 연방정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5월 13일 해제하였다.

   결과적으로 작년 4월의 이례적인 낮은 수준과 금년 4월의 수요 회복 등이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4. 평가와 향후 전망

   그렇더라도 4월 중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이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COVID-19의 발생과 확산으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공급 부족도 일시적인 요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등은 일부 업체들의 시설 증설이 완료되는 금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완화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위의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소비 관련 지표가 상당히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경제활동이 정상화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특히 고용 사정이 여전히 부진하다. 전년 동기대비 취업자가 4월 중 1,400만 명 늘어났으나 지난해 4~5월 감소폭 2,100만 명에는 훨씬 미달하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도 매주 50만 명에 달하여 예년 평균 20만 명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 공식 실업률 자체가 6%로 높은 데다 실망실업효과가 가시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9%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PCE)이 과히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PCE는 COVID-19 발생 직후인 2020년 2월과 3월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작년 5월 이후 확대되기 시작하였지만 금년 3월에 이르러서야 종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금년 3월 중 PCE 인플레이션(전년동기대비)이 2.3% 상승하여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을 초과하기 시작하였지만 그동안 PCE 인플레이션이 줄곧 2% 이하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오름세가 가파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소비자물가 구성 요소 중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아직도 낮다는 사실 역시 개인소비지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요약하면 4월 물가상승은 일시적 요인, 기저 요인 등에 기인하여 이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요인이 가시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겠다.

   현재의 높은 물가 오름세(전년동기대비 4% 수준)는 금년 하반기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2020년 4월 이후 전반적으로 물가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금년 하반기까지 기저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석유류 가격 상승세 및 자동차 등 일부 재화의 공급 부족 현상 등의 추세가 단기간에 반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에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일부 공산품의 공급 애로는 내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앞으로 경기가 과열될 정도로 호조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실업 이외에도 새롭게 형성된 잠재적 위험 요소들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의 취약성 등으로 총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COVID-19 위기 기간 중 확대된 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Balance Sheet Recession'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추세로 고용이 확대되거나 임금 상승이 가시화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앞으로 이루어지는 투자들이 소프트웨어 등에 집중됨으로써 실물 투자 규모는 종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인력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앞으로 대폭적인 수요 확대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인플레이션은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OVID-19 대응 과정에서 확장적 거시경정책을 펼치기는 하였지만 그 결과는 2010년대와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장기 채권 금리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이 견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 지난해의 파격적인 확장 정책의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부작용의 형태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지난해의 기록적인 확대 정책의 부작용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통상적인 금융위기로 나타날지, 지금처럼 여러 자산의 가격 급변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경제현상으로 표출될지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금은 어떤 유형의 부작용이 가시화될지 예의 주시해야 할 시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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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2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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